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면-박준영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면-박준영
  • 이소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2.01.19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면

                                          박준영(시인, 국악방송 사장)

하루 24시간 그렇게 숨 가쁘게
땅바닥에 착 달라붙어 일개미로 살지라도
한번쯤은 하늘로 올라가
내가 사는 이 땅을 내려볼지니

얼마나 열심히 지지고 볶고 사는지를
더구나 그렇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굳게굳게 신앙으로 믿고 살아가는지를

드물기는 해도
서로 손 내밀고 등 두드려주며 사는 게
그게 복 받을 일이라고
눈시울 적실 일이라고 한번쯤은 스스로를 일깨우며

너 때문에 살맛난다고
당신이 계셔 내가 행복하다고
마음에 묻어 둔 말 한마디
허리춤에 꼬깃꼬깃 숨겨 둔 헌 지폐
슬며시 끄집어내듯 속삭여 줄지니

아무리 찌지고 볶느라 네 손 잡아본 일 없더라도
한번쯤은 하늘로 올라가
내 사는 세상 세월의 물굽이를 헤아려 볼지니 

 


*임진년 흑룡해 새해에는 멀찌감치 하늘처럼 저만치 서서 그야말로 “지지고 볶고 사는” 이 세상을 한번쯤 되돌아보자. 그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너는 어찌 숨 가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리도 아등바등거리며 바삐 걸어가는지 가만가만 살펴보자. 어떻게 사는 게 가장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는 길인지 “내 사는 세상 세월의 물굽이를 헤아려” 보자. 가만가만. -이소리(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