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무용연구회 윤덕경 이사장
[인터뷰]한국무용연구회 윤덕경 이사장
  •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이지연기자
  • 승인 2012.03.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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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무용제전 “세계속 한국무형유산 춤으로 피어나다”

◆'한국무용연구회',한국춤 발전위해  연구와 창작 끊임없이 모색해온 32년

한국무용 전통원형은 살리면서 다양한 변화와 시도로 관객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30년 넘는 세월을 노력해 오고 있는 단체가 있다. 다음달 2일부터 열리는 ‘2012 한국무용제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무용연구회’(이사장 윤덕경,이하 연구회)가 그 주인공.

1981년 창립된 연구회는 국내 최초의 한국무용 민간단체로, 학문적인 토대위에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해왔다. 연구회는 1970년대 무용계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내내 억눌려 있었던 전통무용을 다시금 복원하고 계승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김매자 선생이 처음 창립했다.

연구회는 지금까지 지역춤 발굴·한국무용연구 논문집 발간·학술 심포지엄 개최 등 다각적인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한국무용계에 기여해왔다. 연구회가 지난 1985년에 시작해, 올해로 벌써 26회를 맞는 한국무용제전은 국내 유일의 '한국창작춤 축제'로, 그동안 우리 한국무용의 위상을 제고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월 2일부터 4월 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및 소극장에서 열리는 '한국무용제전'은 국립국악원무용단을 비롯 국내 18개 단체와 중국 4개 단체, 총 22개 단체가 참가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 무형문화재 8가지를 춤으로 해석하는 무대가 펼쳐질 예정이라, 벌써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처용무, 강강수월래, 제주칠머리당굿, 남사당놀이, 강릉단오제, 판소리, 영산제, 종묘제례악 등이다. 이를 한국무용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온 무용단들이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 춤으로 형상화한다. 게다가 제전에 올리는 공연 모두가 신작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이들이 펼칠 새로운 예술적 시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유네스코에 등록된 우리 무형문화재가 어떤 다채로운 몸짓으로 표현될 지 많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본지<서울문화투데이>는 ‘한국무용연구회’ 윤덕경 이사장과 채향순 이사, 김용철 이사를 만나 이번 무용제에 관해 들어봤다.

▲윤덕경(서원대학교 체육학과 교수/한국무용연구회 이사장, 윤덕경무용단 대표)
▲ 채향순(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부교수/한국무용연구회 이사, 채향순 무용단 대표)
▲김용철(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강사/한국무용연구회 이사 , 섶무용단 대표)

 

 -올해 펼쳐지는 ‘한국무용제전’은 어떤 점이 특별할까요?

▲윤덕경 이사장

윤덕경  저희 무용제전이 올해로 벌써 26주년을 맞이한 만큼, 성심을 다해 이번 제전을 기획했습니다. 특히,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북경시청년예술단’을 초청했어요. 북경수도사범대학교 정배배(Tian Pei Pei)교수님이 이끄는 공연 ‘설원풍화’가 개막일인 4월 2일에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소극장에서는 중국의 전도유망한 젊은 춤꾼 3명이 개성 넘치는 무대를 관객에게 선사할 겁니다.
채향순: 정배배 교수님이 추구하시는 이론이 저희 한국무용연구회가 추구하는 것과 들어맞는 부분이 많아서 초청하게 됐구요. 동양의 문화전통을 함께 이어온 양국이 저희 한국무용제전을 통해 만남을 갖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 ‘세계속의 한국문화유산을 춤추다’가 이번 제전의 주요 테마인데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윤덕경  저희 한국무용연구회는 항상 공통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했어요. 보통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유형문화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문화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선조들의 구전에 의해서 전해진 문화재잖아요. 자연스럽게 그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과 생동감있는 정서가 스며 있어요. 이토록 가치있는 우리 문화유산을 춤으로 창작해보고 싶었습니다.
채향순  이번 제전을 통해, 전통무용도 체계적인 방법을 통해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이슈가 될만한 작품들로 우리 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이번 테마를 기획하게 됐어요.

-어떤 무형문화재들이 춤으로 승화돼, 무대에 오르게 되나요?

윤덕경  주로 우리 궁중과 민간에서 행해지던 의례와 놀이를 골랐습니다. 처용무, 강강수월래, 제주칠머리당굿, 남사당놀이, 강릉단오제, 판소리, 영산제, 종묘제례악을 공연합니다. 저희 한국무용제전의 특징을 하나 꼽자면, 전 출연진이 신작을 가지고 무대에 오른다는 겁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나, 경연에서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순수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다들 작업에 임했어요. 각 안무가들이 대단한 열정을 갖고 이번 제전에 참여한 만큼, 크게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웃음) 특히, 4월 8일 대극장에서는 조선시대 유랑연예인집단인 남사당의 연희(演戱)인 ‘남사당’놀이를 이애현 무용단, 한윤희 무용단, 백현순 무용단 세 팀이 공연합니다.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 오셔서 각기 다르게 해석되고, 창작된 남사당놀이를 비교하고 즐기시면 좋겠어요.

-무용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은 ‘전통무용의 창작’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김용철 일단 원형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겁니다. 그 실험은 원형의 변형일 수도 있고, 새로운 요소의 첨가일 수도 있어요. ‘자유로운 춤 정신’을 구현하는 겁니다. 또 다문화 시대인 만큼 한국사회도 다양성을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무용도 새롭게 거듭날 필요가 있죠. 제가 이번 공연에서 영산제 작법중에서 바라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이름없는 바람’은 바라춤을 출때 바라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바람, 그리고 이름모를 누군가에게 바치는 한 여행자의 진혼제랍니다.  바라의 모양을 한 번 보세요. 바라를 뒤집으면 평평한 하늘의 이미지가 되고, 덮으면 땅의 형상이 되지 않습니까? 하늘과 땅 사이에 인간이 있죠. 이 상징적인 의미를 몸짓으로 구현할 겁니다. 제 공연의 특이한 점은 바라를 발에 끼고 한다는 거예요.

-‘바라’를 발에 낀다구요?

김용철 예, 그렇습니다. 원형을 변형해서 고정관념을 깨는 겁니다. 왜 이런 ‘고정관념 깨기’의 일환이‘버선벗고 춤추기’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바라를 발에 끼거나 머리에 얹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겁니다. 그래서 저희 무용제가 원형보존의 ‘전통무용제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한국무용제전’이에요. 이승과 저승의 찰나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한 여행자의 이야기를 황병기 선생님의 ‘침향무(沈香舞)’의 선율에 몸을 실어 전통적인 몸짓을 유지하면서 또한 이국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아울러 바라가 가지는 남성적인 요소를 한 층 강조한 작품을 창작하려고 합니다.

-‘전통의 재창조’를 위해선 심오한 학술적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겠습니다.

채향순  사실, 우리 한국무용회가 세미나를 개최하고, 다양한 학문적 방법론을 제시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맞는 춤. 이 시대의 관객이 원하는 춤을 새롭게 시도하려면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해요.
윤덕경  아무래도 원형이 지닌 의미와 가치를 보존하면서 재창조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에 강릉단오제를 주제로 공연을 합니다만, 연구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강릉단오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축제입니다. 마을을 지켜주는 대관령 산신에게 제사를 드리면서, 풍년과 집안의 평안을 기원했어요. 제를 지내는 동안에 민간과 관청이 신분의 상하를 떠나, 모두가 같이 어울렸어요. 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유교와 샤머니즘이 한 데 어우러지고, 설화와 종교가 한 데 어우러졌어요. 이를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이 발현될 수 있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전통무용가들이 기존에 있는 것을 가지고 공연하기에 창작활동이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해에요. 다들 무척 부지런히 공부하고 고민합니다.

- 채향순 선생님께서는 판소리 최초의 여류 명창인 진채선과 흥선대원군의 로맨스를 다룬 ‘도리화’라는 작품을 공연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판소리에 대한 조예가 깊으신 듯 합니다.

▲채향순 이사

채향순  어릴 때부터 판소리를 즐겨 들었던 저는 국악예고를 졸업했습니다. 저는 한국무용전공이긴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학교에서 가무악을 모두 가르쳤어요. 그러다보니 판소리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또 어느 순간부터 판소리를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은 돌아가신 오정숙 선생님한테 춘향가를 한바탕 다 배웠습니다. 또 국악대학에 들어가 판소리를 전공하기도 했어요. 사실 한국무용은 판소리와 연관이 깊기 때문에, 꾸준하게 지속해 온 판소리 공부가 결국은 제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도리화’공연을 통해, 민족혼을 담고 있는 판소리의 다채로운 미학을 보여드릴 겁니다.

- 앞으로도 계속될 ‘한국무용제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씩 해주세요.

 윤덕경  안무가들이 총력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이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 버리면, 창작의 의미가 소멸돼 버리잖아요. 이걸 제대로 레파토리화 시켜서 반복적으로 공연하고 싶어요. 정부나 서울시에서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또한 이 목적의 실현을 위해, 작품을 더 완성도있게 다듬는 노력을 기울일 겁니다.
김용철  우리 무용제전이 관객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연 시작 전, 공연장 로비에서는 강강술래 원형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실제 공연장에서는 몸짓으로 재창조된 강강술래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면 많은 관객들이 그것을 비교·분석하면서 더 재미있게 공연을 관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선보일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취지도 있구요. 또 ‘한복 연구가’나 ‘한식 전문가’와 같은 다른 전통문화 종사자들을 초청해, 관객에게 한복을 선보이는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어요.

▲이번 행사 팜플렛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세 사람
채향순  저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새것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 것을 지켜가면서 새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한국무용제전은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본질을 지키는데 기여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앞으로 보다 더 수준높은 공연으로, 나이와 성별을 불문한 모든 이에게 우리 무용의 ‘참된 미’를 알리고자 합니다. 또한 대중의 관심과 호응이 뒷받침이 돼야만, 저희의 이런 노력이 지속될 수 있어요.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것을 지키는데 노력하는 자세를 지녔으면 합니다.


인터뷰:이은영 편집국장 young@sctoday.co.kr
정 리:이지연 기자 press@s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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