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그랬다. 내 고향 들녘 곳곳에 거북 등처럼 올록볼록 솟아있는 나지막한 산들을 마구 깨는 그 다이너마이트 소리가 사라진 깊은 밤. 그런 캄캄한 밤이면 우리 집 감나무 가지에는 달과 별이 걸려 우리 집 마당 곳곳을 반짝반짝 빛냈다. 그 달과 별은 우리 집 장독대도 빛냈고, 도구통 안까지도 반짝반짝 빛냈다.
그 달과 별은 내 마음 깊숙이 보물처럼 숨겨둔 그 가시나 쌍꺼풀 예쁘게 진 눈동자로 빛났고, 웃을 때마다 예쁘게 파이는 그 가시나 볼우물로 빛났다. 나는 그런 밤마다 그 가시나 눈썹이 되어 빛나는 달과 미리내에서 함박눈보다 더 많이 쏟아지는 별을 가슴에 묻으며 이 세상이 환해지는 그런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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