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초상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한다
'조선시대 초상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한다
  • 김영찬기자
  • 승인 2011.09.2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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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초상화가 이명기 : 바로크의 거장 루벤스 볼만

 한국의 미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조선시대 초상화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9월 27일부터 기획특별전 ‘초상화의 비밀’을 통해 ‘태조어진’, ‘윤두서자화상’, ‘이재초상’과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초상화는 물론,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이명기, 김홍도, 박동보, 김희겸, 조중묵, 이한철, 채용신 등 당대 최고라 불려진 대가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국보급 초상화들을 대거 출품하여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서직수초상

 이번 전시는 한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유럽의 초상화까지 망라하는 국제적 시야에서 조선시대 초상화를 조망하는 최초의 전시로 총 200여점에 달하는 전시규모는 국내 초상화전 최대 규모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초상화 발전의 중심 공간이었던 왕실 내 통치자의 면모와 유교 도덕의 기본이 되는 삼강오륜에 기반을 둔 군신 관계와 사대부 가문의 초상을 살펴보게 되는 1,2부를 시작으로 공식적인 초상에서 벗어나 자아의식과 정체성이 부각되고 동시에 자유로운 개성과 존재감을 반영하는 일상생활 속 초상화, 사진 도입으로 초상화가 전통으로부터 쇠락해가는 양상을 3부와 4부에서 각각 소개한다.

▲태조어진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선시대 최고 초상화가로 손꼽히는 이명기와 바로크의 거장 페터르 파울 루벤스의 초상화 대결. 임진왜란때 왜군에 포로로 끌려간 안토니오 꼬레아로 널리 알려진 초상 속 인물이 네덜란드 스펙스 무역관장에게 발탁된 조선의 전직관리였음을 밝힌 이번 전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가 초상화에서 입었던 철릭과 함께, 조선 최고의 초상화가로 불리우는 이명기의 ‘서직수초상’을 최초로 비교 전시한다. 이명기와 루벤스 중 승리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지 흥미진진 하다.

▲루벤스 한복입은 사람

 전시는 조선의 역사를 빛낸 위인을 소재로 한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람객을 조선의 역사와 문화 그 생생한 현장으로 초대하며, 관람객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정몽주, 이순신, 논개의 충절, 청백리의 영원한 사표 황희정승과 어사 박문수, 오성과 한음의 우정 등 역사 주인공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이야기를 전해듣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아울러 초상화의 초본과 정본을 통해 그 제작과정에 대한 전모를 이해하고, X-선과 적외선 촬영을 통해 초상화의 이면에 감추어진 또 다른 그림의 실체를 파악하는 등 평소에 볼 수 없던 초상화의 감춰진 모습을 다각도로 접하는 소중한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담당 큐레이터는 "대륙적 스케일의 중국 초상화보다 겸손하고, 섬세한 분위기의 일본 초상화보다 절제된 조선의 초상화는 ‘터럭 한올’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형상의 진실성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내면의 혼과 인격을 드러내고자 하였던 점에서 시각적 사실주의를 추구한 서구의 초상화 일반을 뛰어넘는 한국 미술의 위대한 성취"라고 평가한다.

 향후 초상화 연구의 새로운 초석을 제공하고, 조선시대 초상화에 대한 시각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이번 전시는 11월 6일(일)까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