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칼럼] 기념과 기록(기억)
[컬쳐칼럼] 기념과 기록(기억)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2.01.1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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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190-10호 는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선교교육원이 있다. 이곳은 면적

1200여 평에 약 100여년 된 붉은 벽돌 건물이 있다. 1917년에 발간된 "경성부관내지적목록"을 보면 H. 모리스라는 서양인 소유로 등기가 되어있다. 모리스라는 사람은 1989년 우리 정부가 경인철도 건설권, 광산 개발권을 주었던 사람 이름과 동일하지만 같은 사람인지는 분명치 않다. 따라서 이 건물은 1910년대에 서양인 H. 모리스 소유의 토지로 밝혀졌다. 일제 강점기 북간도에서 활동하던 카나다 선교회는 한국 전쟁 때 거제도로 피했고, 이후 이 건물을 매입(기증)하여 활동했으며, 1970년 본국으로 철수하면서 한국기독교 장로회 측에 기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건물은 등기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때 충정로는 김옥균과 갑신정변을 계획했던 다케조에 공사의 이름을 딴 "다케조에 마찌"로 불렸으며, 주로 서양인과 일본의 식산은행, 동양척식회사 직원들의 공동주택 또는 고급주택지였으며, 해방 이후에도 서울의 부자들이 주로 살았다고 전해진다.

선교교육원 본관 건물은 건축물로서의 미학적 가치는 물론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초기 근대 건축물로서의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근대건축물이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은 카나다 선교사들의 한국인에 대한 사랑과, 그 가운데서도 기장교회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중한 건물이라는 데 있다. 말 그대로 카나다 선교사들의 억압받는 조선민들과 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교회를 위한 기도와 헌신과 수고 등 “시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은 [기억의 건물]이다. 때문에 선교교육원 건물은 기장의 역사유물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역사유물이기도 하다.

초기 역사의 개략만을 살펴봐도 카나다 선교사들의 기장교회 사랑이 얼마나 정성스러웠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해방 전, 한국교회 선각자들은 자주적인 지도력 양성과 신학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조선신학교의 태동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를 감지한 미국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자기들의 위상과 권위를 잃지 않기 위해 한국인의 자주력과 신학운동을 규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때 카나다 선교부는 진심으로 조선 사람들과 한국교회의 발전을 약속하고 스코트 박사를 조선신학교 교수로 파송하고, 한국교회의 신학운동을 지원했는데 김재준 목사가 있다. 안병무, 서남득 목사가 1, 2대 원장을 지냈고, 해방. 민중신학의 산실로 알려지고 있으며, 종로5가 KNCC 사무실과 함께 해직교수, 기자, 노동자, 학생들이 모여 토론하고, 시대의 아픔과 민족의 장래를 논의하던 곳이다. 또한 퇴학당한 학생들을 신학교육을 시켜 목사로 양성한 공간이기도 하다. 즉 선교교육원 건물은 수탈의 아픔에서 희망을 준 건물이며 외국인이 건축한 것이지만 한국의 문화재로 등록되어있다.
 
최근 문화재청이 박세리 선수의 골프채, 김연아 선수가 신고 금메달을 안겨준 스케이트화등을 예비문화재로 하겠다고 하니까, 미국제품, 이태리제품 운운하며 비난을 하고 있다.
우리는 대개 문화유산 하면 민족과 국가를 대표하며 예술성에만 집착하지만 정반대의 것도 있다. 민중이 주인이 된 민속품도 있으며, “네거티브(부정적) 문화유산”도 존재한다, 인류의 과오를 보여 주는 장소와 건물을 말하며 특정 민족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건물이나 장소(청태종에게 항복했던 삼전도비, 수탈의 상징인 조선총독부 등 일제에 의해 완성된 건축물)를 말하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바르샤바 역사 지구, 히로시마 원폭 돔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인류 역사상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일과 권력주변의 해바라기였던 미당 서정주의 양옥집, 친일파 지식인 이광수의 고택등을 보존하자는 것은 그 집과 사람들을 “기념” 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록(기억)” 하자는 것이다. 즉 “기념” 과 “기록(기억)”을 분명히 구분하고 당사자들의 모든 “공과 오”를 기록하여 역사교육의 자료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박세리 선수의 골프채가 미국산이든,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트화가 이태리산 인 것이 뭐가 문제가 되는가! 박세리와 김연아가 신고 희망을 선사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