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극단 성좌 권은아 연출/대표>'배우가 잘 놀게 하는 게 좋은 연출'
<인터뷰-극단 성좌 권은아 연출/대표>'배우가 잘 놀게 하는 게 좋은 연출'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1.10.0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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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유지 받들어 ‘장학재단 설립, 연극계 돕고파’

 

 극단 성좌는 1969년에 창단공연을 시작으로 최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에 이르기까지 43년간 무려 134회의 정기공연을 꾸준히 해왔다. 극단 성좌의 권은아 대표는 아버지인 故 권오일 선생의 리얼리즘과 연출력, 심지어 생전 연출한 작품의 동선까지 전부 기억하고 보완하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철두철미한 노력파다. 또 그녀는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공연연출에 잔뼈가 굵은 실력가이기도 하다.
 故 권오일 선생의 재능을 자식 중 가장 많이 물려받은 그녀는 한국 연극계를 위해 올해부터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을 진행하며, 문화예술의 한축으로서의 연극이 무엇인지 이해시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또 얼마 전에는 문화순회산업인 '신나는 예술여행'의 공연단체로 선정돼 전국의 농어촌지역에 찾아가 공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GS그룹, 두산그룹, 우체국 등 주요 공, 사기업의 문제적 상황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공연으로 보여 주는 교육공연을 제작, 보급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권대표는 단원들의 입장에서 단원들의 형편을 늘 먼저 생각한다. 단원들에게는 그들에게 걸 맞는 처우를 해주고 그들이 극에 매진할 수 있게 해 '진짜'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렇듯 권대표는 그녀의 아버지, 故 권오일 선생이 생전 강조하던 '연극인들의 생활보장과 극단의 영세성 탈피'를 위해 현장을 뛰고 있다.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초청작이자 故 권오일 선생 추모 3주기 특별기획공연이기도 한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은 한국 연극계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권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극단 성좌 권은아 대표

-이번 공연은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초청작이자 故 권오일 선생님 3주기 추모공연이기도 합니다. 감회가 어떠세요?
 "저에게 이번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 의미는 남다릅니다. 지난해엔 고배를 마셨지만, 아버지 추모공연이기도 한 이번 작품이 올해 '국내 우수작 공연'으로 선정된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엔 극단을 혼자 끌어나갈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기도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2008년에 故 권오일 선생님과 공동 연출했던 '느릅나무...'를 이번엔 단독연출로 관객들에게 다시 선보였죠. 전편과 차별화된 점이 있을까요?
 "이번 공연이 좀 더 요란하다고나 할까요? 아버지는 좀 잔잔한 스타일이셨죠. 저는 이번 편에 '격투기' 수준으로 웃고 떠들고 춤추는 장면을 연출했고요. 아마 제가 젊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버지는 대사 하나에도 원작에 충실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추세에 맞춰 좀 바꿔봤습니다. 요즘은 잔잔하기만 하면 관객들이 안보거든요"(웃음)

-공연준비하면서 보람된 일은 뭐였나요?
 "이번 공연엔 출연인원이 많아서 솔직히 처음에는 그 인원을 다 이끌어나갈 생각에 조금 심란하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 단원 배우들 모두가 매일 연습실로 나와서 함께 자리를 지켜준 것이 큰 힘이 됐어요. 이번 공연에 5분도 나오지 않는 배우들도 옆에서 계속 같이 있어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죠. 이런 모습이 우리 극단 성좌를 인정받게끔 하는 거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극단 성좌가 설립된 지 올해로 43년째입니다. 성과라 한다면요?
 "극단 설립이래로 끊이지 않고 꾸준히 공연을 해와 이번 '느릅나무...'로 정기공연 134회를 맞이했어요. 현재 이렇게 3주기 추모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게 스스로도 대견합니다. 그리고 극단 성좌는 지금까지 전속배우 10여명을 비롯한 단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잘 지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원들로 하여금 부업을 가질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은 극단 성좌의 내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께서 생각하는 연출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뭔가요?
 "배우가 잘 놀게 하는 점,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희극이든 비극이든 배우가 잘 웃게 하고, 울게 해야 바로 그게 잘된 연출이 아닐까요?"

-요즘 대한민국 연극계가 지닌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공연이 너무 가벼워졌어요. 가끔은 개그프로그램이 더 깊이 있다고 느낄 정도에요. 그리고 요즘 고전을 현대화시켜 개작하곤 하는데, 고전을 현대랑 접목시키는 거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게 원작훼손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곤 합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생전 계획하시다가 못 이루고 가셨지만 저는 꼭 장학재단을 만들어 연극계를 돕고 싶어요. 아버지의 정신과 연극계를 위해 바친 평생의 삶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극단 성좌는 김성민, 김정균, 유인촌 등 유명 배우들을 배출해내며 한국 연극계 발전에 힘써왔다. 40년 이상의 그 긴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피땀이 모여서 지금의 극단 성좌가 있는 것이라 말하며 권대표는 뛰어난 공연들을 선보인 그 40년의 세월에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훌륭한 공연들을 무대에 올릴 것이라 다짐했다.
 권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 故 권오일 선생의 공연은 모조리 챙겨서 봤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에 만났던 연출가, 배우 선생님들은 아직도 자신을 아기 취급한다며 웃는 그녀에게서 연극계를 위한 진심어린 마음뿐 아니라 그녀의 강건한 정신력 또한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대한민국 연극계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는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