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기행-70]우리나라에 꼭 있어야 할 박물관의 테마-민족의 상징성, 쌀 박물관에서 본다
[박물관기행-70]우리나라에 꼭 있어야 할 박물관의 테마-민족의 상징성, 쌀 박물관에서 본다
  • 한국박물관아카데미
  • 승인 2012.03.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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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박물관과 관련된 강의를 할 때가 있다. 강의를 자율적인 의사에 의해 듣는 경우라면 덜하지만 주최 측이 인위적으로 편성한 경우라면 강의를 풀어가기가 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맨 먼저 우리나라에 있는 박물관?미술관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보는 것으로 얘기의 실마리를 찾곤 한다.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300개관 내외라고 자신 있게 답을 하지만 100개관 내외를 주장하는 이도 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1,000관이라는 통계를 들이대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미술관, 기념관, 사료관, 동물원, 식물원, 수목원, 수족관 중에서 박물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은 시설을 맞춰보기를 요구한다. 어떤 이는 일 곱 가지가 다 박물관이 아니다. 또 동물원, 수족관은 무조건 아니고 식물원, 수목원도 아닌 것 같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반응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리나라 제도(법령)에서는 이 7개의 시설도 박물관이라고 하면 사뭇 못 받아들이겠다는 반응을 보이이며, “그러면 코끼리, 돌고래도 유물입니까?” 공격성 질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네! 아쉽게도(?) 다 유물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테마동물원 ZOO ZOO도 포천에 위치한 허브아일랜드도 여의도 63빌딩에 자리 잡고 있는 씨월드수족관도 박물관으로 등록되어있습니다. 당연히 미술관, 기념관, 사료관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박물관입니다.”

  이쯤 되면 강의는 더욱 흥미진진해 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없는 박물관은 무엇일까요?” 라고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넘어간다. 갯벌박물관, 마루타박물관, 누에박물관, 물(水)박물관, 로봇박물관, 얼굴박물관, 커피박물관, 부채박물관, 모자(帽子)박물관, 거미박물관, 도장(印章)박물관, 고문(拷問)박물관을 예로 제시한다. 결론은 모자와 고문박물관은 우리나라에 없다. 이제라야 수강생들은 우리나라에 참 다양한 형태의 박물관이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그리고 1,000개의 박물관을 수긍하게 된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형태의 적지 않은 박물관이 도처에 있다. 우리가 어디에 있어도 반경 10km내에는 반드시 박물관이 있다. 지리산과 태백산 골짜기에 들어가도 인접한 고찰에 사찰박물관이 있으며 울릉도에도 독도박물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인구대비 박물관수가 가장 작은 나라에 속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최근 연간 60개 정도의 박물관이 증가하고 있음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그 추이는 증폭 가속화 될 것으로 본다. 한편, 박물관의 증가는 반가운 일이나, 우리정체성 및 환경에 부합한 곳인가? 도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대문 농협중앙회에 2012년 1월 10일에 문을 연 쌀 박물관은 우리나라에 꼭 있어야할 박물관 중하나다. 쌀은 역사적으로 우리민족의 주식으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는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의 문화와 달리 쌀을 주식으로 해왔다. 따라서 우리의 입맛과 몸 또한 쌀에 맞춰져 있다. 또한 우리민족의 문화와 역사는 많은 부분이 쌀과 연관성을 갖고 발전해왔다. 쌀은 곧 우리민족과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서구의 음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입맛과 정서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쌀 소비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보다 직접적인 변화도 감지되고 있는데 우선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영양의 불균형, 비만, 아토피 피부염 등 전에 없었던 문제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쌀 소비가 줄면서 우리나라의 농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쌀 시장 개방까지 더해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환경적으로는 논이 줄어듬에 따라 논이 하던 여러 가지 자연 재해 예방기능도 사라져 농가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에 이미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는 달리 서구에서는 쌀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쌀은 지방과 염분이 거의 없고 우수한 단백질 등이 많은데, 쌀의 많은 장점들을 뒤늦게 다른 나라에서 알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다이어트에 적용하여 큰 효과를 보고 있고 다양한 병 치료에도 쌀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위기에 놓인 쌀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장점과 다양한 분야의 활용 사례를 통해 우리의 건강한 몸과 생활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위해 쌀 박물관은 탄생된 것이다.

  다만, 전문가적 견해에서 볼 때, 보다 입체적인 박물관활동을 위해 농협에서 운영하는 농협대학(경기도 원당)주변에 설립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적지 않다. 충분한 부지와 유리온실 등의 생육설비와 시설, 대학을 활용한 풍부한 교육인프라, 미래의 농업지도자를 꿈꾸는 농협대학생들이 참여하여 쌀의 생장과정과 다양한 체험교육활동, 늘 맞볼 수 있는 햅쌀밥......, 등이 결합된 입체적인 박물관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쌀과 쌀 박물관 - 농협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책사업의 일환에서 인식하고 추진되어야할 테마이며 중요성인 것이다.  (위치: 서울 중구 충정로 1가-75번지, ☎02-2080-5681)

학예사가 되는 길 - 한국박물관아카데미(다음 ‘큐레이터 되기’ 카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