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칼럼]박물관 1,000관 시대. 대학 박물관의 발전과 우려
[박물관칼럼]박물관 1,000관 시대. 대학 박물관의 발전과 우려
  • 윤태석 박물관협회 기획실장
  • 승인 2011.11.1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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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태 석(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
박물관 1,000관 시대.
이를 주도했던 것은 대학 박물관이었다. 1928년 문을 연 연희전문학교박물관(연세대학교박물관의 전신)을 기점으로 1934년에는 고려대학교박물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박물관이 1937년에는 이화전문학교박물관(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이 각각 개관함에 따라 대학 박물관은 서막을 열게 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대학 박물관은 1955년 ‘대학설치기준령’이 제정되면서 제도적으로 대학에 박물관 및 과학관을 설치하도록 권장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대학설치기준령’은 종합대학교에 박물관과 과학관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개정(1967년)되었으며, 정책당국에서는 대학자체적으로 대학 박물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는 재원을 뒷받침하기위해 대학 등록금에 일정액의「박물관 비」를 징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학 박물관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또한 1970년대에 들어서는 국토개발과 각종 토목공사의 붐을 통해 유적 조사와 발굴이 이루어지면서 고고, 역사학적인 자료는 물론 민속, 미술자료를 수집하여 박물관화 하고자하는 것이 대학 운영자들 간에 보이지 않는 유행으로 번졌으며, 이러한 분위기는 대학 박물관 설치운동으로까지 확산되었다. 당시 대학 박물관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1982년 ‘대학설치기준령’이 전부개정(개정 및 시행 1982.12.31, 대통령령 제10983호)되면서 박물관 설치조항이 삭제되어 대학 박물관의 제도 및 정책적 활성화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또한, 1984년 제정된 ‘박물관법’과 박물관법의 폐지 후 1991년에 제정된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이하 ‘박미법’)에서는 조항에 따라 적용된 부분적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는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전면 개정되어 2000년 2월 9일부터 시행된 ‘박미법’(법률 제5928호) 제3조 박물관의 구분에 대학 박물관이 포함되면서 보다 세부적으로 적용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강제적이거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어서 결과적으로 대학의 자율적인 노력 없이는 무의미한 조항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대학 박물관은 제도적으로 설치 권장, 의무, 형식적 적용의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 114개관에 이르고 있다. 이는 설립?운영되고 있는 대학(교)대비 박물관비율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높은 비율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 박물관의 전체적인 활동은 걱정스러울 만큼 저조하며, 대학별 활동의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제도적 장치에서 누락되면서 평가지표는 물론 대학 운영자들에게서 조차 관심에서 멀어진 죽은 공간으로 전락하였다. 중요한 교육과 문화 인프라로서의 가치를 잃게 되면서 그 활용과 이용에도 관심 밖의 대상이 되었다.       
  몇 년 전 꽤 알찬 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모 대학에서 전 학년이 듣는 박물관학 강의를 할 때의 일이다.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박물관을 몇 회 가보았는지?’를 조사해 본적이 있다. 수강인원 80명중 68%정도의 학생이 소속 학교 박물관을 단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1~2학년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고학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심지어는 학교 내에 박물관이 없다고 하는 학생까지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당시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그 대학 박물관은 그나마 정기적으로 개최하던 기획전마저 끊긴 상태에 있음을 볼 때 그 현상은 더 심화된 것으로 짐작되어 딱하기 그지없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박물관을 제외하고는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박물관도 적지 않다. 경희대학교의 경우 대학은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을 제외한 국내 단일기관 중 박물관시설이 가장 많을 뿐 만 아니라 활동에 있어서도 역동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고?역사와 전통미술, 민속자료를 중심으로 한 중앙박물관, 자연사를 테마로 한 자연사박물관, 현대미술품을 주 소장 자료로 하고 있는 미술관, 대학 정체성을 살린 한의약박물관, 컬렉터의 기증을 통해 조성된 고지도 전문 혜정박물관, 끝으로 천문대 등이 그것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대학 박물관의 중요성을 선도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려대박물관, 이화여대박물관, 숙명여대박물관, 한양대박물관, 서울대박물관, 연세대박물관, 단국대박물관 등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건물을 신?증축하고 컬렉터로부터 기증을 받아 신규박물관을 설치하는 등 능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대학 박물관의 문제점과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저희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이래 ‘박물관은 지식의 보고이자 산 교육장’이라는 데 가치를 두고, ‘박물관 기행’이라는 타이틀로 매 호마다 한 면을 할애해 꾸준히 국내 박물관 소개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한국박물관협회의 윤태석 기획지원실장이 독자여러분께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칼럼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실릴 글은 박물관의 현황과 제도․정책․ 체계․ 지원 ․활동․ 국제 분야에 대한 내용을 총 20 여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 약력>

▲경희대대학원 사학과 미술사전공 박사 수료 ▲국민대대학원 문화예술학과▲박물관학전공 박사 수료▲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역임 ▲숙명여대대학원, 국민대대학원 강사 역임

[저서]▲(공저)한국박물관 100년사 ▲국립중앙박물관,한국박물관협회▲(공저)박물관교육의 다양성/문음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