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 너희가 문화인인가?
[컬쳐칼럼] 너희가 문화인인가?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1.12.07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택견·줄타기·한산모시가 인류무형유산 등재되었다. 반갑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든다. 인류가 전통적으로 향유해왔던 놀이와 문화들이 항상성으로 유지되지 못하고, 철저한 관리와 제도에 의해 보존과 지속성을 유지 받아야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또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등재만 관심이 있고 다른 사람들의 등재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보도조차 안하는 언론이 더 문제다. 문화란 특히 전통문화는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로 접근하고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집단주의나 조직이기주의로 표출되어서는 더더욱 곤란하다. 문화적이란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다양성의 넓은 이해와 소수자문화와 전통을 존중할 줄 아는 문화민주주의가 토대가 되어야한다.

 우리의 문제는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전통문화는 결코 신비로운 것이 아닌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생활을 아름답고 처절하게 예술로 승화한 형태다. 또한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국가와 지역마다 다름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차이와 다름이 오늘날 신비주의로 둔갑해서 상업주의와 결합, 인간과 세상을 해치는 사악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관리할 국가와 전문가들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전통문화 계승자인 소위 인간문화재들은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문화재청과 심사위원인 전문가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최선을 다하지만, 지정 후에는 보다 많은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큰 무대로 나가려 한다. 이때 관련 부서인 문화재청의 지침인 전승교육, 후계자 양성 등은 구차한 애물단지가 된다.

 예를 들어 중요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중 공연 종목은 공예 종목에 비해 경제적인 여유가 많다. 즉 한번 공연에 몇 백만 원씩 수입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수입이 부당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더 어려운 인간문화재와 전통문화를 계승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또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후의 권력화가 되어가는 것과 수구 보수가 되어가는 현상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화예술인들이 수구 보수화 되는 것은 집단주의, 이기주의, 권력주의, 국가주의, 조직이기주의, 사고의 획일주의만 양산될 뿐이기 때문이다.
문화 권력화 된다는 것은 연줄주의, 보스주의, 마피아화, 서열주의를 야기시키며 결국 이 모든 피해는 문화를 누려야 할 일반 시민에게 돌아간다.

 오늘날 대학의 문화예술계(전통문화를 포함한)는 문화의 진정성과 야만적인 비문화에 대한 저항을 가르치기보다는 권력과 획일화된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만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공무원출신이 문화예술기구의 이사장과 같은 책임자가 되어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되어도, 아무 비판도 못하고 충성스러운 서약만 하고 있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또 한국의 문화계가 경제적인 종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보니 인사동의 쌈지길이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포장되어진다. 나는 인사동 쌈지길 전에 작은 가게를 기억한다. 또 한옥으로 된 영진식당을 분명히 기억한다. 한옥의 영진식당은 불이 나서 사라졌다. 왜 이 한옥만 불이 났는지는 여러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 증거는 불충분하다. 하지만 작은 가게와 한옥이 사라지고 국적불명의 쌈지길이 문화적이라는 것에 나는 절대로 동의 할 수 없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에 농락당하는 한국의 전통문화거리 인사동의 한 단면일 뿐이다. 존경받는 건축가 김수근 선생이 세운상가를 설계했다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남영동에 있는 사람을 고문하고 죽게 한 건물을 의도적으로 설계했으며, 문화 권력을 누리며 독재자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