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선호텔 ‘최초’ 왜곡, 온라인백과에서 삭제
[단독]조선호텔 ‘최초’ 왜곡, 온라인백과에서 삭제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5.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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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조선호텔 왜곡, 위키백과에 이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두피디아 수정ㆍ삭제 조치

백과사전까지 왜곡했던 웨스틴조선호텔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호텔'이라는 거짓홍보가 막을 내렸다. 

본지는 지난 달 25일 <조선호텔 ‘최초’홍보, 덜미잡혀>라는 제목으로 호텔측이 건립 100주년을 기념해 시작한 ‘한반도 최초 호텔’이라는 억지주장과 역사왜곡을 지적했다.

또한 국내는 물론 해외 온라인백과사전 운영사에게 조선호텔이 주장해온 ‘한반도 최초 서양식 호텔’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그뒤 지난 5일부터 ‘네이버지식사전’을 제외한 모든 오픈백과사전이 조선호텔 역사왜곡 사실을 인정하고 시정조치 했다.

▲ 지난 9일 본지가 수정요청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두산오픈백과(두피디아)가 조선호텔 '왜곡사실'을 수정했다. 왼쪽이 두산오픈백과 수정전의 모습이고, 오른쪽이 수정후이다. 글로벌백과 위키피디아도 본지가 요청해 지난 5일 수정조치했다.

조선호텔은 일본총독부가 조선왕실유산 위에 지은 숙박건물

본지가 웨스틴 조선호텔의 ‘최초호텔’ 홍보문장을 ‘역사왜곡’이라며 처음 수정요청(4월 30일)한 곳은 글로벌온라인백과사전 ‘위키피디아’였다. 이들은 지난 5일 시정요청을 받아들여  백과사전에 기록된 조선호텔 역사를 수정했다. 다음으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과 ‘두산오픈백과사전’(두피디아)이 지난 9일 본지 요청에 따라 왜곡된 문장을 삭제ㆍ수정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운영하는 국가기관 ‘한국학진흥연구원’은 본지가 ‘조선호텔 역사왜곡 사실관계 확인 및 수정요청’뒤 통화에서 “지난 1934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경성부사’(京城府史)를 보면 최초호텔은 대불호텔이며, 최초 서양식 호텔로 손탁이다”라며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웨스틴조선호텔 입구

 

또한 연구원 관계자는 “조사해보니 조선호텔의 ‘최초호텔’ 기네스기록을 명시한 ‘한국기록원’은 정체성 논란이 여러차례 제기됐고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우선 백과사전 단어 중 ‘호텔’항목에 최초 호텔 기록이 남아있어, 조선호텔 내용은 삭제하고, 나머지 내용도 조사한 뒤 시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의 불행을 홍보물로 삼은 것은 유감

‘국내 혹은 한반도 최초의 서양식 호텔’은 1888년 인천에서 건립된 대불호텔이다. 그 다음 서울에서 건립된 최초 서양식 호텔은 구한말 고종황제 부부가 독일인여성 ‘앙트와네트 손탁’(Antoinette Sontag)여사에게 하사한 토지로 지어진 ‘손탁호텔’(1902)이다.

현재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호텔’은 국내에서 세번째로 지어진 서구식 호텔. 지난 1914년 조선총독부가 대한제국이 고종황제을 모시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원구단을 허물고 그 위에 건립한 ‘철도호텔’이 오늘날 조선호텔이다.

▲ 조선호텔 구석에 남은 '원구단' 야경. 이곳은 환구단으로도 알려져있으며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꾼뒤 황제즉위식을 마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1910년 한일합방뒤 2년이 지난 1912년 환구단과 궁궐은 허물어지고 일본총독부에 의해 철도호텔리 건립됐다. 그 호텔이 오늘날 조선호텔이다.

참고로 원구단(환구단)은 지난 1897년 국호를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전 세계에 독립국가로 선포한 고종이 황제로 즉위하고 하늘에 제례를 지냈던 곳으로, 한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역사적인 조선왕궁 유산이다. 바로 그곳을 한일합방후 밀어내고 일본인들을 위한 철도호텔을 지은 일본총독부는 조선의 근간 나아가 한국 근대사를 과감히 삭제시켰다.

조선호텔은 위같은 역사적 사건을 무시하고, 올 초부터 ‘2014 조선호텔건립 10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며, 자사를 “한반도 최초의 서양식 호텔”로 홍보ㆍ보도해왔다. 본지는 지난 달 20일 조선호텔 측에 왜곡사실을 지적했고, 홈페이지 소개란에 기재된 ‘최초호텔’에서 ‘최고호텔’로 수정했다. 조선호텔은 지난 1982년 삼성그룹에서 인수한뒤 1995년 신세계그룹으로 편입됐다.

이제 조선호텔은 그간의 자사이익을 위해 역사왜곡도 마다않는 등 거짓 홍보마케팅을 펼친 것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