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 칼럼]대칭점으로 엿보는 기사와 만평
[옴부즈만 칼럼]대칭점으로 엿보는 기사와 만평
  • 이원재/국어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10.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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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공연 찍고 관광하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에 소개된 제6회 korea in motion'(이하 KOINMO)는 가을을 맞아 좀 더 활기찬 축제문화를 이끌고자 한국관광공사가 야심차게 계획한 한 달간의 축제이벤트다. 지난 17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개막된 이 축제는 전통극, 퍼포먼스, 뮤지컬, 클래식, 연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릴 예정이란다.

그런데 필자가 눈을 떼지 못한 건 이 기사 바로아래 보이는 만평작가 고경일 교수의 만평이었다.

다름 아닌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 가게를 이끌었던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재보궐선거 출사표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평소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마주친 박원순 변호사는 그림처럼 다부진 체격과 근육조차 없는 헐렁한 모습 그 자체다. 지난 8월 말부터 제기된 안철수 서울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그의 통큰(?)양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추대된 점이 매스컴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선거도 문화다. 모든 이들의 관심이 서울시장재보궐선거로 옮겨간 것은 가을축제를 부지런히 준비한 문화계 입장에서 보면 달가운 소식만은 아닐 것이다. IT계의 천재 스티브 잡스 에 의해 창조된 아이폰과 IT계의 영원한 2인자 갤럭시 스마트 폰. 그리고 함께 등장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처럼 다양한 소통구조가 확산된 현재는 기존 문화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바꿔 놨다.

이런 중에 스마트폰과 SNS로 무장한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는 연륜에 비해 젊은 소설가 이외수씨처럼 신세대문화가 낳은 스타다. 그러고 보니 작금의 시대는 영화, 연극은 감상안해도 거의 모든 미디어를 다운받아 보는 스마트폰, 그 안에서 진동으로 상대방 메시지를 알려주는 트위터와 카카오톡 서비스만큼은 손에서 떠날 일이 없는 그런 시대다.

이런 중에  ‘컬처 가이드’섹션은 복잡하다 못해 과열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되버린 IT문화권에서 찾기 힘든 블루오션인 셈이다. 신문은 이렇듯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여도 휴대폰에서 진동이 안 울리면 순간 정서불안에 떠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곤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노약자 좌석에 버젓이 앉아 스마트폰을 두드리거나 무선 이어폰만 꽂고 넋 나간 사람마냥 혼자 중얼거리며 웃고 우는 세태들에게 과연 정상적인 문화가 존재할까? 산업화 시대 속 산물인 IT, 고경일 교수가 그려낸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야권 서울시장 유력후보 박원순 변호사는 스마트폰으로 온 몸을 단련시켰나 보다. 실제 그의 몸집은 수수한 양복에 헐렁한 모습인데 말이다.

이른바 SNS로 야기된 정보피로증후군 때문에 하루종일 매달렸던 트위터를 탈퇴하고, 스마트 폰에서 일반 휴대폰으로 바꾼 사람들은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네오가 받은 빨간 알약과 파란알약중 하나를 선택한 셈이다.

가상문화와 현실세계 속에 존재되는 문화 사이에서 자아발견을 위해 기존 문명권을 과감히 탈출한‘노마디즘’(nomadism)은 그래서 유효한 것 같다. 설령 ‘노마드’(Nomad)라는 원뜻처럼 유목민 혹은 히피가 됐다 쳐도 정서불안 만큼은 탈피하지 않을까 싶다.

이 세계가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변모되기 전 68운동이 반전여론과 함께 등장한 인성회복운동으로 치닫던 때‘차이와 반복’이라는 역사적인 철학. 문화 서책을 내놓고, 철학자로 문화평론가로 일평생을 보낸 질 들뢰즈 교수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