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행(使行)을 다녀온 화가들' 테마전
'중국 사행(使行)을 다녀온 화가들' 테마전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0.24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내년 1월15일까지 전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테마전 '중국 사행(使行)을 다녀온 화가들'을 개최한다. 2011년 10월 27일부터 2012년 1월 15일까지 서화관 회화실에서 열리는 이번 테마전에는 조선 사행단이 중국을 다녀온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는 서화 33점이 출품된다.

▲사로삼기첩

사행은 외교적 임무를 띄고 중국 등에 파견되는 것을 말한다. 중국에 파견된 조선 사행단의 규모는 정사, 부사, 서장관, 역관, 의관, 화원 등 정관 30여 명을 포함해 3백 명 내외에 이르렀으며 조선시대를 통틀어 총 500여 회에 걸쳐 중국에 파견됐다. 이번 전시는 사행단에 속해 중국의 예술과 문화를 직접 접하고 수용하면서 활발하게 교류했던 화가들을 특별히 조명코자 기획된 것이 특징.

사행을 다녀온 화가들은 새로운 문화를 직접 접하여 사행의 여정과 문화교류의 결실을 그림으로 남겼다. 화가가 사행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세 가지였다. 도화서 소속 화원화가들은 선발과정을 통해 사행단에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그들은 주로 사행의 여정을 그리거나 입수가 어려운 그림과 지도를 베껴 그리는 일 등을 맡았다. 강세황(1713-1791)처럼 화원이 아니어도 정사나 부사의 직책으로 다녀왔던 문인화가들도 있었다. 그 외에 김정희(1786-1856)처럼 삼사가 특별히 데려갈 수 있었던 자제군관 자격으로 다녀온 화가도 있었다.

▲영대기관첩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사신의 영접과 수행,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에서는 조선과 명 관리들이 사행을 통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그림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사행은 중국의 정치외교적 상황에 따라 육로로 가기도 했고 해로로 가기도 했다. 명이 수도를 북경으로 천도하면서 육로로 가던 사행길이 명나라와 후금이 패권을 다투던 시기에는 육지에서 벌어지는 각축전을 피해 바닷길로 바뀌였는데, 바닷길 사행은 훨씬 더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항해조천도>는 1624년 인조 등극을 인준받기 위해 떠난 이덕형 사행단의 일정을 따라 그 여정을 기록한 그림이다. 선사포에서 배를 대고 출발하기 위해 이동하는 조선 사신들의 행렬, 등주에 도착한 후 육지로 이동하여 북경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풍경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 외에 중국 사신이 왔을 때 조선의 문사들과 화가들은 그들을 수행하면서 시문을 나누고 요청하는 그림을 그려주면서 활발하게 교류했던 양상도 볼 수 있다.

제2부 '사행을 통한 조선후기 문인들의 회화활동'에서는 일흔이 넘어 평생을 간절히 꿈꾸던 사행을 떠나게 된 강세황이 생생한 사행의 현장을 담은 역작 '사로삼기첩(槎路三奇帖)'과 '영대기관첩(瀛臺奇觀帖)'을 선보인다. 부사 강세황이 산해관을 지나 북경에 이르기까지 지나는 길에 접한 풍경을 화폭에 담고, 함께 갔던 정사 이휘지(1715~1785), 서장관 이태영(1744~1803)이 함께 시를 읊어 시화첩으로 꾸민 것이다. 화원화가 이필성(생몰년 미상)이 심양관을 그려오라는 영조의 명을 받들고 사행단을 수행하면서 그려온 '심양관도첩'(명지대학교 LG연암문고)도 함께 선보인다. 1759년 영조와 정순왕후 가례도감의궤에 참여하는 등 화원화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이필성의 유일한 현존작이며, 왕실의 요청으로 제작한 사행기록로서의 면모를 강세황 시화첩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

제3부 '조청 교류의 장, 사행과 문인들'에서는 조선 지식인들의 ‘병세의식’, 즉 다른 지역에 살고 있지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에서 출발하여 청나라 지식인들의 생활방식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한층 활발해지는 조․청 교류를 살펴본다. 이러한 교류의 중심에는 경화세족과 역관이 있었는데 이를 상징하고 주도하는 인물이 바로 추사 김정희(1786-1856)였다. 김정희가 연행을 통해 사제관계를 맺은 옹방강(1733~1818)의 영향과 역관 이상적(1804~1865)과의 관계 속에서 '세한도(歲寒圖)가 그려지게 되고, 이상적이 연행길에 중국에 가져가 많은 중국 문사들의 발문을 받게 된 맥락 속에서 연행을 통한 조청 교류의 산물로서 '세한도'를 조명했다. 또한 중국 사행의 경험과 교류의 결실이 주체적으로 종합되어 조선 후기 사회가 지향하던 이상사회의 모습을 읽어볼 수 있는 작품으로 '태평성시도'를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개최하는 작은 전시지만 조선시대 사행을 다녀온 화가들이 남긴 회화 작품을 통해 생생한 사행길의 현장을 느끼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고 수용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