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내는 문학책 영화예고편처럼...
새로 내는 문학책 영화예고편처럼...
  • 최경호(문학in 취재부장)
  • 승인 2011.09.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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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세대 안으려는 출판계 몸부림... 제작비 많이 드는 게 ‘걸림돌’

지금 우리 시대는 태어날 때부터 동영상을 보고 자란 영상세대가 우리 사회를 이끌기 위해 쑥쑥 자라는 새싹들이다. 그래서일까.

새로 펴내는 문학책도 영화 예고편처럼 책에 담긴 내용을 짧은 영상물로 홍보하는 ‘북 트레일러’가 출판계에 뿌리 내리고 있다. 이는 문학전문 출판계가 영상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문제는 1천만 원이 넘어가는 제작비다.

‘북 트레일러’에 불을 지른 것은 정유정 장편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과 황석영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문학동네), 최인석 장편소설 <연애, 하는 날>(문예중앙) 등이다. 특히 지난달 말에 나온 <낯익은 세상> 북 트레일러는 45초 분량으로 CF 전문 제작사가 만든 영상물이다. 이 영상물은 배우까지 끌어들여 난지도 소년이 자라는 모습을 담은 내용을 뮤직비디오처럼 이미지로 바꿨다.

불륜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갈등과 모순을 찌르는 최인석 <연애, 하는 날>도 남녀 주인공이 나와 마치 극영화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감각적이고도 유혹적인 영상을 선보인다. 1분 27초 가량인 이 영상물은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단편영화상을 받은 선지연 감독이 만들었다.

CF 전문업체가 만든 <7년의 밤> 북 트레일러는 으스스한 숲과 우물을 밑그림으로 살인사건이란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월에는 세계문학상을 받은 <유령>(은행나무)이 프랑스 유학파 출신인 영화 전공자가 만든 새로운 북 트레일러를 내놓았다. 북 트레일러는 서구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영하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가 나왔을 때도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언이 김 작가 팬이어서 스스로 북 트레일러를 제작했다. 이 영상물은 비디오 예술이란 실험성이 강했다.

출판사들은 이때부터 북 트레일러에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북 트레일러는 이제 초보 수준이었던 컴퓨터 그래픽이나 사진 자료, 저자 인터뷰 등을 활용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영화나 뮤직비디오처럼 거듭나고 있다.

출판사가 무료로 보여주는 북 트레일러는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나 인터넷 서점, 여러 블로그 등 온라인뿐만 아니라 책이나 신문 광고, 판촉물에 찍힌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누구나 볼 수 있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는 영상세대에게 다가서기 위한 노력이다”며 “앞으로는 극장에서 북 트레일러가 상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현숙 국장은 “책에 대한 호기심을 끌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양적 규모보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다”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의 경우 일반인을 대상으로 북 트레일러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적은 제작비로도 효과적인 영상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북 트레일러 확산에 걸림돌이라면 제작비용이 문제”라며 “1~2분 안팎의 짧은 분량의 영상물이지만, 전문업체에 의뢰해 실사 영화처럼 만들 경우 제작비가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을 넘어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책 저자와 감독 간 개인적 인연 등으로 저렴하게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본격적인 북 트레일러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이 때문에 영화감독 지망생들과 학생들이 실험적인 영상물을 만드는 통로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