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정연 브링앤레이스(주) BnR의 대표] 춤 좀 추던 여대생 벤처사업가로 상종가 쳤다!
[인터뷰-김정연 브링앤레이스(주) BnR의 대표] 춤 좀 추던 여대생 벤처사업가로 상종가 쳤다!
  •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1.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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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전공자 고통, 후배에게 물려주기 싫어 앞장 설 결심 굳혀

 

피겨, 무용 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한다는 올해 스물여덟의 김정연 대표는 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숙명여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동아무용콩쿠르(2004) 본선에도 진출한 전도유망한 무용가였다. 가냘프고 여리기만 할 것 같았던 무용을 전공하던 여대생은 어느 날 벤처기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7년 만에 결국 그 꿈을 이뤘다. 그것도 자그마치 50명의 직원을 거느린 반듯한 회사의 대표다. 범상치 않은 그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무더위가 한 풀 꺽인 가을의 초입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비쉬켁의 도심공원에 세워져 있는 발레리나 동상만큼 크진 않지만 비교적 정교한 발레리나 모형이 BnR의 입구에 서 있었다. 뭔가를 이루고자하는 강한 열망이 모형위로 겹쳐졌다. ‘바로 여기구나!’, 스물여덟의 당찬 아가씨가 피겨와 무용 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이 곳.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 화려하지만 따뜻한 분위기의 넓은 내부에 감탄하려는 찰나, 매력적인 여성 한명이 기자에게로 다가온다. 이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바로 BnR을 이끄는 김정연 대표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인사를 건네자 기자는 당장 해야 할 말이 생겼다.

-목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하시네요
만나는 분들마다 다들 그 말씀을 하세요. 허스키한 목소리에 거기다가 사투리까지 쓴다고 흉을 보기도 합니다.(웃음).

▲브링앤레이스(주) BnR의 김정연 대표

 -국내 최초의 피겨 지상교육 벤처기업이라는 거창한 수식을 달고 있는 BnR(브링앤레이스)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주된 사업은 피겨, 무용 아카데미 운영이고, 거기다가 피겨, 무용, 연극, 뮤지컬 등의 특수의상제작까지 하고 있습니다. 의상은 여기서 직접 디자이너가 바로 스케치, 디자인하고, 제작까지 한 번에 이뤄지죠. 이렇듯 우리는 이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 가능하도록 해 아이들이 피겨와 무용에 더 매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습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아카데미 내의 연습실을 언제든지 이용 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아요. 아이들이 보다 편하게 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역할입니다."

-무용가를 꿈꿨던 여대생이 BnR이란 사업체를 만들게 된 계기가 참 궁금한데요
 "저는 무용 전공할 당시 너무 힘들었어요. 대구에서 서울 콩쿠르에 참가하려면 연습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숙소에서나 겨우 몸을 푸는 정도였죠. 제대로 된 연습 후에 콩쿠르에 오르는 게 당연한 건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웠어요. 콩쿠르에는 의무적으로 나가야만하고 또 졸업 후의 진로 등의 문제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겪은 불편함을 부디 내 다음세대는 겪지 않았으면 했어요. 내 후배들은 무용을 좀 더 편하게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죠. 그와 더불어 무용전공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남들은 한창 멋 내고 나들이 다닐 여대생 시절에, 김 대표는 현실을, 더 나아가 후배들의 미래까지 바꿔놓겠다는 포부로 무시무시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더 큰 변화를 위해 젊은 나이에 BnR을 설립했다.

▲김대표가 '지상 Harness Training'을 지도하고 있다

-BnR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요?
 "김연아가 막 성장하기 시작할 즈음, 마침 캐나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피겨교육프로그램이 아주 전문화, 특수화 되어있는 것을 보고, 피겨를 세분화시켜 개발하면 어떨까라는 구상을 하게 됐죠. 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투자자를 구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제 진정성을 담아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주변인들에게 돌렸고 마침내 투자자를 찾을 수 있었죠. 처음엔 친구들 다섯 명이 모여 시작했지만 결국엔 세 명이 남았고 친구들과 함께 모은 자금을 투자금과 합쳤습니다. 오로지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계획 그리고 열정만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열정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따로 어떤 준비를 했는지요?
 "저는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서 책을 많이 봤습니다. 경영관련, 벤처에 관한 것들 그리고 자립한 인물들 이야기도 많이 읽었죠. 특히 책에서 발견한 설득력 있는 어구들은 외워서 투자자들 설득할 때 써먹고 그랬네요(웃음). 전 무용 전공 시절, 늘 연습의 연속이었기에 수만 번 반복하며 연습하는 것에 익숙했어요. 화법도 연습하고, 설득하는 법도, 그리고 진심으로 대하는 법도 연습했어요. 바로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연습했던 거죠."

-그때 당시 읽었던 책 중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가장 좋아하는 책은 ‘전략의 탄생’(애비너시 딕시트, 배리 네일버프 공저)입니다. 실제로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 수십 번을 읽었지만 여전히 즐겨 읽곤 합니다. 이 책은 주변사람들에게 선물도 많이 했어요."

 기자가 책에 관심을 보이자 김 대표는 선뜻 책을 꺼내 기자에게 건네줬다. 자신이 사람들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처럼 자신도 아무 사심 없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했다. 누군가와 항상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겠다는 그녀의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김대표는 특수의상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어린 딸이 사업을 시작 한다고 했을 때 당시부모님의 반응이 어떠셨나요?

 "오히려 부모님은 잘 해보라며 저를 다독여주셨어요. 그저 절 믿고 바라봐주셨죠. 끊임없는 관심만 있으면 분명 어딘가에 방법이 있을 테니 할 수 있을 것이라 용기도 주셨고요. 부모님이 원래 평소에도 걱정이 별로 없으세요(웃음)."

-무용계 장학생발굴에 관심이 많아 실제로 장학생 선발도 하고 계시다면서요? 마음까지도 아름다운 분이셨군요.
 "별말씀을요. 현재 아카데미에 취미반도 있지만 중점은 장학생 발굴에 두고 있어요.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못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아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죠. 그래서 모두 대학교 졸업까지 책임질 생각입니다. 하지만 부담은 없어요. 그저 무용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과 행복을 느끼거든요. 현재 지원 중인 장학생은 6명밖에 되지 않지만 앞으로 30, 40명까지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무용은 다른 문화예술과 비교해 대중들에게 낯섭니다. BnR에서는 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무용을 접목시킨 연극, 뮤지컬 등의 ‘복합대중공연’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런 것을 기획할 예정입니다. ‘태양의 서커스’와 비슷할 수도 있을 겁니다만, ‘태양의 서커스’가 서양적이라 한다면 저는 동양의 가치를 소재로 진행하고 싶어요. 리듬체조, 피겨, 발레 등 이 모든 것들의 접목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이는 일반인들에게 보다 더 쉽게 무용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할 거라 확신합니다."

▲브링앤레이스 직원들과 함께

-다방면으로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김대표를 보니, 한 회사의 수장으로서 참으로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제 노파심이 부끄럽네요
 "어려움이 없긴요.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유일무이해 늘 도전의 연속이다 보니 해본 적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인가 봐요. 직원들의 그런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힘듭니다. 그저 제 계획을 믿고 잘 따라와 줬으면 좋겠지만 막상 그러기에는 의구심이 드는 모양인지... 그래서 저는 직원들의 마인드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 덕에 BnR의 향후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군요
 "앞으로 저는 BnR을 체인화 시킬 생각입니다. 지방의 링크장 옆에 여기와 같은 아카데미를 만들어 운영하는 거죠. 제가 대구출신이라 대구부터 만들고 싶네요. 지방에는 링크장만 있고 실질적으로는 체력단련공간이나 표현법교육장과 같은 그런 시설이나 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링크장 바로 옆에 BnR을 만들어 지방의 학생들에게도 기회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 대표의 말을 쭉 들어보니 이 여자, 보통 내기가 아니다 싶다. 이렇듯 대단한 사업수완과 거기다가 상당한 미모까지 갖춘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겼다.

-주변에 대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제법 있어요(웃음). 그렇지만 아직까지 편한 사람을 만나진 못했어요. 저 정말 눈 높지 않아요! 언젠가는 인연을 만날 수 있겠죠? 급하게 생각 하지 않으려고요."

-사업 외에 관심사는 뭘까요?
 "제가 굉장히 활동적이에요. 등산도 자주 가고, 자전거도 즐겨 탑니다. 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소품 제작에도 관심이 많아요. 가구부터 주방용품, 하다못해 방석커버 같은 것들까지요. 능력이 된다면 매장을 열어 직접 제작하고 판매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제품들을 공연에 협찬하고 싶고...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인테리어 구상과 가구배치에 참여할 때 참 즐거웠었죠."

-다재다능한 대표께선 어떤 꿈을 꾸고 계십니까?
 "대한민국이 무용과 피겨의 선진국으로 가는 발판에 BnR이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무용전공자들에게 우리 회사 같은 일자리도 있다는 걸 인식시키고 싶어요. 저는 이 사업이 무용, 피겨, 더불어 특수의상 등을 통해 무용전공자들과 함께 발전하길 바랍니다. BnR이 무용, 피겨 그리고 특수의상제작분야에서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발로 뛰고 또 뛰겠습니다."

▲김대표는 '대한민국이 무용과 피겨의 선진국이 되도록 앞장서노력하겠다'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가 BnR을 설립한 배경에는 무용전공자들을 위한 연습실, 일자리제공과 같은 세심하고 인간적인 목적이 있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무용전공자들은 졸업하면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고 본인들 스스로도 한계를 지정해놓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무용전공자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거라 강조했다.
 BnR은 앞으로 더 성장하여 후배들을 이끌어 주고 싶고,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줄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체 김 대표가 설계한 도면의 끝은 어디일까? 앞으로 그녀가 실현할 ‘무용문화의 도약’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