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사월의 노래 - 박목월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시] 사월의 노래 - 박목월
  • 이소리 시인,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12.04.25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문화투데이 詩세계

사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던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불어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던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해마다 목련이 피어나는 사월이 오면 창원공단에 있는 한 공장 프레스실에서 밤낮주야로 일하다 아차! 하는 순간에 검지 한 마디가 잘려나간 그 여자애가 떠오른다. 그 여자애가 사라진 그 프레스실 앞, 그 여자애 손가락이 묻힌 목련나무에서는 말라붙은 핏빛을 닮은 자목련이 4월 내내 피고지고피고지고피고지고 했다.  -이소리(시인,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