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선 개인展 - 관심(觀心)
강미선 개인展 - 관심(觀心)
  • 김영찬 기자
  • 승인 2011.12.0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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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와 닮아있는 집요하고 은근한 작가의 내성 담겨

화병에 꽂힌 가지런한 꽃송이, 장식이 거의 없는 단정한 주발, 거짓없이 소박한 모양의 과일, 색도 말도 없이 묵묵히 둘러쳐진 기와들. 모두 작가가 그려내는 것들이다.

▲강미선작 '배', 2010년 작품이다.

한지의 결과 형상을 자연스레 만나게 하거나, 도판(陶版)에 구워내거나 간에 일련의 형상들은 정갈한 풍취로 그윽하다. 작가의 성품 그대로 과장 없이 곧은 겸손한 손맛들이 그대로 전해진 탓이리라.

한지와 수묵의 질료로 빚어내는 작가의 그림은 때로는 한지의 속성으로 하여 때로는 붓질의 운행으로 하여 정갈하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특징으로 한다.

“그는 한지를 여러 겹 발라 올리면서 한지의 고유한 물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시도를 지속한다. 결이 거친 종이를 몇 차례 발라 올리면 표면 자체가 불규칙한 작은 돌기들로 마치 화강암의 표면과 같은 재질을 보인다. 그는 이 위에다 이미지를 시술하기도 하고, 화면 전체를 은은한 수묵으로 다진 후에 이 위에다 이미지를 올리기도 한다. 따라서 그의 화면은 약간 투박하면서고 깊이를 지닌 한지의 물성이 두드러지게 구현된다.” 오광수의 이러한 설명처럼, 작가는 한지에 대한 애착과 적극적인 실험을 꾸준히 해오면서 질료적 속성을 스스로 응용하며 자신의 빛깔을 만들어왔다. 가장 부드러운 지점에서부터 가장 질긴 생명성을 발현해내는 작가의 집요하고 은근한 내성이 한지의 그것과 닮아 있다.

작가는 자신의 도판이 결코 일상의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상의 물상으로서의 대상성 뿐 아니라 작가의 인연들 가운데 매개적 상황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다기(茶器), 식기(食器), 화기(花器) 등과 같이 일상에서 함께 하는 기물(器物)이자, 가까운 지인들이 만져온 흙이라는 질료의 친숙함이 매체의 확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성품대로 작업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더라도 결코 특정, 한정된 질료만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표현에의 유연성이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한지와 도판이라는 매우 다른 질료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간결하고 단순한 형상화나 정서적 전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한지에서 붓이 가져다주는 긴장과 집중이 도판에서 불과 함께 드러나는 발색에의 기다림과 여유로 전이하거나 상호 순환하면서 더 깊이 자신에로 집중하게 한다.

12월1일부터 14일까지 소공동 롯데백화점 12층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