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문화도시 서울! 아니 공구리 도시 서울!
[Culture Column]문화도시 서울! 아니 공구리 도시 서울!
  •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 승인 2012.02.2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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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도시의 기본 요건은 오래된 기억들과 흔적을 쉽게 지우지 않는 것이다. 서울은 백제와 조선의 수도부터 현재의 수도까지 1400여년을 이어오고 있다.


전 세계 237개 국가의 수도 중에 1400년, 아니 600년을 넘게 메트로폴리탄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런던, 파리, 이스탄불 등 10여개 정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도시를 떠올려보며 서울을 생각하면 암울하기 짝이 없다.

한양도성 안의 역사·문화경관은 궁궐을 제외하면 아예 없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며, 특히 서울의 도시경관은 국적도 없는 공구리(콘크리트의 일본 말)가 판치는 토건자본의 먹이에 불과하다.

더 한심한 일은 이런 공구리 공화국을 만들면서 땅 밑에 어떠한 유적이 있는지 조사도 안한것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서울의 건축은 지하를 파기보다는 건물을 지을 터에 흙을 덮어(복토)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시공을 했기 때문에 조선시대 건물흔적은 대부분 땅속에 모두 남아있다. 특히 종로와 중구가 가장 잘 남아있다.

그러나 한양도성의 4대문 안은 한국전쟁 후부터 2003년까지 지하철공사와 대형건물공사를 하면서 발굴조사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2004년 필자에 의해 장대석(조선시대 관아건물의 기단에 사용되었던 화강암) 발견을 신고한 종로1가 청진동의 르메이에르 건물 신축지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가 시작이었다. 이후 종로에서 건물을 신축할 때는 발굴조사를 하고는 있으나, 원칙과 기준이 없다보니 발굴조사를 하는 곳과 안하는 곳이 엉망으로 뒤엉켜있다.

설령 발굴조사 후 유적이 발견되어도 보존하는 것과 밀어버리는 것에 대한 기준과 원칙, 형평이 없다. 또한 대자본이 건축을 하면 보존이 안 되고, 약자인 개인(시민)이 건축을 하면 보존하는 결론이 더 많다.

경복궁 서쪽, 서촌마을에 해당하는 통의동일대는 영조가 태어난 창의궁터가 지하에 묻혀있다. 따라서 이곳은 창의궁터의 보존과 역사적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위해 지하 공사가 금지시 되는 지역이다.

2008년 8월 통의동 35-2와 2008년 12월 통의동 35-43의 소유주는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음식점을 내기위해 건물 구조 변경을 신청했다. 조사를 해보니 창의궁터 유구가 발견되었고, 건물주는 지하를 포기하고 지상만 짓기로 했다. 그나마 발굴조사비는 국고로 지원되는 기준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이해 못할 일이 벌어졌다. 경복궁 바로 옆 대림미술관 입구인 서울 통의동 35-32번지에(소유주 : 홍석현, 아름지기 사옥터) 신축건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창의궁유적이 발견되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위의 통의동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보다 상태와 가치가 좋았다. 당연히 보존을 해야 했고, 설사 창의궁터를 후대에 조사한다고 해도 지하를 못 파게하는 메트공법으로 지상 건물만 지으면 되는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발견된 유구를 모두 이전하고 지하공사를 하게 해줬다.

통의동 주변의 음식점과 주변 주택이 재건축하려 할 때 지하를 파려하면 못하게 하더니 참으로 이해 못 할 일이다. 궁궐 문화재 주변 재건축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전문가 검토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궁궐 건축전문가가 검토했는가. 아니다 네 명 중 선사고고학, 근대건축 전문가가 검토했으며 나머지 두 명은 발굴회사 소속 전문가들이다. 즉 네 명 모두 자격이 없다. 참석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은 아름지기에 자문을 자주 하는 전문가이다.

결국 시험문제를 내고 자기가 푸는 형국이며, 또 다른 전문가는 검토당시인 2011년 11월에 삼성화재가 추진 중인 인사동 초입의 옛 민정당사(대성셀틱)를 헐고 용도미상의 건물을 신축하는데 발굴허가를 수주하기 위해 그가 속한 발굴회사 대표가 영업을 하던 시점이었다.

서울이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도시의 기초가 되는 연구와 조사의 원칙과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잘 지켜져야 한다. 같은 일에 있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하는 일이 반복되는 한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즉 서울은 건강하지 못하며 문화재계는 중증 환자처럼 시들어있다.

돈과 권력이 득세하고, 역사문화재를 평가함에 있어 돈과 권력의 하수인이 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서울은 천박한 공구리 공화국이다.


<필자 프로필>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 특별위원회 위원장
종로역사문화박물관(육의전) 개관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