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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초청작이자 故 권오일 선생님 3주기 추모공연이기도 합니다. 감회가 어떠세요?
"저에게 이번 '2011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 참가 의미는 남다릅니다. 지난해엔 고배를 마셨지만, 아버지 추모공연이기도 한 이번 작품이 올해 '국내 우수작 공연'으로 선정된 것은 개인적으로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엔 극단을 혼자 끌어나갈 생각에 눈앞이 깜깜하기도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뵐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2008년에 故 권오일 선생님과 공동 연출했던 '느릅나무...'를 이번엔 단독연출로 관객들에게 다시 선보였죠. 전편과 차별화된 점이 있을까요?
"이번 공연이 좀 더 요란하다고나 할까요? 아버지는 좀 잔잔한 스타일이셨죠. 저는 이번 편에 '격투기' 수준으로 웃고 떠들고 춤추는 장면을 연출했고요. 아마 제가 젊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버지는 대사 하나에도 원작에 충실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추세에 맞춰 좀 바꿔봤습니다. 요즘은 잔잔하기만 하면 관객들이 안보거든요"(웃음)
-공연준비하면서 보람된 일은 뭐였나요?
"이번 공연엔 출연인원이 많아서 솔직히 처음에는 그 인원을 다 이끌어나갈 생각에 조금 심란하기도 했죠. 하지만 우리 단원 배우들 모두가 매일 연습실로 나와서 함께 자리를 지켜준 것이 큰 힘이 됐어요. 이번 공연에 5분도 나오지 않는 배우들도 옆에서 계속 같이 있어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죠. 이런 모습이 우리 극단 성좌를 인정받게끔 하는 거구나 새삼 깨달았어요"
-극단 성좌가 설립된 지 올해로 43년째입니다. 성과라 한다면요?
"극단 설립이래로 끊이지 않고 꾸준히 공연을 해와 이번 '느릅나무...'로 정기공연 134회를 맞이했어요. 현재 이렇게 3주기 추모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게 스스로도 대견합니다. 그리고 극단 성좌는 지금까지 전속배우 10여명을 비롯한 단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잘 지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원들로 하여금 부업을 가질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은 극단 성좌의 내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대표께서 생각하는 연출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뭔가요?
"배우가 잘 놀게 하는 점,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희극이든 비극이든 배우가 잘 웃게 하고, 울게 해야 바로 그게 잘된 연출이 아닐까요?"
-요즘 대한민국 연극계가 지닌 문제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공연이 너무 가벼워졌어요. 가끔은 개그프로그램이 더 깊이 있다고 느낄 정도에요. 그리고 요즘 고전을 현대화시켜 개작하곤 하는데, 고전을 현대랑 접목시키는 거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게 원작훼손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곤 합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생전 계획하시다가 못 이루고 가셨지만 저는 꼭 장학재단을 만들어 연극계를 돕고 싶어요. 아버지의 정신과 연극계를 위해 바친 평생의 삶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극단 성좌는 김성민, 김정균, 유인촌 등 유명 배우들을 배출해내며 한국 연극계 발전에 힘써왔다. 40년 이상의 그 긴 세월동안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피땀이 모여서 지금의 극단 성좌가 있는 것이라 말하며 권대표는 뛰어난 공연들을 선보인 그 40년의 세월에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훌륭한 공연들을 무대에 올릴 것이라 다짐했다.
권 대표는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 故 권오일 선생의 공연은 모조리 챙겨서 봤다고 한다. 그래서 그 당시에 만났던 연출가, 배우 선생님들은 아직도 자신을 아기 취급한다며 웃는 그녀에게서 연극계를 위한 진심어린 마음뿐 아니라 그녀의 강건한 정신력 또한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대한민국 연극계의 밝은 미래를 확신하는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