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칼럼] 등록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철학과 정신까지 담아내야
[박물관칼럼] 등록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철학과 정신까지 담아내야
  • 윤태석 박물관협회 기획실장
  • 승인 2011.12.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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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등록제도는 소장 자료의 심층적이고 다원화된 가치나 설립자의 박물관에 대한 철학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타 시설의 허가, 신고, 등록제도 역시 같은 구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물관은 궁극적으로 인류공공의 자산인 인간과 그 환경의 증거물. 그것도 거의 대부분이 유일본인 박물관 자료를 수집?관리?보존하는 항구적 시설이라는 차원에서 정량적 판단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최근 문을 여는 박물관 특히 공립과 사립의 경우는 과거의 그것에 비해 설립의 배경과 과정, 등록과 이후 활동이 매우 가볍거나 저급한 측면까지 적지 않게 발견된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건립의 과정은 짧아졌고 자료는 과거 설립자에 의한 다년간의 수집과정을 보여 왔던 것에 반해 일괄 구입 등과 같은 짧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점이 그것이다. 한 점 한 점에 대해 깊은 애정과 정성 그리고 갈등. 이러한 심사숙고의 과정이 없는 수집활동은 사명감과 철학의 저농축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일부에서 드러나는 예이기는 하지만 자료역시 과거의 그것에 비해 비교적 가벼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박물관의 경우도 해당될 수 있다. 인류, 역사, 고고, 민속과 같은 것과는 달리 현대물, 기호품, 세계문물, 지역특산품, 오리지널이 아닌 모형이나 복제 또는 축소품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가 그것으로 이 역시 박물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상대적으로 깊지 못함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박물관들 중 특히 사립의 경우는 등록의 형태에서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비영리 라기 보다는 상업성이 짙게 풍기는 기업형태의 박물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미 필자가 여러 번 강조한 바와 같이 주식회사 법인으로 등록하거나 등록을 하였더라도 활동이 박물관의 고유기능을 수행한다기 보다는 상업적 활동에 치중하고 있는 듯 한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 세부 활동을 보면, 전시나 연구, 교육 활동보다는 홍보?마케팅과 단체 관람객 유치 치중, 관광업체와의 유착과 관람료의 덤핑, 지나친 상품판매 활동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박물관은 박물관에 대해 전체적으로 가치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고유기능 중의 하나인 소장품 수집활동은 물론 전문 인력이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까지 저해해 심각한 부작용이 표출되고 있다. 

 공립의 경우는 상업성은 없다 손치더라도 급조된 형식으로 문을 여는 사례가 차츰 증가하고 있어 정체성과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부실과 세금낭비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러한 문제점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하 박미법)”에서 어느 정도 통제 할 수는 있다. 등록한 박물관의 현황에 대해서는 시정 요구와 정관(停館)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국립) 또는 시·도지사(공립, 사립, 대학)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그 시설과 관리·운영에 관하여 이 법이나 설립 목적을 위반하면 시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박미법 제26조).’ 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정 요구를 받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하며, 시정 요구를 받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정관을 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시정 요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그 시설과 관리·운영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등록 후 활동에 대해 최소한의 관리 감독 권한과 의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해당 기관과 담당자는 이 규정만 충실히 이행해도 건전한 박물관활동을 담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뿐 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등록 취소사항도 ‘박미법’에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을 한 경우, 변경 등록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변경 등록을 하지 아니한 경우, 등록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여 박물관 사업을 수행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시정 요구를 받고도 이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 정관명령을 받고도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정관을 하지 아니한 경우, 그 밖에 이 법에 따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설립 목적을 위반하여 박물관자료나 미술관자료를 취득·알선·중개·관리한 경우가 그것이다. 물론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는 6개월 이내에 그 사유가 해소된 때에는 폐관조치 하지 않는다.  

 박물관은 개관이 능사는 아니다. 또한, 설립자의 가치관이나 철학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도 쉽지 않다. 그러나 있는 법령을 충실히 지키고 바로 잡아갈 때 그 운영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등록 시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법을 분명히 하여 그 성격을 가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는 등록 당국의 몫인 것이다.

저희 서울문화투데이가 창간 이래 ‘박물관은 지식의 보고이자 산 교육장’이라는 데 가치를 두고, ‘박물관 기행’이라는 타이틀로 매 호마다 한 면을 할애해 꾸준히 국내 박물관 소개를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특별히 한국박물관협회의 윤태석 기획지원실장이 독자여러분께 박물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칼럼형식으로 체계적으로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앞으로 실릴 글은 박물관의 현황과 제도․정책․ 체계․ 지원 ․활동․ 국제 분야에 대한 내용을 총 20 여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자 약력>

▲경희대대학원 사학과 미술사전공 박사 수료 ▲국민대대학원 문화예술학과▲박물관학전공 박사 수료▲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역임 ▲숙명여대대학원, 국민대대학원 강사 역임

[저서]▲(공저)한국박물관 100년사 ▲국립중앙박물관,한국박물관협회▲(공저)박물관교육의 다양성/문음사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