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루연향’ 우리가락 한폭 아름다운 동양화로 가을밤 한껏 달궈
'경회루연향’ 우리가락 한폭 아름다운 동양화로 가을밤 한껏 달궈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1.09.20 0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재청50주년 기념,안숙선, 이생강, 김청만 등 17일 이어 10월15일 일반인 대상 무대 올려

[서울문화투데이=이은영 기자]가을밤의 정취를 한 자락 끌어당긴 지난 17일 열린 경복궁 경회루에서 열린 ‘연향(宴饗)’이 연주자들의 훌륭한 기량과 참석자들의 열띤 호응이 어우러저 가을밤을 한껏 달아오르게했다. 

이날 공연은 구름에 가려 달빛은 없었지만 은은한 조명과 선선한 바람이 연못가 버드나무를 잔잔히 흔들고 우리가락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켰다.

표재순 총연출, 국수호 예술감독의 지휘로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공연은 경회루 1층에서 다양한 무대가 펼쳐지고 500여 명의 관객들은 경회루 연못을 사이에 두고 정면에 자리했다. 깊어가는 가을 밤 경회루의 건축미와 아름다운 야경을 무대로, 한국 최고의 가(歌), 무(舞), 악(樂)이 결합된 공연은 환상적인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공연은 나각·나발 소리가 어우러지는 ‘정재연구회’의 <일무(佾舞)>로 막이 올랐다. 경회루 1층 돌기둥 사이로 남성무용수들이 줄지어 나타나 질서정연하게 일무를 추기 시작했다. 일무는 종묘제례나 문묘제례 때 여러 줄로 벌려 서서 추는 춤이다.

이어 무형문화재 이생강 선생의 대금 연주 <청성곡>의 청아한 소리는 관객들을 가을로 이끌고 경회루 너머 병풍처럼 둘러쳐진 인왕과 북악산까지산 닿을 듯 했다.

태평성대를 기원하고 임금의 장수와 나라의 풍요를 기원하는 <오! 태평성대>의 음악에 맞춘 ‘궁중무용단의 <가인전목단> 춤사위는 마치 가을 들판의 나비들을 연상시켰다.

<가인전목단> 춤사위
삼면에 다섯 개의 북으로 이루어진 <오고무>는 천지자연의 신명을 생동감 넘치는 북소리로 전했고, 화려하게 채색된 배(채선,彩船)의 밧줄을 잡고 겹으로 둘러서서 연희를 펼친 <향악정재>의 춤사위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됐다.
다섯 개의 북으로 이루어진 <오고무>

 

<향악정재>의 춤사위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무형문화재 안숙선 명창의 나룻배 ‘선유’(배를 타고 강이나 호수를 돌며 연희를 벌이는 것)였다. 안 명창이 심청가의 한 대목인 <뱃노래>를 부르자 관객들의 환호가 절정에 달했다. 관객들은 추임새를 넣으며 노랫가락을 절로 받았다. 그야말로 볼거리와 들을거리, 함께 어우러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 고수인 무형문화재 김청만 선생의 북장단과 이생강 선생의 대금 반주로 이뤄진 안 명창의 ‘선유’는 가을밤 경회루의 조명과 함께 최상의 하모니를 이뤘다. 이는 참석자들의 마음에 우리 가락의 아름다운 선율을 깊이 새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안숙선 명창의 '선유'

마지막 휘날레는 안숙선 명창과 문화재보호재단예술단의 강강술래로 장식했다.
이와 함께 이날 공연 초반 임금 복장을 한 배우와 신하들이 등장, 경회루 2층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켜 관객들이 실제 왕실 연희에 참가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번 ‘경회루 연향’은 문화재청이 살아 숨 쉬는 4대궁 및 종묘 만들기의 일환으로, 완성도 높은 전통문화콘텐츠 개발을 통해 경회루의 아름다운 가치를 활용키 위해 기획된 것이다.

한편 이날 공연은 문화재청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한 공연으로 리허설을 겸하여 문화예술인 및 문화유산 후원인, 여행업계 등 관계자 초청공연으로 이루졌다. 이 자리에는 최근 임명된 최광식 문화부장관을 비롯 이배용 국가브랜드 위원장, 김찬 문화재청장,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김영종 종로구청장, 박준영 국악방송사장, 김상현 동국대인문대학장, 이세섭 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또 곧 3천회원을 눈 앞에 둔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황순자 한국매듭협회장, 유희순 자수명장, 디자이너 김지해씨, 안행순 뉴현대건설 회장, 공훈희 위키트리 대표, 이학종 미디어붓다 대표, 하훈 나무아트 대표, 홍석화 H컬쳐 대표 등이 주요 참석 회원이다.

경회루는 국보 제 224호로 조선시대 외교사절을 접대하거나 임금과 신하간의 우의를 다지기 위해 연회를 베풀던 장소다. 경복궁 근정전 서쪽에 연못을 파고 그 안에 인공섬을 만들어서 섬위에 조성한 누각으로 가뭄이 들었을 때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 이어 오는 10월 15일 공연은 일반인 대상으로 열린다. 관람 신청은 한국문화재보호재단 홈페이지(www.chf.or.kr)에서를 통해 10월 5일부터 선착순 500명을 예약받는다.(유료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