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龍) 기운 충만한 인문학 강연 개최
용(龍) 기운 충만한 인문학 강연 개최
  • 김희연 기자
  • 승인 2011.12.15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2012 임진년 맞이 학술강연

다가오는 2012년은 임진년(壬辰年) 용의 해다. 용은 12지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면서도 "개천에서 용났다", "용꿈"과 같이 예로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용은 무엇을 상징하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14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학술강연에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다양한 주장을 내놓았다.

'용의 한중일 문화코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용띠해를 맞이해 여는 '용, 꿈을 꾸다' 특별전을 기념하여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됐다. 기조강연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맡았고,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 국립중앙박물관 이원복 학예연구실장, 광주교대 최원오 교수, 국립민속박물관 천진기 관장이 차례로 강연을 진행했다.

"자신만의 용 한 마리를 키우자!"
제일 먼저 강단에 오른 이어령 전 장관은 학술적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청중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전 장관은 강연을 통해 주로 우리 민족에게 용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설명하고 우리가 그 의미를 계승해야 함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서양의 용, 드래곤은 보통 이야기 속 주인공의 적으로 설정되어 불화하고 대립을 빚는데 반해 우리의 용은 여러 동물이 융합됐는데도 키메라처럼 징그럽지 않고 멋있게 표현되며 보통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과 같은 다문화시대에 이러한 우리 용의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은 모든 동물을 융합하면서도 이질적인 생명들 간의 공존을 이뤄내기 때문이다.

또한, 강연에 따르면 용은 단지 '존재(being)'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becoming)'되는 동물이다. "미꾸라지 용 됐다"는 말처럼 용은 제일 비천한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변화무쌍하다. 예부터 '용꿈'이 많은 민초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줬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구나 용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용은 서양의 존재론에서 한층 더 나아간 생성론을 담고 있는 철학적인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용을 주목하자는 것이 '용꿈' 꾸자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임진년을 계기삼아 우리 용의 가치를 평가하고 계승하자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어렸을 때부터 선현의 말일지라도 무조건 믿기보다는 의심해보는 것이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했다면서, "오늘 강연을 잘 듣고 모두 자신만의 용 한 마리를 키우자"라고 청중에게 권유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다양한 용의 모습 흥미롭게 보여줘
이어 정재서 교수는 용이 등장한 중국 신화·전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교수는 먼저 중국에서 용은 민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중요한 상상의 동물이라고 지적하며 중국의 고대 기록 산해경(山海經)에서부터 영웅의 조력자, 예언, 질병 치료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용의 전설에 대해 설명했다.

이원복 학예연구실장은 조형예술에 나타난 용을 주제로 궁궐·사찰의 벽화, 청자 문양, 민화 등 여러 조형예술에 나타난 용에 대해 사진 자료와 함께 해설했다. 이 학예연구실장은 용이 상상의 동물이기 때문에 창작자 마음대로 외형을 변형할 수 있어 다양하고 재미있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봤다.

최현오 교수는 한국 옛 이야기에 나타난 용에 대해 살펴봤다. 최 교수에 따르면 민담에서 용은 하늘과 땅을 오가는 소통의 존재로서 그려진다. 더불어 용이 그러한 민담을 향유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아 여러 형태의 조력자로 등장했다는 것도 강조했다.

 대모(玳瑁 : 바다거북 등껍질)로 용을 장식하고, 나전으로 구름을 장식한 이층농이다. 용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훌륭하게 된다는 속설이 있어 신혼방 기물에 용을 그리거나 새겼다.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용은 우리 민족의 희망이다."
이번 행사가 열린 국립민속박물관의 천진기 관장은 주로 용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이전까지 나온 논의를 정리했다. 천 관장은 한국의 띠 문화와 12간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 후, 임진왜란을 비롯해 기록에 나타난 임진년의 여러 모습을 훑으면서 "전체적으로 그렇게 안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천 관장은 여러 신화와 민담을 봤을 때, 용이 왕과 관련됐으며 특히 건국에 관련한 이야기에 용이 잘 등장한다고 말했다. 또 용이 풍수적으로 물을 관장하기 때문에 화기(火氣)가 강한 곳이나 비가 필수적인 농사일과 관련해 용이 많이 드러난다는 것을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천 관장은 "자기의 코가 돼지의 코를 닮아서 잘생긴 용모에 오점을 남겼기 때문에 용은 돼지를 미워한다."라는 이야기 등 간간히 재미있는 민간 속설을 인용하며 강연을 부드럽게 진행해나갔다.

▲ 동용(銅龍), 경복궁 경회루 출토, 길이 146.5,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1866년에서 1867년 사이 경회루를 중건하면서 목조 건물의 화재를 막기 위해 넣은 용이다. 풍수적으로 경복궁은 화기가 강해, 불을 다스린다는 뜻에서 경회루 앞에 연못을 만들고 그 안에 물을 관장하는 용을 넣었다.

천 관장은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이다."라는 말로 3시간에 걸쳐 이어진  행사를 마무리했다.

▲ 청룡(靑龍), 조선,  51.8x40.0 국립중앙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