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봄이 오는 소리-김규동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봄이 오는 소리-김규동
  • 이소리 시인,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2.04.1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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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투데이 詩세계

봄이 오는 소리
 
                     김규동

아주머니
달래 캐서 뭘 하려우

콧물 흘리며
시꺼먼 땅에서 달래를 캐서

기차는 마천령을 넘다
얼음 녹은 물에 미끄러져 자빠진다

철사에 고정된 기러기는
하늘공중에 걸렸구나

잿가루같이 죽었던 것이 살아나는 이 아침
누가 사람을 부르고 있다

저기 가는 저 아즈바니
여기 좀 봅쇼

*우리 마을을 찾아오는 봄은 꽁꽁 언 도랑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를 따라 흘러들었다. 그때쯤이면 내 마음 곳곳에도 파아란 쑥이 돋기 시작했고, 달래가 그 가냘프고 긴 몸매를 슬며시 내비치기 시작했다. “잿가루 같이 죽었던 것이 살아나는” 그런 봄날 아침이면 어디선가 그 어떤 가시나가 “‘저기 가는 저’ 오빠 날 ‘좀 봅쇼’”하며 자꾸만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그 소리가 귀에 아른거린다. -이소리(시인,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