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덕수궁명칭변경공청회에서 이런 일도?
[현장스케치]덕수궁명칭변경공청회에서 이런 일도?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1.12.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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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이냐 경운궁이냐 논란 뜨거워

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 대강당에서 펼쳐진 덕수궁 명칭변경 공청회 자리는 보도 자료와 관련책자가 모자랄 정도로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첫 번째 순서인 발제부문은 이민원 교수와 홍순민 교수가 진행했다. 대부분은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 덕수궁명칭변경공청회 토론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김태식 연합뉴스 기자.

3시부터 토론회가 시작되고 취재기자들 중 본지와 조선일보 기자만 남고 대부분은 취재를 마치고 떠났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본지대표는 ‘공청회 하이라이트는 토론’이라고 언급했지만 ‘설마 그럴 리가’하는 생각으로 지켜봤다.

이날 토론참석자 8인중 가장 눈에 띈 전문가는 김태식 연합뉴스 문화부 기자다.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기자는 발언 중 간헐적으로 ‘육두문자’를 써가며, “덕수궁은 중국 남송시대 고종이 25년간 사용한 거처로서 조선의 태조와 태종이 상왕이 되고 사용된 곳으로, 구한말 고종이 강제퇴위 뒤 사용한 이유도 조선 태조처럼 상왕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완용의 형 이윤용과 일제외압으로 빚어진 덕수궁 명칭변경 주장은 억지”라며 찬성 측 입장을 반박했다. 

김태식 기자는 최근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된 ‘덕수궁 명칭변경움직임은 과거사 청산부터 하자며 일말의 합리성도 근거도 없는 주장’이라며 “찬성론자들의 입장은 역사환원주의와 과거사청산을 기반으로 한 욕망이 내재됐다”고 지적했다.

이때부터 졸고 있거나 차분히 지켜보던 시민들이 토론회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입구에서 영상촬영 중 “드디어 터졌다”라고 수군 댈 만큼 지루했던 토론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서영희 교수는 “김태식 기자 다음 순서로 나온 죄”라고 운을 떼고, “앞선 발제에서 이민원 교수가 발언한대로 ‘1907년 일제에 의해 고종이 강제로 퇴위 당한 뒤 궁내부 대신 이윤용이 이러한 고례를 전거로 올린 궁호’라면, ‘덕수’(德壽)라는 명칭 자체에 거부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서교수는 “덕수궁이라는 궁호를 일본측이 직접 정한 것이 아니라해도 일본에 의한 강제퇴위가 고종에게 ‘덕수궁 태황제’라는 칭호를 올린 계기가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덕수궁’이라는 명칭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라고 환기시키며 김태식교수와 이민원 교수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3시간 30분으로 예정된 공청회가 지정토론자들의 토론이 끝난뒤 자유발언 및 질의 시간에서는 방청석 곳곳에서 질문과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김태식 기자가 토론중 발언했던 ‘명성황후 호칭 폄훼’ 비난도 있었다. 이뿐 아니라 시민발언중 목을소씨(72)가 “덕수궁명칭변경을 경운궁이 아닌 연경궁으로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이렇듯 많은 논란과 관심속에 진행된 덕수궁명칭변경 공청회는 주최 측인 문화재청이 자료영상으로 입구에 설치한 카메라 런타임이 3시간 50분을 가리키면서 막을 내렸다. 입구를 나오는 8명의 토론자와 2명의 발제자들은 아쉬운 듯 ‘장소를 이동해 따로 대화하자’고 말하는 등 할말이 많은 채로 공청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