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박쥐를 구해주세요!'
'멸종위기 박쥐를 구해주세요!'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0.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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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물원, 10월28일부터 3일간 박쥐알리기 캠페인

올해는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정한 ‘박쥐의 해’이다. 서울동물원은 2011년 박쥐의 해(Year of the Bat)를 맞아 멸종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Together With Bats “박쥐를 구해주세요!!” 캠페인을 벌인다.

▲서울동물원 야행관에 서식하고 있는 박쥐

뭉툭한 코와 커다란 귀, 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어둠 속을 다니는 동물이기에 일반인에게는 징그럽고도 두려움의 대상인 박쥐이지만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구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동식물 다섯가지’로 꼽힌다. 산소를 만들어내는 플랑크톤, 지구의 청소부인 곰팡이, 꽃가루를 옮기는 벌, 인류진화 연구에 통찰력을 제공하는 영장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브라켄 동굴에 사는 2000만 마리의 박쥐 집단은 하룻밤 사이에 한 마리당 10g씩, 모두 200t의 곤충을 먹어치운다. 어떤 박쥐 종류는 한 시간에 모기 1000마리를 잡아먹기도 한다. 자연계의 강력한 살충제인 셈이다. 박쥐의 더 큰 역할은 꽃가루를 옮기는 것이다. 바나나·망고·빵나무·복숭아·대추야자·무화과의 꽃가루를 옮긴다. 북미지역에서만 박쥐가 농업분야에 기여하는 가치가 연간 229억 달러(약 25조원)에 이른다.

박쥐는 야행성으로 주로 밤에 활동하면서 나방같은 해충을 잡아먹는다. 서식처는 대개 동굴이나 낮에는 어두우면서 안전하고 한적한 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박쥐를 멸종위기에서 보호해야하는 이유는 단순한 종의 보존만이 아니라, 박쥐가 멸종되었을 때 이 동물의 역할을 대신할 동물이 없기 때문이다. 박쥐는 밤에 활동하는 나방 같은 해충을 잡아먹으며 자연생태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올빼미 같은 맹금류도 야행성으로써 해충 등을 잡아먹지만, 개체활동의 비교에서는 박쥐를 대신할 정도가 못된다.

우리나라에는 100여종의 육상 포유류가 있다. 그중에 박쥐가 24종이다. 그런데도 법적 보호종으로 지정된 것은 토끼박쥐, 작은관코박쥐, 황금박쥐 등 단 3종 밖에 안된다. 박쥐 보호를 위해서는 좀더 광범위한 보호종 지정으로 박쥐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영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많은 종류의 박쥐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 인간의 오해와 무지 탓에 박쥐가 숨을 곳은 점점 줄고 있다. 전세계 박쥐 5종 중 1종 꼴로 이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박쥐의 서식지인 동굴 입구 또는 갱도 등이 유실되어 박쥐 서식공간이 부족해지고, 주변 농경지에서 농약 사용이 급증하면서 박쥐의 서식환경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황금박쥐로 알려진 붉은박쥐(오렌지윗수염박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지만 21종 중 다른 3~4종도 멸종됐거나 멸종위기에 처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서 2011~2012년을 ‘박쥐의 해’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박쥐를 늘리기 위해서 서식처인 동굴과 폐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인공 박쥐집의 설치가 필요하며, 사람들의 박쥐에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박쥐보호 캠페인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인 박쥐보호의 경각심을 알리는 한편,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Together With Bats  “박쥐를 구해주세요!!” 체험행사를 준비했다.

이번 박쥐알리기 캠페인 행사에서는 박쥐 타투 스티커 붙이기, 박쥐가면 만들기, 박쥐 퍼즐 맞추기 등과 함께 어두컴컴한 야행관을 탐험하며 동물 속에서 서식하고 있는 박쥐의 생태를 관찰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한편 서울동물원 야행관에는 지난 2006년 6월 26일 체코에서 들여온 이집트과일박쥐 44마리가 서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