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꽃비 내리던 날’ 작가 홍기용
[인터뷰]‘꽃비 내리던 날’ 작가 홍기용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10.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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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었던 붓 다시 든 그는 행복한 작가

홍기용 작가는 그리고자 하는 현장에 직접 간다. 북한산 높은 곳에 올라 도봉산을 그려내고 경북 청송 주산지를 샅샅이 훑어 이를 담아냈다. 그저 멀리서 풍경화를 담아내고 잘 찍힌 풍경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닌, 그는 직접 발품을 파는데 이를 두고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라고 했다. 그는 학교와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꺽은 붓을 다시 들어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림만 그리겠단다. 단지 배우고 잘하는 게 미술이고 고맙게도 자기에게 투자할 시간이 생겼다는 이유다. 평창동 반달 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초대전을 여는 홍기용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가 홍기용(52)은 홍익대 미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작품 활동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화가들이 안이하게 작품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멀리서 보이는 경치나 사진작가들이 힘들게 찍은 사진을 작품으로 그대로 옮기거나 하는 것은 진실성이 빠진 거죠. 저는 직접 경험하고 산에도 올라가 그린다는 신조를 갖고 있죠. 도봉산 작품은 북한산 칼바위에서 보고 온 풍경이고 주산지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배경지인데 직접 가서 그렸죠. 좋은 구도를 잡기 위해 산행도 하고 현장의 감각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작가를 비난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한 가지 틀에만 잡혀서 그것만 그리려는 작가들이 있어요. 근데 아무리 깨끗한 물도 고여 있으면 썩죠. 소재의 변화도 주고, 기법 면에서도 다양하게 변화를 줄려고 해요.

꽃비가 내리던 날 작품은 물감을 흩어 뿌리는 기법을 쓴다.

-물감 등 안료에서 어떤 재료를 주로 사용하나요?
재료는 유화를 쓰죠. 두텁게 바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캔버스 짤 때도 아교칠을 하고 거기에 테라핀을 입히죠. 이는 물감이 잘 먹게 해요. 제가 요즘 그리는 꽃비 시리즈에서 물감을 위에서 뿌려요,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 잭슨 폴록이 흘리기 기법을 사용해 작가의 내면 세계를 표현한 것처럼 저도 다양한 방법으로 물감을 뿌려 저의 예술 세계를 표현하려 합니다.

-개인전은 몇 번 했나요?
첫 번째 개인전은 홍대 석사학위 청구전이에요. 여러 사정이 있어서 붓을 꺾었다가 지난 2000년도부터 그림을 다시 시작했어요. 지난해에 갤러리 루벤에서 개인전을 했고, 이번 ‘꽃비가 내리던 날’ 반달 갤러리 초대전은 세 번째입니다.

-붓을 꺾었다니요?
네. 그림을 왜 그리지 않았느냐고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죠. 홍대 미대와 홍대 대학원을 졸업했지만 미술학원에 강사로 오래 있었어요. 입시생들 가르치다 보면 밤 시간이고, 그림을 할 시간이 없었죠. 그림 안 그리더라도 이렇게 강사로 수입이 생기니 안일한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강사도 수명이 짧아서 나오게 됐고, 지금 52살 나이에 얻은 건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겠구나... 이게 맞더라고요. 내가 잘하는 건 그림뿐이다. 다시 붓을 잡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림을 손에서 놓는 일은 앞으로 죽어도 없을 겁니다.

학원과 학교에서 빼앗겼던 시간을 다시 찾은 홍기용 작가. 그는 꺾었던 붓을 다시 든 그는 행복한 작가라고 전했다.

-꽃비시리즈 다음에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저도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웃음). 미래의 계획을 세워놓고 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림이 막히잖아요? 그러면 그 그림을 그냥 내버려두죠. 몇 년 지나서 할 수도 있고, 북한산 저 그림도 어떻게 풀어 나가야 되나 답답해서 멈췄다가 다시 그리는 거예요. 전시회하기 얼마 전에 그림을 다시 꺼내봤어요. 여기에다 꽃비시리즈 마냥 뿌리면 어떻게 될까 하고 했죠. 나이프나 붓보다 낫더라고요. 어떤 기법으로 밀고 갈지는 그림을 그려놓고 하염없이 쳐다봐요. 그러다가 떠오르면 밀고 나가죠.

-롤모델 작가가 있다면?
작가로서는 미켈란젤로에요. 대학교 다니면서 미술사적으로 보면 다 가치 있는 사람들이고 굵직하게 자기 이름들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저는 전데, 이런 생각이 들었죠(웃음) 90살에 죽을 때까지 남들이 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을 해왔고, 작업량과 작품으로는 그 사람처럼 될 수 없죠.

-작품 성격이 형성 됐나요?
제 나이가 52세에요, 아직은 안됐죠(웃음) 제 그림이 어떻게 변할지 저도 몰라서, 완전하게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가는 길입니다.

-다음 전시계획은요?
내년에 인사동에서 합니다.  작가라면 구체적으로 1년에 한 번은 발표해야죠. 그림 판매도 중요하지만 1-2년에 개인전을 한 번씩 해야 돼요. 전시 계획이 잡혀야지 그림을 열심히 할 동기가 생기잖아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어요. 어떤 소재에 영감을 받아서 할 지 모르겠고... 과천대공원 장미 축제에 갔더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미들이 만발했었죠. 작년에는 연꽃시리즈로 그렸고, 인물은 남의 얼굴이니 안 팔리더라고요(웃음) 이율배반적이지만 판매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자체가 저에게는 맞지가 않는 것 같아요. 꽃비시리즈처럼 뿌리는 방법으로 곧 하고 싶은 작품이 나올 겁니다(웃음)

홍 작가는 북한산과 주산지 저수지 등을 직접 찾아가 현장을 스케치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