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랑이, 저 족보 있어요
한국호랑이, 저 족보 있어요
  • 편보경 기자
  • 승인 2009.06.01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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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물원 백두산호랑이 국제혈통족보에 등재

호돌이와 호순이가 100년만에 국제혈통족보에 등재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동물 한국호랑이가 우리나라 동물원 개원 100년만에 지난 5월 독일라이프찌히 동물원에서 통합관리되고 있는 국제호랑이 혈통족보에 등재돼 한국호랑이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게 된 것.

지금까지 국제 호랑이 혈통족보에 등재된 호랑이는 모두 52마리다. 현재 서울대공원의 서울동물원이 보유 중인 24마리는 물론 과거 100년 동안 창경원에서부터 현재의 서울동물원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이어온 호랑이까지 모든 호랑이가 국제적으로 그 혈통을 인정 받게 됐다.

이번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에 국제혈통등록을 마친 서울동물원의 백두산호랑이 혈통등재 작업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된 3년에 걸친 장기간의 사업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난 93년과 95년 북한 평양중앙동물원에서 들여온 백두산호랑이 라일(♂ 95년생)과 낭림(♀ 93년 북한 낭림산 포획)에 대한 등록을 거부 당한 건으로 이들 개체에 대한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이력카드를 북한으로부터 받을 수 없었던 서울동물원에서는 2007년부터 이들 두 마리에 대해 협회측과의 수십차례에 걸친 설득과 협의 끝에 유전자분석 결과를 토대로 올해 4월에야 겨우 등록을 할 수 있었다. 

국제혈통등록을 하지 못한 동물은 국제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각 동물원에서 혈통등록이 되어 있지 않는 동물인 경우에는 출생근거를 찾을 수 없고 번식을 하더라도 혈통등록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제적 동물교환 등 이동이 제한되었을 때, 근친번식문제가 발생한다. 근친번식은 기형, 유전질환, 체형변화, 수명감소, 사시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 서울동물원에서는 지난 2005년부터 동물개체에 전자칩을 이식해서 개체식별을 하고 각각 개체의 이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혈통도를 만들어 근친번식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혈통도에는 동물개체번호, 국제혈통등록번호, 성별, 이름, 전자칩번호, 출생일, 출생지 등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개체의 혈연관계가 명확히 한눈에 드러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호랑이는 국제혈통등록 및 혈통도 제작으로 인해 근친번식을 막을 수 있게 됐고, 향후 국제적 동물로서 외국과의 동물교환이 자유롭게 됐다. 또 국제적으로 활동영역을 넓힘으로써 한반도에서 사라진 백두산 호랑이의 복원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331호인 황새 6마리 등 서울동물원이 보유하고 있는 희귀동물 13종 133마리가 영국 런던에 소재한 국제혈통등록사무국에 등록됨으로써 서울동물원이 국제적으로도 야생동물들의 보고임을 입증받게 됐다.

지난 2000년부터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orld Association of Zoo & Aquarium)의 정회원으로 활동해 온 서울동물원은 "보유 중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대해 국제적으로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고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나라 백두산호랑이는 1920년 이후 한반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으며, 세계적으로도 100년 사이에 무자비한 포획으로 1만 마리 이하로 수가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1986년에 롯데그룹 신격호회장이 88올림픽개최 기념 선물로 호돌이 호순이를 들여오면서 한국호랑이는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서울문화투데이 편보경 기자 jasper@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