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갈리는 우리말 그댄 제대로 쓰니?
헛갈리는 우리말 그댄 제대로 쓰니?
  • 유시연 객원기자(문학in편집 총주간)
  • 승인 2012.03.1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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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표준언어예절’ 펴내... 20년 만에 호칭, 지칭, 경어법 정리

우리가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내뱉는 우리말... 그대는 제대로 쓰는가? 그대는 남편 누나 남편, 여동생 남편에게 뭐라고 부르는가? 혹 커피숍에서 여직원이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들은 때는 없는가. 청첩장을 쓸 때 겉봉 이름과 속지 내용이 다르다면 어떻게 써야 할까.

아주 가까운 사이지만 참으로 부르기 애매한 남편 누나 남편은 ‘서방님’이 아닌 ‘아주버님’, 여동생 남편은 ‘○서방’과 함께 말하는 사람이 남자면 ‘매부’나 ‘매제’, 여자면 ‘제부’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는 손님이 아닌 커피를 높이는 잘못된 말이다.

그대도 가끔 ‘○○○(친구 부모 성명) 배상(拜上)’이라 적힌 청첩장을 받은 때가 더러 있을 것이다. 이때 봉투 속에 친구가 스스로 결혼을 알리는 글이 담겨 있으면 청첩장을 보내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사람이 달라 받는 이에게 여러 가지 혼란을 줄 수 있으므로 제대로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 이하 국어원)은 요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호칭어, 지칭어, 경어법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덜고자 <표준언어예절>을 발간했다”며 “이 책은 1992년에 나온 <표준화법해설>을 20년 만에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어원은 “<표준화법해설>은 언어 예절에 대한 표준을 담은 지침으로 이용되어 왔으나 그동안 가정에 대한 의식이 변화했고 직장 내에서 존중과 배려의 태도가 점차 확산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남에 따라 개정된 표준 언어 예절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국어원은 또 “<표준화법해설>에서는 화법의 전 영역이 아닌 일부분만을 다루고 있어 제목과 맞지 않아 혼란을 주었다”며 “이번 개정에서는 실제 담고 있는 내용에 맞추어 <표준언어예절>로 제목을 바꾸었다”고 되짚었다.

국어원은 2009년과 2010년에 2년에 걸쳐 국민을 대상으로 국어 사용 실태를 조사해 2011년 3월부터 11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자문위원회를 열어 개정해야 할 대상과 범위를 검토, 표준화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자문위원회는 서정목(서강대 교수) 위원장 등 국어학자, 언론인, 유학자 등 10인으로 짜여져 있다.
국어원은 2011년 11월 ‘표준 화법 보완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 각계에서 내놓는 여러 가지 의견을 받아들여 12월 국어심의회 보고를 거쳐 <표준언어예절>을 펴냈다. <표준언어예절>은 가정에서 호칭·지칭, 사회에서 호칭·지칭, 경어법, 일상생활 인사말, 특정한 때 인사말로 짜여져 있으며, 실생활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혼례, 상례, 축하, 위로와 관련된 서식들을 덧붙였다.

이번에 나온 <표준언어예절>에서는 표준화법에 없었던 조부모, 손주, 사촌에 대한 호칭, 지칭을 더 넣었다. 이 가운데 부모에 대한 호칭으로는 어릴 때에만 ‘엄마’ ‘아빠’를 쓰도록 하던 것과는 달리 지금 우리 현실에 맞게 어른이 된 뒤에도 격식을 갖추지 않는 상황에서는 ‘엄마’ ‘아빠’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직장에서는 윗사람에게 ‘-시-’를 넣어 말하고, 동료나 아래 직원에게는 ‘-시-’를 넣지 않고 말하도록 했던 것을 이번에 바뀐 <표준언어예절>에서는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시-’를 넣어 존대하도록 했다. 예를 들자면 ‘밥’은 ‘진지’, ‘먹다’는 ‘잡수시다’로, ‘할머님이 자고 가셨다’는 ‘주무시고 가셨다’ 등이 그것이다.

‘축하드리다’는 예전에는 불필요한 공대라 여겨 ‘축하하다’만 쓰도록 했으나 지금은 ‘축하합니다’와 함께 공손함이 담긴 ‘축하드립니다’도 함께 쓰도록 했다. 이번에 새롭게 나온 <표준언어예절>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올바른 언어예절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기관과 언론계, 출판계, 기업체 등에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표준언어예절>은 국립국어원 누리집(www.korean.go.kr)에서 파일로 내려 받을 수 있으며 국립국어원 공공언어지원단(02-2669-9726)에 요청하면 책자를 받을 수 있다. 국어원은 올해 안에 <표준언어예절>을 보다 가깝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주요내용을 모아 만화형태를 띤 전자책으로 만들 예정이며,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통해 널리 알릴 계획이다.

국립국어원은 이와 함께 충북도 도정목표인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캐치프레이즈 가운데 국어로 가장 잘 표현한 캐치프레이즈로 뽑았다. 국어원은 이 캐치프레이즈가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은데다 도정목표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잘 드러낸 점을 높이 평가해 최우수 캐치프레이즈로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