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칼럼]문화계와 선거란 궁합불일치
[옴부즈만칼럼]문화계와 선거란 궁합불일치
  • 이원재/국어고전문화원 학술원장(전 경기대교수)
  • 승인 2011.11.04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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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자 게재된‘서울시장 후보 문화관련 공약비교’는 문화계가 바라보는 정치권의 현주소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통합후보와 나경원 여당후보는 안철수 교수와 박근혜 전대표의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정치지망생들이다. 일주일 정도 앞둔 서울시장재보궐선거는 민심의 냉정한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문화란 여전히 이벤트다. 서울문화투데이 기사는 바로 이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시행정을 치적삼아 대권후보까지 뜨고 싶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애들 밥값을 뺏으려다 망신만 당하고 물러났고,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신임서울시장 또한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는 극빈층과 아이들을 구출하려는 야권과 ‘업적 쌓기’외에 관심조차 없는 기득권의 싸움이다. 문화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궁합불일치는 어쩌면 문화와 정치권간의 운명인 셈이다. 혹 악연이라고 말해도 할 말은 없다.

바로 아래 사진기사에는 지난 5일 폐막된 대종상영화대상에서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박해일씨와 김하늘씨가 보인다. 이 시상식은 개막전부터 말이 많았다. 아니 더 살펴보면 오랫동안 영화팬들로부터 형편없는 심사로 나눠 먹기식 수상자발표로 연명한 한심한 영화축제로 낙인찍힌 상태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종상 영화 시상식은‘부당거래’와‘써니’로 큰 인기를 모았던 유승범씨와 심은경씨가 배제되고 특히 심은경씨의 경우 여우주연상이 아닌 여우조연상 후보로 등록돼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뿐 아니라, '고지전'의 류승룡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서영희도 남녀 조연상 후보에서 제명됐다.

한 마디로‘그들만의 리그’속에 훌륭한 작품과 영화인재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영화팬들과 생각 있는 영화인들의 축제인 ‘MBC대한민국영화대상’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됐다. 매스컴에서는 “영화제 자체가 사라질 수 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이 영화제도 정권이 바뀐 뒤 MBC사장처럼 ‘구멍 난 난닝구’취급을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 영화대상은 지난 몇 년간 외압과 재정문제로 시상식을 중지하다 작년 말 겨우 부활했었다.

이밖에 문학&BOOKS섹션에 지난 5일 지병으로 사망한 애플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담은 ‘스티브잡스 이야기’신간소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유명MC이면서 동시에 불우했던 청소년기를 겪은 오프라 윈프리처럼 미혼모의 자녀로 태어나 지난 수 십 년간 IT계의 보이지 않는 권력자로 군림했던 스티브 잡스는 1955년 미혼모로부터 태어나 폴. 클라라 잡스부부에게 입양된 사람이다. 그러한 그의 과거는 실제 그가 일궈놓은 애플제국의 업적에 비하면 거론될 이야기조차 아니다.

1970년대 초대형 IBM컴퓨터로 여러 명이 수치계산을 집어넣고 몇몇 그림을 완성하던 때 1976년 퍼스널컴퓨터(PC) 애플컴퓨터를 세계 최초로 만들고, 1980년 무려 100만대의 컴퓨터를 판매하며 일약 부자대열에 올라선다. 뒤이어 애플 마우스, 그 뒤 신개념 MP3 아이팟, 세계 최초스마트폰 아이폰, 그리고 애플 유저들의 노트북 대용 PC를 선보인 아이패드 등을 내놓았다.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 책 내용을 잠시 읽어보면, 그의 능력은 기술적인 응용력이 아니라, 탁월한 경영마인드와 직관, 그리고 통찰력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애플사 공동창업주이면서 엔지니어로 남길 바랬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즈니악은 PC컴퓨터를 최초로 설계한 IT계의 입지적인 인물이다.

이 기사에 대해 아쉽다면 바로 위 글과 같은 내용으로 위 책 내용을 설명했다면 좀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사람들은 늘 그렇듯 ‘얼리어답터’처럼 그동안 본적도 없는 신제품에 열광하고, 책과 서평도 기존에 없는 뉴팩트가 담긴 글을 좋아한다. 따끈따끈한 기사 말이다. 흔히 잡지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속한 정보도 있지만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념품으로서의 가치다.

끝으로 드라마 평론도 기대해 본다. 지난 5일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시청자들의 호평과 화제 속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물론 출연배우들도 화려하다. 작가 군으로 인기드라마 선덕여왕과 영화 고지전 시나리오를 쓴 김영현, 박상현작가가 맡았고, 연출진은 ‘바람의 화원’과 ‘쩐의 전쟁’을 제작한 장태유 PD가 신경수 PD가 맡았다. 배우들은 더 화려하다. 어린 세종에 송중기, 세종에 한석규, 겸사복관원에 장혁, 태종 이방원은 백윤식이 맡았다. 이달 초 1회, 2회가 시작된 뒤 온라인상에서 벌써부터 화끈 달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