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요, 비상구를 찾아라
한국가요, 비상구를 찾아라
  • 서문원 기자
  • 승인 2012.07.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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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길로 접어든 음반제작산업, 飛翔은 언제?

한국음악은 해외에서 부는 K-POP과 한류열풍을 토대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국가수가 자국가수보다 더 대접받는 상황이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형편은 같다. 덧붙여 남미와 북미 일부, 유럽에서도 K-POP이라는 장르는 하나의 트랜드로, 유행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해외전문가들은 최근 한국팝시장의 성장이 지난 1990년대 중반 일본가수들의 성공기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995년 뉴스채널 CNN에서 일본아이돌스타 아무로 나미에를 집중조명 했던 당시를 돌이켜 보면 쉽게 드러난다. 당시의 열풍이 20년이 지난 한국에서 글로벌팝음악을 토대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 지난 2월 프랑스TV인기토크쇼 출연 앞두고 촬영중인 소녀시대. 이들은 K-Pop의 아이콘이다.

한 달 전 인터뷰를 가졌던 프랑스인 화가 다비드 예가네씨는 90년대 일본과 프랑스를 오가며 현지정치인들의 정치컨설팅을 맡았던 사람이다. 당시 이분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불고 있는 한국의 K-POP은 일본이 미국과 유럽음반제작자들과 함께 만들어낸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비드씨만 아는 스토리가 아니다. 사업차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K-POP에 대해 흔한 글로벌팝송으로 인식할 뿐이다. 2년 전 일본 아레나스타디움에서 한국을 찾은 유럽음악관계자는 “이 유행이 곧 중국으로 갈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012년 한국음악은 어디에서 뭘 하고 사는 걸까?

현재 K-POP의 영향력을 부정하는 음악계종사자는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과 같은 인기대로라면 국내음악계보다 해외음악계시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POP의 가장 큰 특징은 1990년 초부터 독일과 미동부에서 유행했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딱딱 맞아떨어지는 댄스다. 이것 말고 없다.

반면 7~80년대 한국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어쿠스틱, 로큰롤, 포크송은 자취를 감췄다. ‘KBS 불멸의 명곡’, ‘MBC 나는 가수다’처럼 사라졌던 명곡과 가수들이 다시 부활하는 계기가 마련됐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홍대와 대학로, 혹은 라이브카페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 국내최고녹음스튜디오인 부밍사운드의 임창덕 대표. 그는 "현재 녹음스튜디오는 뜻하지 않게 사양산업이 됐다"고 밝히며 "생존책을 마련하고자 다각적으로 시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녹음스튜디오의 몰락

국내 대형녹음스튜디오로는 강남 대치동 부밍 스튜디오가 유일하고, 잘나가던 서울스튜디오는 이미 사업 대부분을 접고, 중소녹음실만 운영 중에 있다. 20년 전 앨범판매로 수익을 내던 때 돈이 있어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던 녹음스튜디오산업은 현재 사양길이다.

지난 1997년 IMF사태(외환위기)이후 국내대기업들이 음반제작 및 영화산업에서 손을 떼고, 국가지원아래 벤처창업열풍이 불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수많은 연예기획사, 영화제작사, 그리고 녹음스튜디오. 강남 대치동에 위치한 녹음스튜디오 ‘부밍사운드’ 임창덕 대표는 “2000년도까지가 전성기”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아울러 그는 “2000년 이후 불법복제파일이 소리바다 등 각종 온라인에서 손쉽게 거래됐다“고 말하며, “음반제작 또한 개인PC로 녹음스튜디오를 꾸미고 각종 샘플링 곡을 믹스해 내놓는 등 IT산업의 수혜가 음악계만큼은 악재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음원불법복제유통이 제작자와 저작권자 수익을 갉아먹는 점은 알려진 사실. 그 다음은 국내녹음스튜디오의 몰락이다.

임창덕 대표는 “녹음스튜디오에서 앨범제작이 원활해지려면 버스커 버스커,  같은 어쿠스틱 음악이 인기를 끌어야 합니다. 물론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한다면 이곳처럼 대형 녹음스튜디오를 찾아옵니다. 얼마 전 TV에서 인기를 모았던 ‘탑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톡식’이라는 그룹도 최근까지 행사로 돈을 모아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더 좋은 사운드로 앨범제작을 하기 위해서이죠. 하지만 댄스와 힙합이 가요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재로서는 적당한 샘플링에 사운드를 적당히 믹스하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경향이 짙어요”

또 “후배양성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임 대표는 이렇게 대답한다. “예전에 평균 100명이 녹음실 엔지니어와 믹스를 담당했다면 지금은 전반적으로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믹싱스텝을 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후배양성이 안되는 거죠”

아울러 “정부가 생각하는 한국가요란 유명가수, 일부 특정 연예기획사 아닌가요? 우리처럼 녹음스튜디오에서 수십 년을 먹고살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불과해요”라고 회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창덕 대표는 그럼에도 스튜디오를 살리기 위해 ‘자구책을 준비 중’이라며 “록큰롤, 포크송을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겠다는 기획으로 인재를 찾고 있어요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난 5년 내내 적자였던 스튜디오를 지켜내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 녹음스튜디오 내부 모습. 현재 스튜디오 엔지니어들은 국내음악계의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수가 타직장으로 옮겼다.

‘신예발굴은 불가능’

지난 1977년 제1회 대학가요제에서 ‘나 어떡해’로 우승한 서울농대 동아리밴드 센드페블즈의 앨범제작을 맡았던 제작자 이종훈 PD. 지난 2004년 그는 음반제작업에서 손을 떼고 용산구에서 작은 소매점을 하고 있다. 그만둔 이유는 불법복제음원 때문이었다.

“음반제작은 작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뮤직비디오제작까지 포함해 수십억 원도 들어가는 사업이예요”라고 말하면서 “현재까지 제작자라면 누구나 똑같은 심정이지만 앨범을 만들면 바로 복제음원이 온라인 배포되고 그랬어요. 더구나 나는 유명가수도 아니고 신예가수음반을 기획제작 했으니 더는 버틸 수가 없었죠”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종훈씨는 ‘대기업의 수익구조만 생각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종량제, 홀드백 제도를 도입해 보다 나은 음악제작환경을 구현하겠다고 선언했지요. 하지만 정작 음반을 취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국내시장이 미국의 음원유통서비스 아이튠스 보다 더 열악한 수익배분 때문에 모두가 망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한편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 10일 문화부 음악사용료 개정안 발표에 따른 성명서에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이진원 씨) 사망 이후 권리자가 받아야할 사용료의 적정성 문제가 대두됐지만 여전히 음원유통사에 과다 분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 의원은 지난 해 국감 보도자료에서 “국내 가수 및 연주자 등 실연권자가 배분받는 금액은 2.7원으로 유통사 28.3원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아이튠스는30%, 제작자가 70%으로 소개했다.

美 애플社의 아이튠스, 국내음악인들의 마지막 생존카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악 관련 저작권단체의 반대성명에도 불구,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 규정을 승인했다. 이런 중에 저작권자와 7대3 비율로 수익을 배분하는 애플 ‘아이튠tm’(iTunes)가 국내시장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이튠스 국내시장 진출은 문화부가 마련한 ‘음악전송 징수규정 개정안‘의 종량제 추가 도입과 무관치 않다. 애플社는 한국음원시장 진출로 일정한 수익이 창출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연예기획사는 물론 음반제작자들도 환영일색이다. 기존 국내 음원유통사와의 수익배분율은 50% 미만. 이보다 더 열악한 계약조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곡들을 판매해온 음원저작권자들이 다수를 점하는 현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아이튠스가 국내음악인들의 생존이 걸린 ‘마지막 비상구’라면 국내음원유통구조의 부조리는 결국 외국기업에 의해 깨지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셈이다. 국내 휴대폰社들의 독과점에 불만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 중 무려 350만 명이 아이폰으로 바꿨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