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기행 60]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박물관 기행 60] 김영갑갤러리두모악
  • <기사제공: 한국박물관연구소 제공>
  • 승인 2011.09.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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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갑의 삶과 혼이 앵글로 승화된 제주의 속살

  폐교였던 삼달분교를 개조하여 개관한 갤러리두모악은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 ‘두모악’에는 20여 년간 제주도만을 사진에 담아온 김영갑선생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 전시장인 ‘두모악관’, ‘하날오름관’에서는 제주의 오름과 중산간, 마라도, 해녀 등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모습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제주의 속살을 감상할 수 있다.

 김영갑선생 생전의 사무실에 마련된 ‘유품전시실’에는 선생이 평소에 보시던 책들, 그리고 평생을 함께해온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으며, ‘영상실’에서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당시와 왕성하게 활동하던 김영감선생의 젊은 시절모습을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투병생활 중에 손수 일구신 야외 정원은 갤러리를 찾는 분들을 위한 휴식과 명상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불치병으로 더 이상 사진작업을 할 수 없었던 김영갑선생이 생명과 맞바꾸며 일구신 두모악에는, 평생 사진만을 생각하며 치열하게 살다간 한 예술가의 삶과 정신이 애절하게 곳곳에 배어있다.

▲ 사진작가 故 김영갑선생
 미술관의 설립자 겸 사진작가 김영갑선생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이래 20여 년 동안 고향땅을 밟지 못했다. 서울에 주소지를 두고 1982년부터 제주도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그곳에 매혹되어 1985년 아예 섬에 정착했다. 바닷가와 중산간, 한라산과 마라도 등 섬 곳곳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또 노인과 해녀, 오름과 바다, 들판과 구름, 억새 등 그가 사진으로 찍지 않은 곳은 제주도에 없을 정도로 제주의 속살을 사랑했다.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이나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 섬의 ‘외로움과 평화’를 찍는 사진 작업은 수행이라 할 만큼 영혼과 열정을 모두 바친 것이었다.

 

 창고에 쌓여 곰팡이 꽃이 핀 사진들을 위한 갤러리를 마련하기 위해 버려진 초등학교를 구하여 초석을 다질 무렵, 언제부턴가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눌러야 할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루게릭병이라는 진단과 함께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고 시한부를 선고했다. 선생은 점점 퇴화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사진 갤러리 만들기에 삶의 마지막을 불살랐다. 이렇게 하여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은 탄생된 것이다.

 투병 생활을 한 지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김영갑은 그가 손수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 고이 잠들었고, 그의 뼈는 갤러리 마당에 뿌려졌고 그는 갤러리와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 ‘그 섬에 영원히 있다.’ 갤러리는 그의 애제자였던 박훈일 관장이 지키고 있다.

위치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437-5(064)784-9907

제공: 한국박물관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