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칼럼]박물관 법령의 등장과 변이
[박물관칼럼]박물관 법령의 등장과 변이
  • 윤태석 박물관협회 기획실장
  • 승인 2011.12.0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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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기준의 제시에서 진흥으로

 

▲윤태석 박물관협회 기획실장

우리나라 최초의 박물관법은 1984년 12월 31일에 제정(법률 제3775호)되었다. ‘박물관법’이라고 명명된 이법의 탄생은 제실박물관이 일반에게 개방된 지 70여 년 만의 일로 매우 늦은 것이었다.

그간은 1949년에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국립박물관직제나 국립민속박물관직제 또 국립박물관진열품심의회규정 등 국립을 중심으로 한 개별 박물관에 대한 직제나 운영에 관한 일부 규정(규칙 포함)이 전부였다. 이러한 몇몇 국립을 제외한 그 외 박물관의 경우 그동안 국가적인 지원 육성은 물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규제하거나 개선할 법적근거가 없었던 것이다.

 '박물관법'은 전체 박물관을 대상으로 하며 설립 및 운영주체별 박물관을 한 그릇에 담아냈다는 차원에서 보면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박물관법'은 건전한 박물관활동을 위해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       

  또한 이법의 등장은 박물관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으며 박물관에 개념과 기능, 사업 등을 분명히 하여 일반 이용자들에게 인식하게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박물관을 통한 인류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은 적지 않은 역할로 받아 들여 진다.

  '박물관법'에 의해 1985년 7월 16일에 제정된 ‘박물관법시행규칙’에서는 '박물관법'의 규정(제4조: ① 박물관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다음 각호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1. 박물관자료와 그 전시·보존·관리등에 필요한 시설, 2. 박물관운영에 필요한 직원, 3. 박물관운영 및 사회교육에 필요한 시설, ② 제1항 각호에 관한 세부적인 기준은 문화공보부령으로 정한다.)에 의하여 박물관의 설치·운영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동물원·식물원·수족관인 경우에는 그 외의 시설을 더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초로 등록을 제도화한 내용이다.

  또한 박물관 자료의 수도 100점 이상을 시설은 100㎡이상의 전시실과 수장고·작업실 또는 준비실, 사무실 또는 연구실 1개 이상과 자료실·도서실·강당 중 1개 시설 이상을 전문 인력으로는 학예직원 2명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기준과 제도에서 열거한 다양한 규정들은 매우 인위적이며 비합리적인 경향도 있어, 박물관 설립자와 박물관이 담고 있는 숭고한 철학과 기능을 축소하여 가볍게 하는 부작용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제도에서 박물관은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절대적일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또한, '박물관법'이 폐지된 이후 1991년 11월 30일에 제정된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현행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이하 ‘박미법’) 역시 등록에 대해 규정은 과거의 그것에 비해 각론에서는 그 조건이 세분화되면서 완화되었지만 총론에서는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다.

  ‘박미법’ 제6조에서는 등록을 하고자 하는 자는 학예사와 박물관자료 또는 미술관자료 및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박물관법'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립 박물관·미술관의 설립 계획 승인도 신설하여 제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설립 계획 승인 조항의 신설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서 진흥이라고 하는 수식어에서 보듯 사립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지원제도를 강화하여 설립을 촉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토지를 가지고 있는 설립자에게 관계법을 통한 박물관 지원을 강화하여 사립박물관·미술관 설립을 활성화시키는데 입법 취지가 있는 것이다. ‘박미법’에 의한 설립계획 승인 없이 관을 건립할 경우 각종 법에 따른 인·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절차가 줄어든 점에서 알 수 있다.

  ‘박미법’에 의해 등록을 하거나 설립계획 승인을 신청할 때에는 공히 박물관·미술관 등록(변경) 신청서 및 자료의 목록을 제출하게 되어있다. 작성 시 등록요건에 따라야 하는데 등록요건은 '박물관법'이 자료 100점 이상만을 요구하는 단일 종인데 반해, ‘박미법’에는 박물관 등급을 1종과 2종으로 구분하여 1종은 자료 100점 이상, 2종은 60종으로 이원화 하였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또한 학예사의 경우도 '박물관법'에서는 2명 이상에서 ‘박미법’은 1명 이상으로 축소한 것은 기준의 완화를 통해 진흥이라는 취지를 살리고자 하는 조치라 하겠다.

  뿐 만 아니라 유형도 ‘박미법’에서는 '박물관법'과 달리 1종에는 종합 및 전문박물관, 미술관, 동·식물원, 수족관, 2종에는 자료관, 사료관, 유물관 등 15개 명칭을 성격에 따라 쓸 수 있게 하였으며, 시설 역시 기준이 완화되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규제완화와 진흥이라는 차원에서 박물관의 설립을 장려하여 궁극적으로는 인류문화유산보존과 국민들의 문화향유권 고양의 계기를 보다 손쉽게 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바와 같이 박물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제시로 진흥은 유도할 수 있어도 이것이 양질의 박물관을 담보하는 기준은 될 수 없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물관법'에서 ‘박미법’으로 또 몇 차의 개정을 통한 현재의 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이 법에 의해 등록되는 박물관의 최근 동향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서술하고자 한다.

저희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이래 ‘박물관은 지식의 보고이자 산 교육장’이라는 데 가치를 두고, ‘박물관 기행’이라는 타이틀로 매 호마다 한 면을 할애해 꾸준히 국내 박물관 소개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한국박물관협회의 윤태석 기획지원실장이 독자여러분께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칼럼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실릴 글은 박물관의 현황과 제도․정책․ 체계․ 지원 ․활동․ 국제 분야에 대한 내용을 총 20 여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 약력>

▲경희대대학원 사학과 미술사전공 박사 수료 ▲국민대대학원 문화예술학과▲박물관학전공 박사 수료▲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역임 ▲숙명여대대학원, 국민대대학원 강사 역임

[저서]▲(공저)한국박물관 100년사 ▲국립중앙박물관,한국박물관협회▲(공저)박물관교육의 다양성/문음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