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보물섬' 제주이야기 소개
'세계의 보물섬' 제주이야기 소개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1.2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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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숨겨진 몽골보물을 찾아라 "안개 속의 얼굴"

제주도가 지난 11월 12일, 세계 7대 자연경관의 하나로 선정되어 “세계의 보물섬”으로 다시 각광을 받게 됐고, 우리 모두가 환호했다. 

▲제주도를 다룬 책 '안개 속의 얼굴'이 관심을 끈다.

그런데 저 세상에서 우리 못지않게 기뻐할 미국인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제주도에 숨겨진 몽골 제국의 보물을 찾는 모험소설 <The Face in the Mist>(1926, 안개 속의 얼굴)를 통해서 제주도를 서양에 소개했던 호머 헐버트(Homer B. Hulbert, 1863-1949)다.

헐버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어교사이자 선교사로 우리 국민의 계몽을 위해 헌신했고, 고종황제의 밀사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는 등 우리나라의 국권회복을 위해 기여했던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헐버트가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2권의 책, <The Face in the Mist>(1926: 안개 속의 얼굴)와 <Omjee the Wizard>(1925, 마법사 엄지)의 저자이며, 남다른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분이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안개 속의 얼굴>은 1900년, 의화단 사건으로 약탈의 도시로 변한 베이징에서 시작된다. 이곳의 황실도서관에 몽골의 마지막 황제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암호문서가 숨겨져 있으며, 미군 리처드 판햄 중위는 중국인 환관과의 격투 끝에 암호문서를 차지한다. 환관은 벙어리지만, 거인이다.

제주도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단서라고 확신한 판햄은 해군 사관생도 1명, 부사관 1명과 함께 배를 빌리기 위해서 제물포로 간다. 주한미국공사관에서 해군무관으로 근무했던 판햄은 그곳에서 우연히 옛 사환이던 필선이를 만나며, 그의 도움으로 두 명의 형제 사공과 배를 구해서 제주도로 출발한다. 한편, 암호문서를 빼앗긴 중국인 환관도 판햄 일행의 뒤를 쫓아 제주도로 향한다.

제주도에는 산에서 말을 사육하며 사는 몽골 제국의 후예들과 해안에서 어로작업을 하며 사는 토속 한국인이 거의 교류를 하지 않고 살고 있다. 6명의 판햄 일행이 안개 낀 제주도에 도착해 처음 만난 사람은 목화라는 이름의 처녀이다. 그녀는 17세기,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이 한국 여인과 결혼해서 낳은 자식의 후손이다. 출중한 미인이자 지혜로운 여성인 목화는 해안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

목화의 도움을 받은 판햄은 기지를 발휘하여 사찰과 비밀통로로 연결된 동굴에서 보물을 발견한다. 그러나 목화를 납치해 결혼하려는 곽이라는 성을 가진 악질 난쟁이가 훼방을 놓으며, 일본 해군, 중국인 환관, 환관이 고용한 해적들이 제주도에 나타나 보물을 찾으려고 한다. 판햄 일행은 모두를 따돌리고 보물을 차지하지만, 그 과정에서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저자 헐버트는 이 책에서 뛰어난 작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는 우리의 불교문화 및 굿을 비롯한 민속문화들을 생동감 있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 제주도의 전설을 통해 독자들을 신비의 섬 제주에 몰입하게 만든다.   

“제주도는 보물섬 이상의 섬이다. 제주도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기원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주는 섬이며, 그곳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남인도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한라산은 이다(Ida: 소아시아 북서부 산맥의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성소)나 올림포스만큼이나 많은 전설이 숨 쉬고 있는 곳이다.”

특히 헐버트는 이 책에서 중국인의 간계와 일본인의 한국 침략 야욕을 폭로하는 한편, 목화라는 한국 여성의 고귀한 삶을 통해서 한국인과 한국의 참모습을 미국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한미양국의 영원한 우정을 염원하고 있다.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시점에서 한 번 읽어 봄직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