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일본타악명인 오쿠라 쇼노스케] “김대환 선생과 나는 우주를 공유했다”
[인터뷰-일본타악명인 오쿠라 쇼노스케] “김대환 선생과 나는 우주를 공유했다”
  • 윤다함 기자
  • 승인 2012.03.0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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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우 김대환 선생의 수양아들, 오쿠라 쇼노스케

     지난 1일 북촌 창우극장에서 흑우 김대환 선생의 타계 8주기 추모공연이 열렸다. 매년 3월 1일이면 김 선생을 추모하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공연을 갖는 가운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무대에 참여하는 일본인이 있다. 일본 타악기 ‘츠즈미’를 연주하며 일본 전통예술인 ‘노’를 표현하는 그는 오쿠라 쇼노스케(57)이다. 그는 김 선생의 수양아들로 일본문화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는 공연 하루 전부터 물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단식을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번 공연에 진혼의 뜻을 담았다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일본 타악 명인이자 김대환 선생의 수양아들인 오쿠라 쇼노스케
-김대환 선생님의 양아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된 인연인가요?
“30년 전부터 솔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 김 선생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함께 듀오로서 활동하며 여러 발상법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의식을 배웠죠. 김 선생님은 매월의 반은 일본에서 보내실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제 집에 머무르셨죠. 가끔은 농담으로 제 집을 ‘호텔 오쿠라’라고 부르곤 하셨어요.(웃음) 집에서 편하게 작업하며 시간을 보내셨죠. 저는 당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을 때라 김 선생님이 꼭 아버지 같았어요. 그리고 제 아들에겐 할아버지나 마찬가지셨죠”

-작업세계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일본 전통음악 ‘노’를 음악과 무용을 통해 총체적으로 표현합니다. 노(能)란 노가쿠의 준말로써 일본 전통예술을 뜻하며 약 7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된 뿌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지금의 형태로 확립된 것은 700년 정도 된 것이에요. 자연과 사람의 교류를 예능으로서 표현한 것입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신께 바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죠”

-김 선생님과의 호흡은 잘 맞았나요?
“김 선생님의 근원은 우주와 연결돼 있었어요. 그곳에는 아무 벽도 없었죠. 무대에 올라 함께 공연할 때면 선생님과 저는 늘 일체가 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삶의 철학은 ‘간단명료’와 ‘불변’이었는데 선생님의 영혼과 정신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랬기에 피부색이 다르거나,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과의 기억에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너무 많아서…(웃음) 선생님은 공연이 끝난 후엔 꼭 라멘을 드셔야 했죠. 그래서 전 선생님을 모시러 가기 전이면 꼭 맛있는 라멘집을 미리 알아놓곤 했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공연을 앞두고 손가락이 부러진 적이 있었어요. 스틱을 잡으셔야하는데 골절돼있어 그럴 수 없었죠. 그러자 선생님께선 손가락에 스틱을 고무줄로 감아 고정시켜 연주를 하셨지요.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8번째 공연인데 매년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습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이렇게 서울을 찾아 선생님 영혼을 기반으로 남은 일 년을 보낸다는 마음이 들어요. 마치 제사 지내는 마음이랄까요. 저의 평소 공연과는 임하는 마음이 좀 다릅니다. 제 아버지라고 생각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