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만이 할 수 있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이병헌 만이 할 수 있는 영화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7.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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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왕자와 거지, 日‘카게뮤샤’ 이어 명작탄생 초읽기

지난 달 촬영이 마무리 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서 간략한 시놉시스를 보면 조선의 왕 ‘광해’와 천민 ‘하선’이 서로 역할을 바꿔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설정돼있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 스토리와 일부 닮아있다.

▲ 올해 가을 개봉예저인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주연으로 출연, 1인2역을 소화해낸 이병헌의 눈빛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또한 이 작품은 지난 1980년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16세기 중엽 일본 전국시대 명장인 다케다 신겐’을 모델로 제작한 ‘카게뮤샤’(그림자 무사, 1980)의 가짜 ‘신겐‘과도 비슷한 설정이다.

오는 9월에 개봉예정인 ’광해, 왕이 된 남자‘라는 영화가 흥미로운 건 이것만이 아니다. 소설 왕자와 거지, 카게뮤샤, ‘광해, 왕이된 남자’는 16세기부터 17세기 초까지 100년을 사이에 두고 살았던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먼저 ‘왕자와 거지’(마크 트웨인)는 지난 12세기 영국에서 전해 내려오던 전설을 각색, 16세기 영국 국왕 헨리8세의 아들이자 훗날 영국 왕이 된 에드워드6세를 배경으로 집필됐다. 에드워드 6세는 당시 교황의 카톨릭을 거부하고 국교를 성공회로 전환, 잉글랜드의 개혁교회를 주창한 최초의 국왕이자 열여섯의 어린나이에 지병으로 사망한 인물이다.

두 번째로 ‘카게뮤샤’라는 영화는 ‘가이의 호랑이’라고 불렸던 일본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명장, 다케다 신겐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케다 신겐은 1573년 지병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당시 일본의 실력자 오다 노부나가를 위협하고 전국통일을 꿈꾸던 인물이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는 이 스토리에 소설 ‘왕자와 거지’와 유사한 가짜 다케다 신겐을 ‘카게뮤샤’(그림자 무사)로 가공해 ‘신겐의 일대기’를 살짝 연장시킨다. 또한 이 영화작품 속 카게뮤샤는 한국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나오는 광해군의 또다른 얼굴 하선과 마찬가지로 천민출신이다. 덧붙여 일본의 역사적 인물인 다케다 신겐이 사망하고 20여년이 지난 뒤 일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조선을 칠 계략을 꾸민다. 

▲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카게무샤'에서 '다케다 신겐'(그림자 무사) 역을 맡은 나카다이 다쯔야. 이 영화는 외국유명감독인 프란시스코폴라, 조지 루카스가 일부 공동연출자로 참여한 작품으로 일본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세 번째 광해군은 1592년 발생한 임진왜란의 틈바구니에서 아버지인 선조를 대신해 세자로서 국사를 맡았으며 훗날 왕이 된 뒤에는 전후복구와 제도개선을 이끌던 매우 총명한 임금이었다. 그는 당시로서는 흔하지 않은 중립외교노선을 취하며 명과 후금(청나라)과의 실리외교를 취했다. 그 뒤 반정으로 1623년 폐위되고 강화도로 유배된다.

이렇듯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앞서 설명된 역사에 소설 ‘왕자와 거지’, 일본 영화 ‘카게뮤샤’의 스토리 일부가 가미됐다. 독살위기에 처한 광해군(이병헌)이 허균(류승룡)을 시켜 자신을 대신할 가짜 왕을 데리고 올 것을 명하고, 그에 따라 왕과 똑같은 얼굴과 체격을 가진 천민출신 하선을 15일간 가짜 왕으로 내세운다.

▲ 이병헌이 1인2역을 맡아 화제가 된 '광해 왕이 된 남자'

이 영화는 특히 추창민 감독이 처음 시도하는 사극이다. 그가 연출해 인기를 모았던 로맨틱드라마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멜로 ‘사랑을 놓치다’, 코미디물 ‘마파도’(2005)와 비교해 볼 때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이다.   

한편 최근 국내매스컴은 물론 국내외 영화팬들이 이병헌이 출연한 이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연히 그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이다. 눈빛과 표정연기 하나로 아시아에서 수많은 팬을 거느리는 배우로는 중국의 양조위, 한국의 이병헌이 대표적이다.

최근 ‘광해, 왕이 된 남자’ 예고 편이 조회수 3만회를 돌파했다는 보도가 이 작품에 대한 대중의 높은 기대를 입증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 그는 어떤 식으로 천민 하선과 국왕 광해군을 번갈아가며 넘나드는 1인2역을 소화해 냈을까? 이 영화 제작사에서 보낸 일부 스틸 컷이 그 기대를 한층 증폭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