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2012 한국무용제전]
[공연리뷰-2012 한국무용제전]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2.04.12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로 한국창작춤 가능성 무한히 열어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펼쳐진 제26회 한국무용제전은‘세계문화유산을 춤추다’라는 타이틀로 지난 2일~9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올려졌다. 이번 공연은 우리나라의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무형문화재를 창작춤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이라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기자는  4일 소극장과 5일 대극장 공연을 이틀에 걸쳐 감상했다.

이번 공연은 한국춤이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어떻게 관객에게 춤으로 다가갈 것인지, ‘춤의 실재’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할 수 있겠다.

4일 소극장 무대는 축축한 날씨 탓?인지 전반적으로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YMAP무용단 김효진의 <처용의 춤>은 솔로 김효진의 발끝에 집중된 정교한 기가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해져,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작됐다. 무용수가 온전히 자신의 춤에 집중해 정에서 동의 파장을 일으킨 고무적인 작품이라 할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적은 반복적인 춤과 단순 반복되는 배경 영상은 길지않은 시간이었지만 지루함마저 가져다 주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김종덕창작춤집단木의 작품 <찬기파랑>은 김종덕이 안무와 함께 직접 솔로로 무대에 오른 작품으로, 화랑의 강인한 정신과 삶을 전체적으로 유연한 몸짓으로 적절히잘 살려냈다. 느림과 여백의 진지한 춤사위는 붉은 꽃같은 강렬함이 깃들어 있었다. 기자는 그의 춤을 볼 때마다 ‘참 정성스럽다’는 문장이 떠오른다. 이번 무대는 특별히 국악 정가 소리꾼이 함께 출연해 소리가 신라 향가의 느낌을 줘 작품의 시대 분위기를 잘 살렸다.

아쉬운 점이라면 정가 소리꾼의 음향이 너무 높게 잡혀  춤의 몰입에 일정부분 방해요소로 작용한 점이다. 그리고 김종덕의 춤에는 뭔지 모를 어색함이 있다. 그건 그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모범생’인 까닭이다. 사소할 수도 있는 지적이겠지만, 너무 흐트러짐이 없어 감성이 비집고 들어갈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나 할까?

김용복 무용단의 <동정(動靜)>은 강강술래가 담고 있는 경계와 번영, 풍요 등을 동과 정을 혼재시켜 미학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한 목적은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 동적인 몸짓으로만 인식되던 강강수월래를 정적으로도 치환한 것은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공연 도입부 움직임이 없는 정(靜)의 장면에 주연 여자무용수의 다리가 너무 일찍 풀려버려 관객들을 다소 당황하게 했다. 또 무용수가 실수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공연에 흘려보낸 것은 관객을 무시한 태도로 여겨져 안타까웠다.

5일  대극장공연은 한국무용연구회 윤덕경 이사장과 소위 원로(?)그룹들의 무대답게 버라이어티했다.

오율자백남무용단의 제주용암동굴을 소재로 펼쳐진<숨은 별은 더 눈부시다>는 조명으로 장치한 동굴의 환타지가 돋보였다. 또한 전반적으로 잘짜여진 무용수들의 기량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반면 공연 초반 여성무용수들의 군무가 끝날 무렵에 이어진 남녀 무용수의 만남은 개연성이 부족, 공연의 몰입을 살짝 떨어뜨렸다. 남녀 듀엣무로 스토리를 이어가기 위해 남성무용수 둘의 춤으로 복선을 까는 듯했으나 너무 짧은 몸짓으로 끝나 자연스런 연결로 이어지진 못했다. 또한 음악은 한곡 한 곡 선곡은 적절했으나 장면 전환에 따른 음악 변환 과정이 부자연스러워 계속 거슬렸다.

윤덕경무용단의 ‘강릉단오제’를 모티프로 한 <하늘이 열리는날(단오제)>은 처음 시작의 잔잔함과 컬러풀한 오브제들의 장치는 강렬한 느낌을 주어 집중도를 높였다. 주역 여자무용수의 춤이 다소 무겁긴 했으나 시종일관 스토리를 끌어가는 차분하고 진지한 춤사위는 칭찬할 만했다. 특히 밴드를 무대에 등장시킨 것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춤은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이어져 갔으나 결정적인 임팩트가 부족했다. 뭔가 끓어올라 터질 듯 터질 듯 하면서도 끝내 마지막 한 점을 찍지 못한 느낌이랄까? 또한 공연의 마지막 소구로 사용된 성황나무를 두 그루가 아닌 거목 한 그루로 우뚝 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랬다면 나무가 전체를 아우르며 화룡점정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향순무용단의 판소리를 소재로한 <도리화>는 판소리를 음악 배경으로 남녀의 애틋한 사랑의 서사를 잘 엮었다. 주역 여성무용수의 섬세하고 열정적인 춤으로 공연의 활기를 불어 넣으며 무대를 끝까지 잘 이어간 점이 돋보였다.

그에 반해 주역 남성 무용수의 춤 표현이 너무 부족해 여성 무용수를 받쳐주지 못해 아슬아슬했다. 슬픔을 못이겨 격정적인 몸짓이 이어져야할 부분에서 발짓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연극의 퍼포먼스적 요소를 차용한 글씨 쓰는 장면은 동작이 옹색해 보는 내내 불편함을 주었다.

여기에 더해 남성무용수의 북장단이 무대음악과 엇박자가 나 관객을 혼란스럽게 했다. 고수장단 소리로 충분히 대체하고 무용수는 춤을 통한 연기만 했다면 관객들이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남녀무용수의 키스신은 실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오히려 극적인 효과가 반감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첫 번째 등장한 무녀의 굿거리 부분은 공연에 스며들지 않아 마치 다른 꼭지의 공연으로 느껴졌다.

차라리 그 장면은 앞 무대 윤덕경 무용단의<하늘이 열리는날(단오제)>의 한 부분으로 들어갔으면 훨씬 공연 전개에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은 한국춤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장치들을 도입해 변화를 모색하는, '법고창신'의 무대였다고 높이 평가하고 싶다.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로 볼거리와 생각할 꺼리를 제공, 한국창작춤의 창조성을 무한히 열었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