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민회관,'유쾌한현대미술'참여작가 릴레이 인터뷰-최하윤
과천시민회관,'유쾌한현대미술'참여작가 릴레이 인터뷰-최하윤
  • 박희진 객원기자(과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1.09.22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작 패러디통해 '진정한 아름다움' 재조명에 힘쓸 것
과천시시설관리공단이 주최하고 <서울문화투데이>가 후원하는 ‘2011 과천시민회관 전시실 새단장 기획전 ’
   

전시는 과천시민회관 갤러리의 재개관을 기념하고, 지역시민과 함께하는 이상적인 문예회관의 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시도로 미술계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친절한 전시를 통한 미술계 대중화와 전국문예회관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서울문화투데이>에서는 본 전시에 선정돼 초대된 작가들의 면면을 스페셜로 소개하고자 한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노력을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만나보자.  *선정작가 : 김나래, 변대용, 서웅주, 신명환, 임지빈, 위영일, 장현우, 최윤정, 최하윤 (가나다 순)

  "아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최하윤 作 <Judith & Gucci>

 작품 속에 소녀가 말을 건넨다. 어쩜, 자신이 만들어낸 작품 속 이미지와 제법 닮이 있다. 작품 속에 은은하게 빛나는 소녀를 만든 작가 최하윤이다. 작가는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작품을 설명하면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

▲실을 이용해 작업하는 최하윤작가

 

▲실을 이용해 작업하는 최하윤작가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 잣대로 개인마다, 시대마다 달라지고 인식 속에, 사회 흐름 속에, 변화하고 조작돼요. 부의 척도로 계급을 규정짓기도 하고 동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또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하죠"

 아름다움에 소중함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근본을 중시하는 작가는 변질된 명품가치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신의 기호와는 상관없이 진정한 가치가 인정되지 않은 채 시대 속 욕망으로 사들이는 명품 컬렉션은 분명 비판 받아야죠. 명품을 사들이는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에요. 명품의 아름다움을 소중한 줄 모르고 변질시키는 풍토를 비판하는 겁니다"

 그녀가 말하는 명품소비문화의 삐뚤어진 사회분위기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데에도 분명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풍만한 여성이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지만 최근엔 부러질 듯한 8등신 미녀가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 미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대 흐름에 따라 예술품의 가치와 해석이 변하는 것이다.
 
 "어떤 그림이 좋으세요?"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좋은 작품과 나쁜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지, 누가 어디에 예술의 가치에 기준을 둘 것인지,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이처럼 아름다움은 여러 가지 잣대로 개인마다 시대마다 달라지고 사회 흐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조작되고 있다.  

 보통 예술을 생각하면 어렵고 심오한 영역이라 생각하지만 어렵게 접근하는 것이 아닌, 그저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야말로 현대미술을 관람하는 자세이다.

 "작품 감상에서 첫째는 아름다움을 알고, 둘째는 그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느껴보는 겁니다. 제 작품을 읽어내는 방법은 명화 패러디작품과 명화 원작을 비교해 보는 것이에요. 서로 표현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느낌을 주거든요. 눈과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작가는 명품 로고를 바탕으로 실을 이용해 명품 원작을 패러디한다. 천위에 실로 드로잉 하는 기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익히 봐 왔던 명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명화에 명품 로고를 넣어 패러디하는 게 아닌, 물질을 향한 현대인의 욕망과 과시욕을 비난하고 그에 가려진 명품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뜻이다.

 작가는 '한국에 현대미술 트렌드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재 미술이 여러 형태로 확장됐기 때문에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이 중심이 되는 건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이 되는 세상이 온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중이 문화 생활에 큰 관심을 보인 역사가 길지 않아요. 그러니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여리지만 당찬 그녀에게서 아름다움의 뿌리를 곧게 내리려는 열의와 노력이 보인다. 아름다움의 탄생이 예술가들만의 능력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예술 재생산 과정에서 파생되는 에너지가 긍정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명화 패러디라는 흥미로운 작업으로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려는 그녀의 향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