[에세이 코너]미국 ROTC 닉
[에세이 코너]미국 ROTC 닉
  • 오정주 수필가
  • 승인 2011.09.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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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군장교(ROTC) 후보생들이 한국 ROTC 체험을 하러 왔다.
 한국 학군사관 창설 50주년을 맞이하여 실시된 한미후보생 간 최초의 군사 문화교류라고 한다. 미국 학군사령부에서 선발한 학군사관 후보생 24명이 3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우리나라 후보생들의 교육장을 둘러보고 한국 문화와 홈스테이도 경험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다.

 한국 ROTC인 우리 집 장남은 자신의 학교에 배정 된 3명의 미국 ROTC 중 원싱턴 앤드 리(Washington & Lee)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닉’이라는 청년을 데려왔다.

 한국이 처음이라는 닉은 포크를 절대 사양하고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젓가락을 여러 번 손가락에 다시 끼워가며 열심히 한국 체험을 했다. 아들이 녹두전을 김치에 싸서 먹자 얼른 똑같이 따라하고 밥을 김에 싸서 먹고 숟가락 대신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여유도 부렸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 격투기 선수 같은 근육남이 천진하게 입가에 김과 밥풀을 묻히고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익숙하게 음식을 잘 받아들이는 여유는 알고 보니 미국에서 친구들과 한국식당에 일주일에 한 번은 가 본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우리 음식이 글로벌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고 있음이 확실하다.

 식사 후에 맥주를 권하자 미국은 스물한 살이 되어야 술을 마실 수 있다며 극구 사양 했다. 미국은 만 18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이 결혼이 가능하고 투표권도 부여되는데 비해 음주 문화는 우리보다  더 엄격하다는 게 새삼 놀랍다.

 150년 전통의 미국 ROTC는 한국 ROTC의 모델이며 그 위상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

한국 학군제도가 현역 초급 장교 양성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 ROTC 제도는 후보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 하며 예비역 장교 양성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 포인트(육사)보다 미군 장성 진급률이 높고 우리나라가 대학 3학년 때부터 교육하는 것과는 달리  1학년 때부터 4년 간 교육하는 등 구조적인 차이점이 있다.

 최근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거의 40년 만에 ROTC를 부활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해 말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사실상 허용한 정책적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베트남 전쟁 반대를 계기로 철폐했던 대학들의 ROTC 재탄생은 날로 더해가는 테러 위협의 공포와 안보가 강조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 학군단 창설 5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도 전역장교 특채를 13년 만에 부활했다. 작년부터 뽑기 시작한 여성 ROTC는 인기가 높아 경쟁률이 남자의 두 배로 치열하다. 취업난이 가중 되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급변하는 국내외 많은 안보환경과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우리도 ROTC 위상을 높이기를 바란다.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 힘든 걸 기피하는 추세의 젊은이들에게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앞으로 우수한 ROTC를 확보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시도해보는 멋진 사나이 닉은 씁쓸한 홍삼도 맛이 좋다고 감탄해서 두 박스를 선물로 주었다. 자신의 대학 로고가 새겨진 볼펜과 모자를 선물로 가져온 답례이기도 했다. 한국이 너무나 인상적이라는 닉은 겨울 방학 때 친구들과 다시 여행을 올 예정이란다. 그는 우리 집에 다시 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한국 문화를 알리며 소통의 시간을 갖는 두 젊은이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들은 분명 늠름하고 멋진 소대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