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팩 라이징 스타', 대중성 넘치는 무대로 관객 기분 최고조
'한팩 라이징 스타', 대중성 넘치는 무대로 관객 기분 최고조
  • 이지연 기자
  • 승인 2012.03.2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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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애니메이션, 시나리오가 무용과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팩 라이징 스타’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팩 라이징 스타’는 한국공연예술센터(HANPAC, 이하 한팩)의 ‘차세대 공연예술가 시리즈’사업의 일환으로, 우수한 무용인재를 발굴ㆍ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라이징 스타’가 여타의 신진 안무가 공연과 차별되는 점은 타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창작해 선보인다는 데 있다.

기자가 공연장을 찾은 24일은 비도 많이 내리고, 상당히 추운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코예술극장 로비는 차세대 안무가들의 개성 넘치는 무대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로 북적댔다.

▲ 24일 한팩 <라이징스타> 공연중 두 번째 무대로 올려진 지경민의 '애니매이트'

이날 첫 무대는 전성재 안무가의 ‘서른 즈음에’였다.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가 잔잔하게 피아노로 연주되는 가운데, 모두가 ‘청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작품은 세상과 삶에 대해 무지하기에 불안하고, 그렇기 때문에 방황할 수밖에 없는 청춘의 불안한 심리를 음악과 몸짓으로 한 데 잘 어우르고 있었다. 노래의 쓸쓸한 가사는 무용수들의 절제되고 비애 어린 몸짓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고, 공연장 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다음 무대는 안무가 지경민 씨의 '애니매이트(Animate)'로, 그는 "이번 작업의 움직임 모티브는 어렸을 적 보았던 TV 만화영화 속 움직임과 상황”이라며 창작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의 의도대로 무용수들은 만화 속 캐릭터처럼, 과장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여기에 출연진의 생동감넘치는 표정연기와 우스꽝스러운 의상까지 더해지자, 한편의 만화영화가 제대로 펼쳐졌다. 또한 무용수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박자를 맞춘 음악도 만화적 요소를 확장시키며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였던 이재영 안무가의 ‘기타리스트’는 관객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작품으로, 두 사람의 코믹한 담소로 무대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박장대소했다.

이어 출연진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기타를 치기도 하면서 관객과의 교감의 끈을 유지했다.

안무가 이재영 씨는 "이 작품을 통해, 동경과 꿈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몸짓, 그리고 코믹한 대사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경쾌하게 이끌었다. 무거운 테마의 작품이 아니었기에, 관객들은 편안하게 공연을 즐겼고 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지켜보며, 작품의 질적 완성도나 관객의 호응도를 떠나 무용이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지속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밀히 말해 무용은 상대적으로 다른 예술 장르보다 대중의 친숙도가 낮다. 이런 와중에, '한팩 라이징 스타'는 '타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결국 '무용의 대중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르간의 융합과 통합' 이라는 이름 아래, '무용'의 순수한 정체성이 혹여 훼손되진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화려한 볼거리, 익숙한 음악, 코믹적 요소는 친근했지만, 상대적으로 '몸짓' 자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 뜨렸기 때문이다.

무용은 '언어'없이 인간의 '몸짓'만으로 놀라운 세계를 창조하는 예술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그 경이로움에 감탄하고 매료돼 왔다. 장르간의 융합을 통한 창작 영역의 확대, 대중성의 확보도 좋지만, 무용이란 예술이 추구하는 본질을 잊지 않는 자세 또한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