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일용 삼성카드 브랜드전략담당 차장] "브랜드는 약속, 소비자 우선해야"
[인터뷰-최일용 삼성카드 브랜드전략담당 차장] "브랜드는 약속, 소비자 우선해야"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02.06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브랜드·지자체브랜드, 실체성·정체성 필요해

 

     최일용 삼성카드 브랜드전략담당 차장(41). 그가 최근 흥미로운 논문 하나를 발표했다. ‘브랜드, 소비자, 광고모델 개성이 브랜드 태도, 구매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박사학위논문이 바로 그것.
     광고모델의 개성, 기업의 브랜드 개성 그리고 소비자의 개성은 각각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는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심도 깊은 리포트이다.
     그는 2004년 KTF 근무 당시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고구려 요금제’를 만들어 기업 이미지를 높여놓았던 인물이다. 현재 삼성카드 SNS를 담당하고 있는 최 차장으로부터 기업 브랜드의 광고부터 지자체 브랜드, 국가 브랜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일용 차장(41)
-흥미로운 주제의 논문이에요. 논문에 대한 설명 부탁합니다.
“브랜드 광고에서의 개성일치에 관한 것입니다. ‘개성일치현상’이 소비자를 어떻게 움직일까하는 의문에서 시작됐죠. 소비자의 개성과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광고모델의 개성이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를 담고 있습니다. 결론은 개성의 결합이 일치하면 일치할수록 광고 효과가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죠.
기존에는 브랜드와 소비자, 광고모델과 소비자 등 단순연결의 관계에서만 연구가 이뤄지곤 했었어요. 하지만 이번 논문에서는 두 명이 일치할 때와 세 명이 일치할 때와 같이 세분화해 결과를 냈고, 여러 사례 속에서 다양한 결론을 끄집어내어 함께 연구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개성은 어떤 관계에 있나요?
“브랜드에서 느끼는 개성이 있기 마련이에요. 브랜드명에서 나타나는 개성, 익숙함에서 느끼는 개성 등이 대표적이죠. 기업은 그 개성과 비슷한 이미지의 광고모델을 사용하는 것이 상례에요. 광고모델을 활용함으로써 기업에서 의도했던 소비자의 브랜드를 향한 태도 등이 좋아지게 됩니다”

-기업입장에선 소비자의 브랜드에 관한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요.
“소비자개성, 브랜드개성, 광고모델개성 이렇게 세 가지가 영향요인입니다. 브랜드태도가 중간변수이며, 구매의도가 최종변수라고 할 수 있죠. 너무 전문적인가요?(웃음) 하나 더 추가하자면 ‘관여도’라는 것도 있죠.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이 바로 관여도입니다.
‘관여도’란 특정한 대상에 대한 정보처리욕구 강도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물건 구매 시에 더 많은 정보를 찾고 더 올바른 선택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관여도가 높은 제품이 있는가하면 낮은 제품이 있죠.
예를 들면 휴대폰은 관여도가 높은 제품이라 할 수 있는데, 휴대폰 구입을 위해 판매 가게에 들어갔는데 원하는 브랜드의 휴대폰이 없을 경우 다른 가게로 향하겠죠. 그러나 맥주를 마신다고 할 때, 식당에 특정 브랜드의 맥주가 없다고 해서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진 않죠. 즉, 맥주는 관여도가 낮은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에서는 관여도에 따라 생산하는 제품도 달라지 게 되는 것입니다”

▲최일용 차장은 "브랜드는 약속"이라며 소비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설립됐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가브랜드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국가브랜드위원회 설립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최상위 브랜드는 대한민국, 그리고 국가브랜드를 구축하는 콘텐츠들이 있죠. 하지만 그 콘텐츠들이 얼마나 시너지를 내는지는 의문입니다.
한 국가의 브랜드를 나타내는 근간은 콘텐츠인데, 한류스타, 지역, 지자체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소비자 즉, 세계 시장과 연계시키고 걸맞은 광고모델을 잘 활용하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일치감’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기대 심리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에요. 예를 들어 소문난 맛집의 음식 맛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평가 절하하지만 생각보다 맛있다면 높은 점수를 주게 되죠.
이렇듯 기대수준에 일치하느냐 못하느냐, 좋은 쪽으로 일치하느냐, 나쁜 쪽으로 일치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적정 기대수준과 좋은 쪽의 기대 불일치를 주는 것이 중요해요. 이는 결국 외국인들의 우리나라 재방문률을 높이게 됩니다”

-최근 각 기업은 물론 지자체도 각자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에 비해 브랜드 활동으로 얻어진 결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지자체브랜드는 ‘디스크립션 브랜드’라고 합니다. 브랜드명에는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아이폰’에는 전화란 뜻이 들어가 있어요. 브랜드에 실체성이 있어야하지만 현재 지자체브랜드명들은 실체성이 약해 아쉽습니다. 미사여구를 사용하면 처음엔 보기 좋을지 몰라도 브랜드명에서 정체성을 느끼지 못해요. 예를 들어, 전주에서 비빔밥에서 착안한 ‘비벼보자’란 문구가 나왔는데, 여기까진 잘 왔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대체 뭘 비빈다는 것인지 소비자는 알 수가 없었죠.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늘 염두 해야 합니다”

-브랜드 슬로건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슬로건도 똑같은 맥락이죠. 다만 슬로건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지자체 슬로건은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슬로건은 슬로건 자체가 아닌 지역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에요. 그러므로 쉽게 알 수 있는 콘텐츠를 내세워야하고 그 다음은 지향하는 바와 메시지를 담아야 하죠. 하지만 첫 단계부터 욕심 부려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한다면 예산만 지출되고 결국 얻는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이란 도시의 브랜드제고를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해외 관광객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점은 서울은 특색이 없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전 오히려 그 점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특색이 없다는 것은 여러 가지가 함께 녹아있다는 것 아닐까요. 그 점이 바로 서울의 특색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의 인사동, 명동 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전통, 서울’이라고 내세우면 어떨까 싶어요. 전통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접할 수 있고, 동시에 아시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앞으로 브랜드 마케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떤 것이든 소비자의 관점에서 봐야합니다. 그 맥락에서 나온 것이 바로 소셜 마케팅이에요. 소셜 마케팅 콘셉트란 사회적 참여로 함께 가는 성숙된 마케팅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에서 SNS를 운영하는데 그런 모습은 은연중에 ‘우리는 소비자와 같이 가는 기업’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죠. SNS는 앞으로 더욱더 확대될 것이며, 시장의 흐름을 가를 것이라고 봅니다”

     색소폰 연주가 취미라는 그는 올해 중학생이 되는 큰 아들에게 기타를 선물했다. 둘째 딸은 요즘 피아노 연주에 빠져있다고 한다. 그는 조만간 가족연주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공부도 아직 끝난 게 아니죠. 또 다른 연구를 준비 중입니다” 학회를 통해 꾸준히 연구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는 요즘 ‘브랜드 평판’에 대해 관심이 많다. 브랜드에 관한 그의 색다른 관점이 한 기업의 소비자를 넘어선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기대 불일치를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