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동진 통영시장 “윤이상 선생, 오길남씨 가족 월북 권유는 사실이 아니다”
[인터뷰]김동진 통영시장 “윤이상 선생, 오길남씨 가족 월북 권유는 사실이 아니다”
  • 홍경찬 기자
  • 승인 2011.11.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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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선생의 관련 문화예술은 지속돼야 하고 지켜져야 할 또 하나의 국가이다”

[서울문화투데이 홍경찬 기자]‘신숙자 모녀를 북한에서 구출하자‘라는 문제로 “윤이상은 통영의 딸을 팔아넘긴 통영의 반역자”,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의 북송, 윤이상의 가족과 딸의 추방”등을 내세우며 연일 인터넷과 신문 지면에 도배되고 있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윤이상 선생이 오길남씨 가족을 회유해 북으로 보낸 장본인으로 몰아 세우고, 통영시에서 시행하는 모든 윤이상 관련 기념사업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사실 이 논란은 통영 현대교회 방수열 목사와 신숙자 남편인 오길남씨와 그 관련 단체, 통영 출신 신숙자 씨 모녀의 구출 운동으로 시작됐다. 신 씨 모녀의 구출 운동을 주도하는 방수열 목사와 일부 언론은 윤이상 작곡가가 이들 오길남씨 가족에게 북한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 통영시 도천동 윤이상 공원에서 1995년에 작고한 윤이상 선생 16주기 추모제가 열렸고, 또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지난달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통영에서 열리고 있다. 

 몇 년만에 통영에서 윤이상 선생의 제사를 지내려는 유가족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유가족의 부인인 이수자 여사와 딸 윤 정 윤이상평화재단 이사는 통영의 한 시장에서 제사상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몰려드는 취재진을 피하느라 통영에서 제사도 지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통영의 분열로 치닫는 이 사건에 대해 통영시의 수장인 김동진 통영 시장을 만나 윤이상 선생과 오길남씨 사이의 정확한 의견과 견해에 대해서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김동진 통영 시장과의 일문 일답.

 <윤이상 선생의 오길남 가족 월북 권유는 사실이 아니다>

▲ 김동진 통영시장은 "윤이상 선생이 오길남씨 가족에게 월북 권유는 사실이 아니다. 윤이상 선생이남긴 독일 교포 신문인 한민신문에 실린 글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북한에 감금되어 있는 신숙자 모녀 구출운동으로,  분란이 통영에서 일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윤이상 작곡가'가 왜 핵심에 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신숙자 모녀 구출입니다. 국내외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근데,  신숙자 모녀가 어떤 연유로 북한의 요덕 수용소에 갇혀 있는지 남편인 오길남씨의 증언만이 현재 유일한 증거입니다. 그는 1986년도 독일 유학중에 공부를 해서 40대 중반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습니다. 부인인 신숙자씨는 독일에 간호사로 일하다 오씨를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생활비는 신숙자씨가 벌고 남편은 공부를 했는데 부인이 간염에 걸려서 건강이 여의치 않아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오씨가 특별한 직업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북측에서 좋은 자릴 제공한다니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함께 자진 월북을 했고요, 대남 방송 활동도 했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오씨에게 독일에 와있는 유학생 부부들을 회유해 동반 월북시키라는 지령을 내렸는데 그때 오씨가 가족을 남겨두고 코펜하겐으로 나온 후 혼자 탈출한 배경입니다. 오길남씨도 가족을 두고 나왔으니 답답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윤이상 선생을 만나 뵙고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윤이상 선생이 신숙자 모녀의 사진과 육성테이프를 오씨에게 가져다 줬습니다. 여기까지가 팩트(사실)입니다. 

 -그러면 오길남씨 가족 월북이 윤이상 선생의 권유가 아니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네. 윤이상 선생의 권유로 가족이 월북을 했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오길남씨는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입니다. 북에 가고 안 가는 것은 오직 본인 판단이죠, 자기 결정이고 자기 책임입니다. 윤이상 선생의 월북 권유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재 북한에 4만여 명의 이산가족이 있는데 감상적으로 흐르면 안 된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윤이상 선생이 오길남씨 가족에 대해 남긴 유일한 증거가 있습니다.

 독일에 한민신문이라는  교포신문이 있습니다. 거기에 윤이상 선생이 그 당시 오길남씨 가족 상황을 육필 원고로 남겼는데 그 원본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적힌 그대로 ‘오길남씨가 찾아와 가족이 북에 있으니 구출해 달라 요청을 받았다. 내가 평양에 가면 가족들 안부를 물어 오길남에게 알려 주기로 했다. 북측 담당자에게 가족을 구출해 달라 요청을 하니 일주일 만에 답이 왔는데, 오씨는 북에서 차관급 대우를 받았다. 북한의 법치를 위반해 탈북했다. 다시 월북해서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가족을 되돌려 줄 수 없다’ 이렇게 통보를 한거죠. 북측에서 보면 오길남씨는 배신자이죠. 가족사진과 육성이 담긴 자료는 독일 베를린에 와서 오길남씨에게 전해줬습니다. 

 신숙자 모녀 구출에서 다른 건 전부 다 묻히고 ‘윤이상 권유로 월북했다’ 이것만 문제 삼으니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작곡가 윤이상 관련 문화예술도 지속돼야만 하는 것인 또 하나의 국가이다>

▲ 김동진 통영시장은 "신숙자 모녀 구출 서명에 직접 참여했고 인권 차원에서 반드시 구출 해야만 한다. 그리고 통영국제음악제와 관련된 모든 기념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된 국가사업으로 지속적인 시행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숙자 모녀 구출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작곡가 윤이상 관련 사업을 중지하란 요구도 있습니다. 어떤 방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도 신숙자 모녀 구출 서명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인권 차원에서 신숙자 모녀를 구출 해야만 하고 통영의 아들인 윤이상 선생도 두 번 죽일 수 없습니다. 제 입장은 분명합니다. 여러분 혼돈 하지 마시고 이데올로기로 끌고 가지 마십시오. 신숙자 모녀 구출로을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로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통영국제음악제 관련 사업은 2002년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전 윤이상 선생의 모든 행적을 아는 상태에서 추모 관련 사업이 시행됐습니다. 윤이상 선생의 공과(功過)는 다 공개된 상태입니다. 다시 이 사업이 불거진 신숙자 모녀 사건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거는 안 맞다는 겁니다. 통영국제음악제와 관련된 모든 윤이상 기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된 국가사업이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