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코너] 사막의 포플러
[에세이코너] 사막의 포플러
  • 정민디 수필가
  • 승인 2011.12.0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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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비사막을 보러 몽골에 갔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떠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비현실적인 초원풍경이 나타났다. 시간 도 공간도 모호한 길이었다. 하긴 현실이 지루해서 그곳에 가긴 했다. 끝이 없는 하늘 닿은 어딘가에 비가 내리고 무지개가 자주 떴다. 이정표 없는 길을 달리고 달려도 유목민들과 게르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사막화가 가속되어 초지가 적어지니 양, 말 등의 먹이가 줄어들어 유목민이 사라지고 있었고, 몽골 인구의 반이 환경난민이 되어 수도 울란바토르에 산다.

 

 많은 사람들이 몽골에 나무를 심으러 간다는 것을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됐다. 그 프로그램에 나랑 같은 비행기를 탔고 같은 숙소에서 아침밥을 먹은 유명인들이 6년 전 사막에 심었던 포플러나무가 잘 자랐는지 보러 간 것을 방영했다. 싱싱한 포플러 이파리들은 살랑살랑 바람에게 말을 전하고 있었다. 포플러가 6년 동안 잘 자라면 물이 부족해도 자생할 수 있다한다.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한국 여자대학생들이 1년 동안이나 현지인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는 것도 보여줬다.

 산림청은 지난 2007년부터 오는 2016년까지 128억 원을 들여 몽골 고비사막과 인근 룬솜지역에 3000ha 규모의 산림과 양묘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400ha에서 조림을 마쳤다. 산림청은 사막화 지역에 단순히 나무만 심는 데 그치지 않고 몽골의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조림교육을 시키거나 전문가들을 현지에 파견하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일기 변화, 무분별한 개간 등이 사막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토양이 침식되고 모래가 집적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식물이 완전히 파괴 된다. 이로 인해 인류에게 필요한 식량생산의 기반이 무너지고 황사 등의 2차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00년대 이후 서울에서 황사가 발생한 날의 수는 연평균 12.4일에 이른다. 1980년대 연평균 3.9일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무려 3배로 늘어난 것이다. 황사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과 몽골지역에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막은 물론 이렇다 할 모래벌판 하나 없는 한국이 사막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고비사막은 시시각각 다른 색을 발하는 아름답고도 신비한 곳이었다. 신기루의 허상을 알게 됐고, 오아시스라 불리는 작은 샘에서 양들이 물을 먹는 것도 보았다. 사구 능선을 올라가니 모래폭풍이 휘몰아쳤다. 눈에 모래가 들어가고 온 몸을 얻어맞은 다음에야, 이렇게 광폭한 속도와 힘의 황사가 한국까지 가고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들은 얘기가 사실이라고 믿겨졌다. 사막만 보고 나무 한 그루 심을 생각을 못한 나는, 한국의 황사주의보가 내려도 마스크를 착용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