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현대무용가 안은미] 파격...파괴로 무대 녹이는 열정의 춤꾼
[인터뷰-현대무용가 안은미] 파격...파괴로 무대 녹이는 열정의 춤꾼
  • 인터뷰 이은영 편집국장/정리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2.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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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위해 삭발, 원색 강렬함 즐겨

지난해 11월, 본지 <서울문화투데이>가 주최·주관한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현대무용가 안은미. “상이라는 건 항상 모르고 있다가 받으니 깜짝 선물 같아 기분은 좋더라고요. 더군다나 제가 하는 일이 ‘문화’라,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수상은 의미가 남다르네요. 더욱더 잘하라고 주신 보약 같아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서 호평 받아

안은미컴퍼니는 지난해 8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 국내 최초로 공식 초청돼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한 ‘프린세스 바리-이승 편’을 무대에 올리며 관객은 물론 영국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당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와 프로그램 책자에서는 ‘프린세스 바리’를 비중 있게 다뤘고, 영국 일간지 헤럴드(The Herald)는 “놀랍도록 훌륭한 공연”이라며 극찬했다. “에든버러는 작은 도시인데도 극장이 수 백 개가 있더라고요. 관객들은 처음 접하는 타문화에도 진지한 시선으로 알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어요. 문화로 숨 쉬는 도시랄까요” 그녀는 에든버러의 활기가 부러워 질투가 나기도 했다고 한다. “공연 후 관객들이 반응이 정말 놀라웠어요. 자기들은 여태껏 이런 걸 본 적이 없다며 ‘아름답다’는 말만 계속 하더라고요.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렸다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바리'의 한장면

그녀의 신작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관객과 어르신들을 무대에 세워 화제가 됐었다. “어르신들 뵈면 너무나도 건강하신데 사회는 마치 그분들이 곧 돌아가실 것처럼만 생각하니 그것에 대해 반기를 들고 싶었어요. 인생의 끝을 마지못해 기다리는 대기실 같은 삶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에너지를 담고 싶었죠. 어르신들의 ‘막춤’ 무대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그녀는 늘 춤과 삶에 대해 고민한다고 한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그 연장선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이 작품은 안무자가 아닌 타인의 몸을 기억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해준 첫 작품이에요. 상호적으로 영감과 자극을 주는 작업이었죠”

이렇듯 그녀는 삶을 이끌어나가는 강한 에너지를 담은 작품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댄싱마마파티’는 일명 ‘야외 나이트클럽축제’로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아티스트들이 참여했던 시민축제이다. 어르신들에겐 활력을, 청소년들에겐 자유를 전해주는 축제로, 오는 4월 다시 개최할 예정이라 한다. “할머님들에게 청춘을 특이하게 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두 시간 넘게 무대에서 안 내려오시는데, 그 모습에 깜짝 놀랐어요. 또 잠깐이나마 아이들 숨통도 트이게 해주고 싶었고”

어린 시절의 안은미는 꼭 지금과도 같았다. 가만히 앉아있는 법이 없었으며, 혼자서도 잘 놀았다. 심지어 친구와 놀더라도 친구에게 행동을 지시하며 상황을 연출하며 놀았다고. “저는 어렸을 때 가만히 앉아있으면 죽는 건줄 알았어요. 사방팔방 뛰어다녀야 살아있는 것 같았죠. 그때에도 노는 것은 보통내기가 아녔는데, 친구랑 놀 때면 ‘내가 이렇게 말하면 너는 그렇게 행동해라’하며 시나리오를 짜줬거든요. 저 혼자 놀 땐 모노드라마 한 편 찍었고요.(웃음)”
이렇듯 어린 시절 그녀의 홀로 익혔던 학습법과 놀이법이 오늘날의 그녀를 만든 것이다.

1988년 설립 이후 안은미컴퍼니가 지금까지 달려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 현대무용은 사람들에게 생소했고 것을 타개하는 건 오롯이 그녀의 과제였다.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예술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맨땅에 헤딩’하듯 닫힌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혹은 문이란 애초부터 존재치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성과는 제법 빨리 나타난다. 1988년 서울예술고등학교 무용경연대회 지도자상을 시작으로 1990년 제12회 서울무용제 연기상, 1991년 MBC 창작무용 경연대회 우수상을 수상한다. “현대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선두에 서서 예술문화가 가진 의미를 ‘요란하게’ 알리는 작가로 살 수 있었던 게 좋았습니다”

단원들과 함께 진정성담은 무대 올릴 것

지금도 후배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그녀는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상업적 코드보다는 개인의 메시지가 더 많이 들어있기에 자연스럽게 경제적으로 배고파지죠. 하지만 우리 단원들이 춤이 좋아 남았다고 한 말에 비록 다수가 알 수 없는 진실일지라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쉽지만 감동 없는 길을 피해 먼 길을 돌아왔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가치를 공유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당장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진 몰라도 그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값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순수한 창조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게 전 수많은 작품을 해왔어요. 그 안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로 지금도 공연할 수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은미가 '프린세스 바리'를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녀는 1992년, 나이 서른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당시 예술문화의 최첨단은 뉴욕이었어요. 현대무용이라는 게 원래는 무엇이 어떻게 공연되는지 궁금해 ‘원산지’로 가서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왜 이런 걸 생산해낼 수 있었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쏟아지는 문화영양분들 사이에서 그녀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었다. “오히려 서울보다 훨씬 더 여유로웠어요. 저 혼자 가만히 둘 수 있었어요. 내가 과연 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죠”
그녀는 뉴욕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8년 ‘별이 빛나는 밤’으로 뉴욕타임즈로부터 “눈부신 상상력과 재치로 가득 찬, 마술 같은 환상을 주는 무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같은 헤어스타일을 20년 넘게 고집하고 있다. “편해요 그리고 저에게 제일 잘 어울려요” 그녀도 다른 모양의 머리를 해봤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패션스타일과 맞지 않더란다. “하나를 버려야했어요. 그래서 머리를 버렸죠.(웃음)”

그녀가 머리를 밀면서까지 지켰던 그녀의 패션스타일 또한 비범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는 원색의 강렬함을 좋아한다. “대학 입학 후 아르바이트해서 빨간 재킷을 샀어요. 아니 그런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때부터였어요. 원색만 찾아다녔죠” 그녀는 입었을 때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옷을 좋아한다. “존재감의 증폭이 느껴지는 색이 좋아요. 정신 바짝 나는 색이랄까요”

춤에 내 자신 그대로 담아내

그녀는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나 똑같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은 그녀와 맞지 않다. 그래서 그녀의

▲'LET ME CHANGE YOUR NAME'에서…

무대는 자연스럽고 정직하다. “안은미가 춤이고 춤이 안은미에요. 둘을 떨어뜨려 생각해본 적도 없고, 춤을 직업이라 생각해본 적도 없는 걸요” 그런 그녀는 작품준비에 여념이 없다. “일단 6월까진 공연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을 듯해요. 그리고 신작 준비도 해야 하고, 10월쯤엔 독일공연 가게 될 것 같아요” 

자신은 ‘무용가 안은미’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말하는 그녀. 이제는 뭐가 되고 싶다는 꿈은 없지만 그저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단다. “사심 없이 혼자 걸어가는 게 초심입니다. 계속 자연인으로 남고 싶어요”

사람들은 ‘진짜’가 아닌 다른 걸 자꾸 따라가려고 한다. 중심이 변하면 냄새가 고약해지기 마련인데 그건 예술에서나 사람에서나 마찬가지이다. 그녀의 말처럼 삶을 이끌어나갈 에너지만 있다면 어떠한 모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녀는 자신에게 들러붙는 그 무엇을 떼어내고 오늘도 연습실로 향한다.

■수상 경력
2011 제3회 서울문화투데이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
2009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코파나스 상
2005 한국현대무용반세기 '뮤지움' 이사도라상
2002 뉴욕문화재단 안무가상
1999 맨하탄 예술재단 안무가상
1998 뉴욕 문화재단 안무가상
1991 제1회 MBC 창작무용 경연대회 우수상
1990 제12회 서울무용제 연기상
1988 서울예술고등학교 무용경연대회 지도자상
1984 제3회 신인 발표회 신인상
1983 제2회 전국대학교 무용경연대회 문예진흥원장상

■활동 경력
1988-현재 안은미 컴퍼니 예술감독
2007-2009 하이 서울 페스티벌 '봄축제' 예술감독
2000-2004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역임
1995-2000 마샤 클락 무용단 단원

■안무 경력
2010 명동예술극장1주년기념 초청공연 '심포카 바리-저승편' 안무, 출연
 
2009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 기념공연 '백남준 광시곡' 안무, 출연
     오스트리아 생폴텐 페스트슈피엘 초청 '토끼는 춤춘다' 안무, 출연
     독일 하이델베르그 '토끼는 춤춘다' 안무,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