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100인의 독백, 어둠속의 댄서처럼
배우 100인의 독백, 어둠속의 댄서처럼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5.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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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스토리 '배우 100인의 독백' 광화문 한평극장에서 11일까지 공연

연극무대 속 행위인 ‘모놀로그’(monologue)는 독백으로서 라틴어 ‘Soliloquium’(홀로 읊조리다)라는 뜻의 다른 말이다.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품인 햄릿과 오텔로 독백대사에도 잘 나타난다. 특히 모놀로그는 유럽에서 ‘68운동’전후로 연극무대에 불어 닥친 소극장 중심의 영화, 연극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현대 실험연극의 선구자인 테라야마 슈지 감독이 지난 1971년 제작ㆍ상영한 영화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라’에서 독백형식을 영화로 옮긴 사례가 있다. 당시 일반 고등학생들이 직접 출연, 자신들이 쓴 자작시를 모놀로그로 구현했던 것이다. 월남전 반대와 68운동의 물결을 뒤로하고 물질만능주의로 치닫던 일본을 향해 반성과 저항적 표현을 담은 이 작품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배우 100인의 독백, 어둠속의 댄서처럼..

지난 27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 극장’(이하 ‘한평극장’, 대표 심철종)에서 모놀로그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스토리 시즌 1)이 열리고 있다.

▲ 서울 광화문 '이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평극장'에서 열린 모노스토리 '배우 100인의 독백'은 공연 1부가 끝나고 배우와 관객들이 준비된 계란과 떡, 생수를 마시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 공연장은 20평 남짓한 공간으로 복층구조다. 간단한 조명 하나로 무대를 밝힌 공연장은 마치 '어둠속의 댄서'들이 날개짓을 하는듯한 모습을 그렸다.

이날 출연진으로는 중견연극배우 권병길 박웅 박종상 장두이 이호성 전수환 순서로 각각 10분에서 20분씩 자신들의 삶과 연극대사를 엮어 공연을 펼쳤다.

첫 무대는 영화배우겸 중견연극배우 권병길씨가 직접 각본을 쓴 ‘꿈’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남북한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린 이 모노스토리는 “어느날 꿈 속에서 백발이 희끗한 아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이북에 홀로사는 어머니와 만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번째는 원로연극배우이자 탤런트로 알려진 박웅씨가 ‘네 어머니를 부탁해’라는 제목으로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각색, 공연했다. 안정된 호흡, 발성과 대사톤으로 몰입이 잘됐다.

세번째는 박종상씨다. 그는 독일극작가 페터 바이스(Peter Weiss)의 ‘모킨폿씨는 어떻게 고통을 극복했는가?’(Wie dem Herrn Mockinpott das Leiden ausgetrieben wird)를 각색해 지난 1992년 국내 공연된 ‘목공지씨 못봤소?’ 중 한 장면을 공연했다.한평공간에서 치밀한 구성아래 열연한 박종상씨의 공연은 성경의 욥기 중 ‘욥의 고통과 신을 향한 원망과 읍소’가 연상될 정도였다.

네번째는 개성파 연극배우 장두이씨가 인도악기를 갖고와 세계 각국의 자장가를 들려줬다. 지난 2003년부터 열연했던 ‘춤추는 빨간피터’( 빨간피터의 고백)의 이미지가 잠시 사라질 정도였다.

다음으로 출연한 연극배우 이호성씨는 자신의 몸을 오브제 삼아 살아온 배우가 바라보는 세상과 그간의 에피소드를 엮어 관객들로부터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사전각본 없이 진행된 그의 독백은 어색한 분위기도 가끔 연출됐다.

마지막 배우로는 영화 ‘왕의남자’ 원작인 화제의 연극 ‘이(爾)’에 연산군으로 열연했던 전수환씨가 출연했다. “이번 모노스토리 무대에서 제일 막내인 전수환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연산군이 어머니 폐비윤씨를 그리워하는 애절한 모습을 표현해 박수를 받았다.

한편 모놀로그와 라이프스토리를 합성한 ‘모노스토리’ <100인의 독백>을 기획한 한평극장 심철종 대표는 “과거 일본에서 활동할 당시 봐왔던 소극장 중심의 연극무대,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사랑과 메시지를 담아 100인의 독백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시즌 1으로 오는 11일까지 총 7회에 걸쳐 진행되며, 매주 금요일 19시 30분과 토요일16시에 공연된다. 장소는 서울 세종로 오피스텔 광화문시대 4층이며 입장료는 2만원이다. 공연문의 : 02-338-9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