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먹고살기] 동시대 문화적 공감대를 견인하는, 큐레이터
[문화예술로 먹고살기] 동시대 문화적 공감대를 견인하는, 큐레이터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2.02.1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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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전공이 요구되나, 일반인도 진출가능

 

     미래의 우리 문화예술계가 건강하게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지금 문화예술계에 종사코자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그들이 미래 한국의 문화 동력이기 때문이다.

     본지 <서울문화투데이>는 기획연재를 통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총 7편을 기획했다. 그 첫번째로 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 편을 시작한다. -편집자 주

 

 

<목차>
1-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
2-게임 산업 종사자
3-무용가
4-미술·디자인 종사자
5-음악계
6-문학계
7-연극·영화감독
1-박물관·미술관 큐레이터 편

 

'파격적인 전시를 선보인다'는 홍보문구에 반해 화랑에 들렀다가, 막상 눈앞에 펼쳐진 초현실주의 전시작품을 보고 몹시 당황했던 적이 있다.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작품들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난감한 기분을 추스르고 전시장을 나가려는 찰나, 갑자기 누군가 차분한 목소리로 관람객에게 작품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를 '큐레이터'라고 소개했다. 그의 설명을 작품감상의'길라잡이'로 삼아, 다시 작품을 봤고, 그제서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여가시간이 크게 늘면서, 각종 문화예술콘텐츠를 일상에서 소비하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 또한 커졌다.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미술관·박물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 그 기능이 확대되고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큐레이터’라는 해당기관 종사자들의 직업적 가치 또한 상승하고 있다. 여성부 및 노동부에서  큐레이터를 전도유망한 직업으로 선정함에 따라. 큐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청년들의 열기가 뜨겁다. 본지에서는 갈수록 호응이 높아가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집중취재하고, 큐레이터가 되기를 소망하는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큐레이터’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전시작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다른 말로 ‘학예사’라고도 한다. 활동영역에 따라 미술관 큐레이터와 박물관 큐레이터로 구분한다.

사람들은 큐레이터들이 우아하게 전시관을 누비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이다.

큐레이터는 라틴어 ‘큐나토리아’에 어원을 둔 단어로,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큐레이터는

▲전시회의 성공적인 관객유치를 위해선 '전시'를 어떻게 홍보·안내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큐레이터는 이를 집중적으로 고려해 '전시'를 기획한다.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충실하게 자기 삶에 반영한다. 전시에 관련한 거의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전시기획, 섭외, 작품선정, 전시홍보, 전시관 세팅, 관람객 안내와 같은 업무수행에 있어서 한 치의 실수도 용납이 안된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전시회’ 전체를 망칠 수 있는 만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 사람이 담당하는 업무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에 강도 높은 노동을 수행하며, 특히 소규모 전시관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종로구 동성동에 있는 갤러리 ‘정미소’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이은주씨는 “큐레이터들은 보통 낮에는 전시와 관련된 공식적인 업무를 하고, 밤에는 개인적인 공부에 집중하거나, 저술활동에 매진한다. 전시오픈 준비 막바지에는 전시장을 세팅하기 위해 밤을 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그들의 바쁜 일상을 짐작케 했다.

 

▲박물관 큐레이터는 우리 문화재의 보존·관리에 앞장서는 '역사 지킴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 큐레이터뿐만 아니라, 박물관 큐레이터들도 다양한 업무를 본다. 박물관 전시를 기획·관리하고, 유물 및 유적을 발굴하기 위해서 지방이나 외국으로 출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 이미 훼손된 문화재를 다시 복구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현존하는 문화재의 가치를 평가하고,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격조건이 필요할까? 큐레이터는 ‘고도의 전문성’과 매우 집약적인 ‘지적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고학력 전공자들이 이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박물관에서는 사학, 미술사학, 예술학, 민속학, 인류학, 큐레이터학 전공자들을 선호한다. 특히 미술관 큐레이터를 희망하는 경우에는 미술실기를 전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예술대학원이나 미술대학원에서도 예술경영학과, 미술관학과, 박물관학과 등 큐레이터 업무 관련학과 등이 많이 개설됨에 따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학예사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다. 크게 1·2·3급 정(正)학예사 자격증과, 준(準)학예사 자격증으로 나뉜다. 준학예사 자격증을 따려면,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경력인증대상기관에서의 실무경력 1년이 필요하다. 반면에 관련학과 석사학위 취득자가 2년의 실무경력이 있으면, 3급 정학예사 자격을 받을 수 있다. 이후의 2급과 1급으로의 자격 승급은 일정기간의 경력이 인정되는 기관에서 근무한 뒤, 자격증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만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학예사자격증’ 시험제도의 시행 이후, 몇몇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충분한 의논과 검토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경청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흔히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언급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다. ‘고도의 전문성’ 이라는 말이다. 단순히 그들이 고학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부문을 주도하는 핵심세력으로서 기획·정책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큐레이터의 주된 업무 중에는 전시 기획서쓰기, 작품평쓰기, 팜플렛만들기 등이 있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분야의 지식을 전부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분야에 대한 자료수집과 연구를 부지런히 진행해 나가야 한다. 국제 전시회·국제 세미나를 개최를 대비해 다양한 외국어 구사능력을 길러야하며, 많은 실무경험을 통해서 비즈니스 감각도 길러야 한다. 아울러 사업적으로 사람을 자주 만나는 업무의 특성상, 생각하는 바를 분명하고 조리있게 표현할 수 있는 뛰어난 언어구사력이 요구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좋은 품성도 큐레이터의 자질 중 하나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큐레이터’는 고학력·고스펙 취업자이다. 그러나 여기서 큐레이터 채용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 큐레이터 이은주씨는 “보통 한 기관 당, 한 명 정도만 신입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높은 경쟁률로 인해 취업자체가 무척 어렵고, 업계에서 신입 큐레이터를 채용하는 경우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바로 실무능력과 경험이기 때문에 각 개인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보통 ‘정식 큐레이터’로 채용되기 전에, 인턴·어시스턴트로 현장실습을 하며 일을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인턴·어시스턴트의 연봉과 처우가 열악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 큐레이터는 가치있는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당대의 문화적 공감대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직업이다.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 큐레이터들에 대한 복지와 지원을 강화해 우리의 전시문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학예사자격증을 따려면…?

△시행기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실시한다. 소관부서는 문화관광부

△시험과목
준학예사 시험: 필기시험에 의하되, 공통과목은 객관식으로 선택과목은 주관식으로 시행한다.
 -공통과목 : 박물관학 및 외국어(영어/불어/독어/일어/중국어/한문/스페인어/러시아어/및 이탈리아어 중 1과목 선택
-선택과목 :고고학/미술사학/예술학/민속학/서지학/한국사/인류학/자연사/과학사/문화사/보존고학 및 전시기획론 중 2과목 선택 

△시험방법
-정학예사(1급/2급/3급): 박물관 미술관 학예사 운영위원회의 서류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명의의 자격증 부여한다.
-준학예사 : 준학예사 필기시험에 합격한 자에 한하여 실무경력 등에 관한 박물관·미술관 학예사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명의의 자격증 부여한다. 

△합격기준
-준학예사 시험은 매과목 100점 만점 기준의 매과목 40점 이상과 전과목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이다.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