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승원·신영옥 작가] 다정한 부부작가가 아름답게 포옹하는 ‘발견을 통한 작품’
[인터뷰-최승원·신영옥 작가] 다정한 부부작가가 아름답게 포옹하는 ‘발견을 통한 작품’
  • 이은영 편집국장 / 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1.10.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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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부터 11월 1일까지 목인갤러리에서 전시회 가져

 

 아름다운 부부 작가가 있다. 1980년 국내 개인전을 시작으로 미국, 일본, 독일 그리고 뉴질랜드를 거쳐 최근 국내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왕성한 활동을 해온 작가, 한국이 지닌 전통을 담는 신영옥 작가가 그 한 사람이다. 또 한 사람은 문화체육부장관상과 대한건축학회 작품상을 수상하고 홍익대, 성균관대, 안양대, 고려대에서 후학 기르기에 힘쓰며 주로 국내를 무대로 작품을 선보여 왔던 최승원 작가다.

 이 두 사람은 오는 10월 19일(화)부터 11월 1일(화)까지 목인갤러리에서 ‘천상의 꽃, Celestial Flower’, ‘기도의 집, Imaging Cross’ 으로 두 번째 공동 전시회를 연다.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다. 40년 가까이 함께 한 이 부부는 비슷한 것 같지만 서로 뚜렷한 개성과 예술관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독특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작품세계에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끼친다고 말한다.

 

▲신영옥, 최승원 작가

 늦더위가 한 풀 꺾인, 제법 가을이라 느낄만한 차가운 공기가 몸을 휘감는 날 이들 부부를 만났다. 기자가 한기를 느끼며 목인갤러리 옥상정원에 올라가자 이들 부부는 손을 맞잡은 채 다정하게 기대어 있었다. 마치 영화 ‘뉴욕의 가을’의 한 장면처럼.

 기자와 최승원, 신영옥 부부 사이에는 각별한 기억이 있다. 기자는 지난해, 인사동을 지나다 스친 최 선생의 작품에 매료돼 가던 길을 되돌아와 작품이 전시 중이던 목인갤러리에서 부부를 처음 만났다. ‘우연히’라는 말이 무색하게 당시 기자는 최 선생의 작품에 한눈에 반했다. 최 선생의 전시 이후 지난해 G20정상회의 개최 기념으로 고려대박물관에서 열렸던 ‘태극, 순환, 반전의 고리’에 작품을 출품했던 신영옥 작가를 우연히 또 조우하게 됐다. 이들 부부작가와 기자는 전생의 무슨 인연이 단단히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신 작가는 “당시 주요 전시작품은 목우(木宇)였지만 많은 분들이 그림에도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그림의 선이 참 좋다고”라며 “아마 건축가의 섬세함이 그림에 드러났었나 봅니다”라고 지난해 최 선생의 전시에 대해 귀띔했다.

 최 작가는 “저는 여행을 가면 늘 ‘여행스케치’를 합니다. 5분, 10분 만에 간단히 그때의 감상과 느낌을 바로바로 그려내는 것이죠. 보통은 사진으로 기억을 남기려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스케치가 더 남는 것이라 생각해요. 예컨대 나이아가라 폭포아래를 지나가며 올려다보는 폭포의 모습, 그때의 모습을 순간 포착해 그리는 거죠.”라고 말했다.

 신 작가는 이에 대해 “평소에도 어딜 가면 ‘저거 그리고 싶다’고 자주 말씀하세요.”라며 스케치는 ‘최승원 선생의 습관’이라 덧붙였다.

 신영옥 작가는 “‘소재’에 끌려 작품 작업에 들어갈 때가 많다”라며 “저는 ‘어떤 것을 그리고 싶다’라기보다는 재료, 바로 소재에 관심이 많습니다. 흥미로운 소재가 눈이 띄면 저는 ‘이걸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 생각이 들곤 하죠”라고 되짚었다.

 최승원 작가, 신영옥 작가 부부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늘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발견을 통한 작품 구상’이 두 작가의 각각 다른 작업 경향이다.

▲최승원作 <무소유>, 2011, 46x17x31.5cm

 최 작가는 지난해 ‘Imaging House'라는 제목으로 목우(木宇)전을 가졌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는 작년 개인전보다 더 다양하고, ‘탤런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자연 그대로에 최소한의 인공을 가해 자연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조화를 이루어 제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깊은 산 속, 작은 암자가 산과 함께 조용히 어울리는 모습이랄까요. 나무 조각의 결을 따라 작업을 할 때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못 박았다. 그의 작품은 한적하며 고요하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회 ’Imaging Cross'에 대해 “목인갤러리 관장님이 제안하셨어요, 이번엔 교회이미지로 해보면 어떻겠냐고”라며 “제게 숙제를 내주신거죠.(웃음) 여기에서 'Imaging Cross'란 제목이 탄생됐습니다.”라고 즐거워했다.

서울 도시 디자인 ‘백년기획’... 서울은 ‘서울답게’

-건축가의 작품이라면 빽빽한 설계도면과 오밀조밀한 건물모형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아닌가요?

▲최승원 작가
“건축에서 예술전시를 떠올리라 하면 다들 어렵게 생각하죠. 우리나라에서는 건축가의 예술작품이나 문화상품은 접하기 힘듭니다. 예를 들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스테인드글라스나 알바알토의 꽃병, 또 맥킨토시 의자가 건축가의 예술품, 문화상품이라 할 수 있죠. 저 역시 ‘건축가의 문화상품’ 개발에 노력 중인데, 브로치나 문방사우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만들어 그걸 대량생산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브랜드화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건축가에게 집 설계를 맡겼는데, 생활해보니 집이 너무 불편해 수정해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러자 건축가는 ‘그럼 왜 자기에게 맡겼느냐, 이건 내 작품이라 수정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건축가의 ‘작품실현’과 ‘고객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민가에 관심이 많았어요. 민학, 민가를 공부하며 우리나라 건축가들이 나갈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죠. 건축가의 ‘작품화’ 욕심은 민학, 민가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대체 건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서구적 교육에서? 외국잡지에서? 건축가들은 사람의 사회생활, 풍습, 자연, 문화를 바탕으로 건축이 탄생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변과 어울려야 진정한 건축이죠”

 최승원 작가는 서울 도시 디자인에 대한 ‘백년기획’을 갖고 있다.

 “전 서울은 ‘서울답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백년기획’을 가지고 서울을 꾸며나가면 100년 후에 서울이 그 나름대로 아름답고 멋있는 도시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답게’하는 건, 다시 강조하지만 주변과의 어울림이 중요합니다. 서울은 궁들, 민가, 인사동 거리와는 조화를 이루면서도 또 그 옆에는 현대적인 건축물을 그대로 짓고 있죠. 서울이 발전을 하더라도 뿌리는 두고 발전을 해야 된다 생각해요. 서구적인 것을 그대로 따와 판에 박은 듯, 그런 건축물은 서울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 곧 그것이 ‘서울은 서울답게’ 꾸며나가는 것이죠.”

신영옥 작가가 레이스 직물로 창작한 ‘천상의 꽃’

 신영옥 작가 작품의 주된 소재는 레이스 직물이다. 섬유 설치작가로서 작품에 우리나라의 전통을 담는 작업을 해온 그가 어떻게 해서 다분히 서양적인 ‘레이스’를 이용해 작업할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신영옥作 <천상의 방1>, 2011, 61x113.8cm

 “저에게 소중한 분이시자 제 은사님의 사모님이시기도 한 분이 계셨는데, 어느 날 그 분 댁에 갔더니 한 귀퉁이에 보따리 하나가 있었어요. 그 안에는 사모님께서 50년대부터 만들어 오신 오래된 레이스들이 있었죠. 비록 변색되고 낡아 끊어져있었지만 그건 바로 사모님의 삶 그 자체였어요. 그 순간 저는 새삼 레이스가 참으로 글로벌하고 개성 있는 직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레이스를 두 보따리나 얻어 돌아왔죠.(웃음) 레이스를 이용한 작품의 영감은 바로 그때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사모님 병세가 악화되고 저는 그 레이스를 이용한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사모님께 보여드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어요.”

 신 작가는 2008년 5월 레이스로 조그마한 소품 몇 개를 만들어 전시한다. 전시 반응은 뜨거웠다. 신 작가 작품이 사람들의 레이스에 대한 ‘향수’를 건드렸던 것이다.

 “사모님께 작품을 보여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는 꼭 심오하지 않더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전시는 사모님께 바치는 헌정 전시랄까요? 사모님의 삶이 깃든 그 레이스를 작품화하겠다는 것, 바로 사모님과의 약속이었고 저는 그걸 지켜냈습니다.”

 ‘천상의 꽃’, 신 작가의 이번 작품 전시명이다. 그는 레이스를 이용해 꽃 이미지를 창출하고 그것은 다시 우리나라 전통적인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우리나라 단청과 민화적 요소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어떤 이들은 한국 사람이 하면 다 한국적인 거지, 전통적이라는 표현 자체도 필요 없는 것 아니냐 하기도 했죠. 국내에서 전통적인 건 실은 그리 특별한 게 없지만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면 오히려 그들은 우리의 전통으로부터 고유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굉장히 강하게 느끼기 마련입니다. 제가 대학원졸업 후 작품 활동 시작할 때 외국 다녀온 유학생들이 한창 귀국작을 발표할 때였어요. 그 때 작품들 보러 가면 일본에서 공부한 사람 작품은 아주 일본적이고, 또 독일 다녀온 사람 작품에서는 독일냄새가 풀풀 나고. 그걸 보며 저는 역으로 ‘그럼 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작품을 외국에 가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박물관, 전통건축, 사찰에 다니면서 사진 수집하고 드로잉도 하며 연구하기 시작했죠. 순탄치 않았지만 제 작품 색깔을 고집하며 자신감 하나로 밀고 나갔습니다. 그러다보니 외국미술관에서 제 작품을 먼저 알아보고 저에게 전시제의를 하기에 이르렀어요. 최근 메트로폴리탄전시도 큐레이터가 제 작업실에 직접 와서 전시 제의를 했고, 관장은 저에게 함께 좋은 전시해보자며 편지까지 보냈죠.”(웃음)

 신 작가는 필라델피아미술관에서 작품을 1년 넘게 전시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언론은 신 작가에 대해 ‘교육적이고 역사성 있는 훌륭한 퓨젼아트’라는 높은 평가를 했다.

▲신영옥 작가
신 작가 작업실은 최 작가가 한옥의 직사각형 평면을 참고해 23년 전 직접 디자인했다. 이층 철골구조로, 지붕은 ‘평화의 의미’로 군대 막사를 재활용해 만들었다.

 “2003년에 외국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작업실을 방문해 제 작업실에 깊은 감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직사각형의 평면이 참으로 독특하다며 감탄하는 그들에게 남편이 우리나라 전통가옥에서 차용해 설계한 것이라 설명했죠.”

 직사각형은 심플하지만 멋있고 그러면서도 권위적이지 않으며 경량화된 느낌으로 최 작가의 평생 디자인의 화두다. 그런 뜻을 담아 그는 부인 신 작가의 작업실을 직접 설계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야 느끼는 건 제 작품 활동에 있어서 제 작업실이 주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 작업실은 천장이 높게 뚫려있어요. 그 자체만으로도 생각의 폭이 참으로 넓어지는 듯합니다. 작업하는데 있어서 생각의 자유로움이랄까 풍요로움을 주는 거죠. 요즘 작가들 보면 보통 지하나 창고에서 작업들 많이 하던데, 전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제가 계속 아파트에 있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겁니다. 저는 참 행복한 작가인거죠.”

“지금까지 연 전시는 모두 오리엔테이션”

-이런 두 분도 작품세계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으세요?

 “서로 분야가 다르다보니 지나치게 관여하거나 다툼날 일이 없네요. 서로의 작품을 즐기고 존중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 게획에 대해 물었다.

 “저는 지금까지 전통건축을 현대화하는데 열중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직사각형평면이나 단청의 색감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이번 작품도 전통건축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나오게 된 거죠. 이번 전시에서 한옥의 부품들, 한옥의 형상들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들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이와 연계된 작품 활동을 계속 할 예정이에요”-최 작가

 “제 나이 이제 예순을 넘겼지만, 지금서부터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모두 오리엔테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외국전시에 최선을 다하고 살아오는 동안 참으로 바쁘고 힘들었어요. 그러다보니 국내 쪽에 소홀했고요. 7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작품 활동의 흐름이 그대로 준비되어 있는데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국내에서 저의 첫 작품부터 지금까지의 작품을 총망라해 전시를 하고 싶네요.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한자리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일단은 미국에서는 조만간 할 거 같습니다.”-신 작가

 인터뷰를 마치고 최 작가가 무언가를 내보였다. 기자가 지난해 그의 전시에서 봤던 것과 같은 그림 한 편이었다. 수채색연필로 그린 그림은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람을 바라보는 최 작가의 진심이 따스하게 담겨 있었다. 신 작가도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가 자갈돌을 본 떠 직접 만들어 돌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브로치였다. 한없이 맑은 기운을 전하는 두 작가. 전시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도 이 맑은 기운을 함께 하길 기원한다.

 두 작가의 전시는 10월 19일(수)부터 11월 1일(화)까지 목인박물관, 목인갤러리 신관, 목인갤러리 본관에서 열린다.  최승원 작가의 '기도의 집'은 목인박물관과 목인갤러리 신관에서, 신영옥 작가의 '천상의 꽃'은 목인박물관과 목인갤러리 본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목인갤러리 : 02-722-5055) 


최 승 원   Choi Seung-won

서울특별시 종로구 출생
홍익대학교 공학부 건축과, 동환경대학원 환경설계학과 건축설계전공 졸업

개인전
2011 기도의 집 Imaging Cross, 목인박물관·목인갤러리, 서울
2010 木宇목우 Imaging House, 목인박물관·목인갤러리, 서울
1986  건축작품전, 본백화점 문화홀, 안양

단체전
2011 서울건축문화제 건축가스케치전, 서울공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홀, 서울
       안과군의安果軍義 집사람전, 안양아트센터
2010 서울건축문화제 건축가스케치전 서울의단편, 서울100년의꿈 Seoul-A Century of Dreams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홀, 서울

수상
2000 대한건축학회, 작품상
1998 아시아 건축사협회, Arcasia 골든메달

교육경력  
홍익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안양대학교 겸임교수, 고려대학교 강사 역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회 평의원

 


신 영 옥   Shin Young-ok

충청북도 제천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동대학원 공예도안과 졸업

개인전
2011 천상의 꽃, 목인박물관 목인갤러리, 서울
2008 여운, 목금토 갤러리, 서울
2002-2003  뉴질랜드미술관 순회전
2000 心底의 律 내일의작가, 성곡미술관 내일의작가 서울
1980-1998 독일, 캐나다, 일본, 미국 한국전

특별전  
2008   미와 학습,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 미국

국내 단체전
2010 태극太極 순환 반전의 고리전, 고려대학교 박물관, 백주년기념삼성관, 서울
2008 성곡 내일의 작가들, 성곡미술관, 서울

국제 단체전
2009 제25주년 국제텍스타일 아트, 그라츠, 오스트리아
2008-‘09  현대목판 1870~ 현재, 해머미술관, 로스앤젤레스, 미국
2007-‘09  흙, 나무, 종이 : 한국미술을 위한재료전, 필라델피아미술관,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