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투데이 ‘Fun Fun’ 한 공연, ‘이야기가 있는 춤’을 보다
서울문화투데이 ‘Fun Fun’ 한 공연, ‘이야기가 있는 춤’을 보다
  • 서문원 기자, 김지완 기자
  • 승인 2012.06.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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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생동감 넘치는 토크에 이어, 생생한 무용공연으로 다가선 무용수들의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춤’, 지루하고 딱딱한 이미지의 무용공연 허물어…

 ‘사과나무미디어’ 주최ㆍ주관 ‘FunFun한 Talk & Dance-이야기가 있는 춤’이 8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성동문화원)에서 350여 명의 관객이 함께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관객반응은 웃음과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을 만큼 다양했다.

▲이번 공연은 무대와 함께 출연 무용가들의 진솔한 토크를 선보여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무용수들의 무대흡인력도 높았고, 소통될 것 같지 않던 관객과 무용수들이 1부 토크쇼로 풀어지고 심지어 공연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이 글은 이날 있었던 감동의 무대를 토대로 시각을 넘어 오감이 우러나는 모습들을 지상중계한다.

무용은 연극, 영화와 달리 대사가 거의 없다. 따라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주제가 불분명하고, 무대마저 지루하면 곤란하다. 이미 무용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데미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난타공연’처럼 보는 내내 즐거우면서도 짜릿하고, 뮤지컬 ‘레미제라블’처럼 역사적인 스토리와 나약한 인간이 지닌 사랑과 열정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매 씬 마다 드러나는 짧은 임팩트를 결코 잊지 못한다.
그렇다면 무용이라는 장르는 어떻게 해야 관객들과 손쉽게 소통하고, 그간 이해조차 버거웠던 동작들을 ‘아~ 이거구나!’라는 감탄사와 함께 공연 속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을까? ‘일반 관객들이 알아보기 쉽게 공연하면 안될까’하는 고민 말이다.

지난 8일 본지가 주관-주최한 ‘FunFun한 Talk & Dance-이야기가 있는 춤’이라는 공연은 그간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갈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무용과 대중사이에 가로막혔던 소통과 교감이 이날 공연 속에서 봇물 터지듯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토크쇼를 통해 공연자들의 면면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의 스타성을 엿보며 다음 순서인 무대에서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 호흡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두 번째 기존 공연의 전체맥락을 짧게 압축한 점이다. 총 4개 팀의 출연한 공연은 장면마다 관객들이 집중 할 수 있는 짧은 임팩트가 가미되어있다.

가령 이날 두 번째 공연자로 나선 변재범 무용수가 한 아이의 아버지가 지닌 사랑과 부성애를 담아 유연한 몸동작으로 표현했다. 그러자 관객의 눈이 하나로 결집된 것처럼, 이 무대의 특징은 공연 하나 하나가 길지 않은 반면, 인간이 지닌 본성, 그리고 허영과 가식 등, 일반사회 속에 담긴 희노애락을 잘 파고들었다. 아울러 기존 공연의 화려한 미술장치, 음악과 조명, 의상 등은 간결하게 처리했다. 오로지 음악과 조명으로 무용수의 동작으로만 집중되도록 했다.

 

▲축하공연 '꽃이지다'(김종덕 안무)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 대표와 김종덕 창작춤집단 木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겸임교수)가 공동기획·감독하고 조남규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장이 총연출 한 이날 공연은  요사이 독자와 소통을 위한 '북콘서트‘처럼 무용수와 관객이 춤이라는 몸짓의 이해를 통해 더욱더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국내 최초의 토크&댄스‘로 이뤄졌다. 그것도 유쾌 상쾌 통쾌하게. 참가 무용수들이 공연내용은 물론 동작, 묘사가 토크를 통해 사전 설명하고 일상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무대위 춤꾼과 동질감을 느끼는 기회를 갖게 한 것이다. 이는 2부 무대와 연계돼 관객들의 작품 감상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본지 이은영 발행인이 이번 공연 토크쇼의 사회를 맡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물흐르 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토크쇼는 사전 리허설에서 약속된 부분이란다. 그만큼 서로가 치밀한 계산아래 여러 시행착오와 연습 끝에 시놉시스가 완성된 것이다.

특히 이번 무대는 출연 무용가들의 진솔한 토크와 함께 관객들 만족도 100% 를 충족하기위해 공연 후불제를 도입한 것은 공연계의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것으로 기대된다며,마음을 모아주신 후원기관과 적극적인참여를 해주신 출연진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하였다

 

▲사회를 맡은 이은영 본지 <서울문화투데이> 발행인과 변재범

토크쇼는 변재범, 박영애, 이인수씨 순으로 무용인으로의 삶, Fun Fun한 에피소드, 클럽 댄스 등을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원래 출연 예정이었던 안무가 김경영씨는 이날 지방공연으로 이 자리는 참석 못함)

 

▲박영애('살품이춤' 재구성 및 출연)

첫 질문에서 “춤을 추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나 황당한 순간은?”이 나오자, 변재범은 군면제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꼽았다. 자신의 동아콩쿨 창작부문 금상수상을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당시 동아콩쿨 금상이 ‘군면제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당시 주변에서 “나가서 뭐 할거냐? 라며 출전을 만류했지만 결국 금상을 받아 기뻤고, 6개월 뒤 콩쿨 금상 수상 경력이 다시 군면제로 적용돼 더 기뻤다”라고 밝혀 관객들로부터 큰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국립무용단원 박영애는 “결혼뒤 남편, 두 아이와 함께 가정, 육아, 선생, 학생, 단원 등 1인5역을 해오는 등 우여곡절이 많지만 곤히 자는 아이들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낀다”면서 무용수 그리고, 평범한 엄마로서의 일상을 설명했다. 아울러 “처음 토크 무대에 나와 긴장됐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작품을 좀 더 편안하게 전달할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독일의 루드빅스하펜에서 개최된 국제무용제전(‘no ballet‘ International Choreography Competition)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3위로 입상한 이인수는 무용수가 된 사연에 대해 “어렸을 때 박남정 춤을 추며 받았던 용돈과 박수소리에 힘입은 바 크다” 말해 좌중 폭소를 유도했다. 황당했던 순간으로 “과격한 안무를 펼쳐 보이다 무용복이 터졌지만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공연했던 기억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또 다른 에피소드 중 하나는 “공연에 쓰일 음악CD를 잘못 갖고 와 음악 없이 15분간 무음으로 공연 한 적도 있었다”며 “제게 있어 무대는 늘 흥미롭고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환호를 자아냈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관객들의 즉석질문이었다. 관객들이 출연진들에게 지정질문을 하게하자 여러 재미있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어린이 관객은 변재범에게  “어떻게 하면 한국춤을 잘 출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또 대학에서 춤을 전공한다는 한 청년은 “춤에 소질도 없고 집안도 좋지 않아 돈도 없는데 춤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며 이인수씨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 상담도 벌였다. 한 중년의 관객은 "춤으로 어떻게 먹고 사는지?무용수들의 경제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 잠시 출연진을 당황하게 했지만 출연진들은 담담하게 자신들이 처한 형편과 개선을 위한 자신들의 노력을 털어놓아 춤을 향한 그들의 진정성을 충분히 보여주기도 했다.

청년의 질문에 이인수는 “꼭 1등만 할려고 하지말고 자기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보면 있다. 그곳에 가서 열심히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열린다”며 따뜻하고 진지한 대답으로 청년을 격려해 객석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토크쇼가 끝난뒤 축하공연으로 김종덕 기획.예술감독이 안무한 '꽃이 지다'(출연 이가영, 오경은, 유자랑, 권해인, 김민정)가 공연됐다.

본 공연 첫 번째는 안무가 김경영의 ‘러브어페어’(Love Affair, 출연 강태영, 강진송, 박배은, 곽보름)로 무대 앞에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여섯 명의 무용수가 관객 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금발의 미녀들이 각양각색의 표정과 동작으로 가식과 허영으로 비춰졌다. 마치 ‘김치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서양식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모습’처럼 보였다. 출연진들이 이렇다할만한 설명이 없었음에도 웃고 박수치는 등 호응이 의외로 높았다.

 

김경영은 서울문화재 안무가상,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바 있으며,뛰어난 음악성과 구성력에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키워드를 사용하여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는 유망한 안무가이다.공연후에는 많은관객들로 하여금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와 부라보 를 주저하지 않고 외친다.

두 번째로 변재범 무용수의 안무,출연작품 ‘하루하루’가 펼쳐졌다. 한국적인 정서에 컨템퍼러리적인 요소가 가미된 이 무대는 얼마 전 100일이 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삶의동기와 사랑을 그려냈다. 변재범이 아이를 안은 동작으로 우유처럼 부드러운 점프와 다양한 표현으로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세 번째 무대는 국립무용수 박영애의 '살풀이 춤'이었다. 중요무용문화재 제97호 이매방류 살풀이춤으로 현대무용과 함께 잘 어우러져 동작 하나 하나가 섬세하면서도 때로는 시원한 모습으로 표현됐다. 박영애는 토크쇼에서 이 춤에 대한 특징 하나를 설명했는데 다름 아닌 ‘교태’였다. 그 한마디 때문에 관객들이 객석에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는 등 전통음악과 함께 잘 표현됐다.

마지막 무대는 이인수 안무의 ‘벽’으로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공연이었다. 이인수 외 류진욱, 이동하, 박정미, 양호식, 천종원 등이 출연해 각자가 지닌 마음의 벽을 대사로 표현하며 일상 속에 갇힌 답답함을 허물고자하는 의지가 돋보였다.

 

▲이인수 팀 무대인사

공연이 끝난 뒤, 관객 중 일부는 "춤공연에 처음으로 도입된 신선한 토크로 긴장을 풀어주고 이해를 도왔다"고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며  시간이 짧음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공연은 후불제 공연으로 관객들이 공연을 감상한 후 마음에 드는 무용팀에 공연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적지 않은 관객들이 후불관람료를 지불해 또 하나의 공연문화를 형성하는 의미를 더했다.

이번 본지가 주최 주관한  창작무용공연 ‘FunFun한 Talk&dance'는 무대의 성공을 넘어 춤 공연의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는 평가다. 아울러 춤이 관객들과 좀 더 가까이 재미있게 다가가고 호흡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는 것이 크나큰 성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