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 문화적이지 못한 강정마을 문화재 조사
[컬쳐칼럼] 문화적이지 못한 강정마을 문화재 조사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1.10.07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 강정마을은 자연환경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생태마을이다. 특히 물이 맑아 은어 산란지가 형성되어 있고 각종 산호초와 원앙이 있고 멸종위기인 솔잎난이 자생하는 곳이다. 이곳의 중요한 의미 때문에 국가지정인 천연기념물 442호, 천연보호지역, 생태계보전지역, 해양보호 구역 외에 유네스코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 등 무려5개 항목의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그리고 제주도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고고학적으로 제주 북부에는 용담동, 삼양동 유적이 중요했고, 제주 남부에는 강정마을에 선사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많았다.

 제주 해안에는 수 천기의 당집이 있다. 즉 제주는 신의 나라이다. 고대부터 척박한 영토에서 농사보다는 바다로 나가 채집을 하며 생활하던 제주도민에게는 유독 바다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물질을 나가는 그들은 구천을 떠도는 영혼들에게 자신의 안녕과 무사귀환을 기도하며 애원했다.

 강정마을의 구럼비바위는 1.2km의 제주에서 유일한 단일 용암바위이다. 중간에 용천물이 흘러나온다. 이곳의 물을 떠다가 바다를 향해 기도한다. 기도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그러다 지치면 따뜻한 바위에 등을 대고 깊은 하늘을 본다. 이 구럼비바위는 제사를 지내는 제단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숭례문 같은 국보도 아닌데 문화재로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는다고 한다. 아니다 육지의 우리에게 숭례문이 국보이지만 제주 강정 사람들에게는 구럼비바위가 국보일 수 있다.
즉 문화재는 처해 있는 상황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진정성에 따라 중요한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상 개발현장에서 문화재가 출토되면 유적 보존을 위해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한다. 그러나 해군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으며, 공사강행에는 무자격 전문가들이 공사를 해도 좋다는 단 한 줄의 서명만이 있을 뿐이다.

 무자격 전문가들이 서명한 결과물에 의해 한 나라의 국책사업인 해군 기지공사가 진행된다면 국가의 자격이나 명분도 없어진다. 국군은 영토를 지킴에 있어 문화유산을 잘 지켜야하는 것도 임무 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중요한 유적이 발굴되어도 제주 강정에 해군기지를 만들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 제주 강정 마을의 발굴조사에는 중대한 법적 오류가 있다. 첫째, 국가(문화재청)는 지방정부에 “위임의 사무”라는 법령에 의해 많은 권한들을 지방정부에 위임했다. 따라서 제주와 서귀포는 모든 문화재행정을 파악하고 있어야하지만 완전히 넋을 놓고 해군에 의해 끌려다니고 있다.

 둘째, 문화재청은 문화재사업에 있어 상피조건과 제척사유에 해당되는 기관이나 인사는 참여를 금하고 있다. 발굴회사의 임직원은 문화재위원이나 전문위원을 금한다.(문화재 위원회 규정).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의 임원과 책임연구원들은 제주도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이며 유적이 발굴되고 있는데 공사를 허가한 전문가들 중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의 임원이었다. 이것은 제척사유에 해당되는 것으로 발굴 조사 과정에서 일부 구역은 유물이 없으니 공사를 해도 좋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모두 무효이다.

 셋째, 지표조사 결과도 읽어보지 않고 유물이 없다면서 공사허가를 한 것은 전체적인 강정의 문화유적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이며, 문화재조사 후 고고학자, 인류학자, 민속학자, 지질전문가, 역사학자, 고건축학자 등의 전문가 합동회의에서 유적의 유무와 가치에 대해 결론지어야했다.

 특히 <개구럼비당> 등과 같은 민간신앙의 대상물 등이 있으므로, 개발 시에는 이러한 민속 전통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으나 해군과 제주도는 보존조치는 하지 않고 포클레인으로 마구잡이로 깨고 있으며, 구럼비바위와 개구럼비당은 20m 이격되어 있다고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몸에 심장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심장을 싸고 있는 우리 몸은 중요하지 않은가? 구럼비바위의 넉넉한 바위안에 개구럼비당이 존재하는 것이다.

 당집만 중요하고 당집이 서있는 터는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인데 문화재는 해당 건조물과 그것을 싸고 있는 터도 모두 포함한다. 제주 강정에 고고학이라는 이름의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