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김재건]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연극배우, 김재건선생
[인터뷰-배우 김재건]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연극배우, 김재건선생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1.09.30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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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성좌 ‘느릅나무...’에서 진가 ‘반짝반짝’

 국립극단 단원 출신으로 지도위원을 역임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고 백상예술대상 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연극의 대표 배우로 활동 중인 김재건 선생은 대한민국 연극계의 거목이다. 
 작은 키, 왜소한 몸, 거기다 연약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겉모습에서 그의 전부를 알았다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맹진사댁 경사’의 악역인 ‘맹진사’와 ‘참봉’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도 하고, ‘테러리스트 햄릿’에서는 ‘클로디어스’로 분해 불을 뿜는 듯한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듯 김재건 선생은 유연한 움직임과 다양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며 대한민국 연극계를 이끌어왔다.
 그만이 낼 수 있는 색깔로 40년 가까이 무대에서 호연을 펼쳐온 김재건 선생은 현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극단 성좌의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의 ‘케봇’ 외에 올해 총 여덟 편의 작품에서 열연 했다. 그에게 ‘느릅나무...’의 ‘케봇’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자.

 

 

-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의 ‘케봇’은 어떤 인물인가요?
"자신의 농장과 가축 등 재산에 집착하고 죽을 때가 되면 모두 불태워서라도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도 없죠. 주변의 인물부터 환경까지 모두 자신의 ‘왕국’에 있는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 ‘왕국’을 일구고 지키는 데에 혈안인 인물입니다. 케봇은 체격이 크고 힘도 세며 그만큼 과격한 인물입니다."

 -‘케봇’이 선생님 배우 생활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이번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은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국내우수작으로 선정된 데다가 故 권오일 선생 3주기 특별기획공연이기도 합니다. 권은아 대표가 이 역을 제안했을 때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난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아서(웃음) 처음엔 이 역을 맡아도 되는 건지 고민한 거죠. 하지만 국립극단 단원으로 있으면서도 한 번도 여기 하늘극장에 서 본적도 없고, 내가 해보지 않은 역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맡겠다고 했죠."

 -‘케봇’이 굉장히 정력적이던데, 아무 무리 없이 소화하시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맞아요. 2막부터는 제가 이층으로 만들어진 무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바빠지죠. 솔직히 다리가 좀 후들거립디다."(웃음)

 -건강 유지하는 비결이 있으세요?
"저는 매일 아침이면 산을 오릅니다. 또 스트레칭도 빼먹지 않고 매일 하죠.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만난 동료배우가 나보고 아직도 팔팔하다고 합디다."

 -얼른 또 다른 작품에서도 뵙고 싶습니다
"올해 쉬지 않고 8편을 했어요. 이젠 좀 쉬고 싶네요. 당분간은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김선생은 매일 아침 산에 올라 대사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발성을 위해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며 기자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예순을 훌쩍 넘겼음에도 그의 에너지와 연기에 대한 열정은 여느 젊은 배우 못지않았다. 김재건 선생의 건재를 무대에서 계속 지켜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기자뿐만 아니라 연극을 사랑하는 모든 이의 바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