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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의 여행칼럼] 필리핀 마닐라의 톤도울링 지역 아이들의 웃음 (2)
의식주 해결한 여유층이라면 약소층에게 베풀고 나눠주는 보람을 가져보자
2012년 07월 06일 (금) 10:50:42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sctoday@naver.com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학교 교수
그곳에 가난을 물리치려고 마닐라로 나온 빈민층 사람들이 직장도 없이 오갈 데가 없어지자 쓰레기 산더미 속의 폐품 등의 재활용품을 팔아서 밥줄을 이어가며 촌락을 형성하게 되었고, 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초라한 함석이나 판자로 만든 엉성한 주거지에서 쓰레기를 주워서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라모스 정권 때 이 지역의 재개발 정책에 힘을 쏟고, 국가의 수치스런 치부를 없애려는 의도에서 1994년부터 쓰레기터의 생활을 강제 폐업시키려 했으나 반대가 심하여 다음해에 정부가 마련한 가설 주택으로 강제 이주를 실행했지만 생활 수단은 역시 근처 쓰레기장에서 폐품을 주워서 끼니를 잇는 사람들(Scavenger)이 대부분이다. 아이러니컬하게 이번 국제 포럼의 리셉션에는 라모스 전 대통령이 한일 우호를 강조하는 기조 강연자로 나와서 포럼 참석자들과 식사를 하며 자신이 6.25 한국 전쟁 때 참전했던 사진이 500페소 지폐에 나와 있다며 한국과의 유대관계를 역설했지만, 가난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국민의 빈곤한 생활 해결까지는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0.1%의 부유층을 위한 기득권의 절대 권력과 부의 축재, 정치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71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약 9400만 인구의 필리핀은 천혜의 자연 환경과 풍부한 해저 자연 자원과 관광 자원, 풍요로운 농어산물과 더불어 국민들의 소박함과 성실함에 경건한 신앙심(스페인 통치의 유산으로 전 국민의 80% 이상이 로마 가톨릭을 믿는다)이 있기에 경제적 운영만 궤도에 오르면 소득 분배가 여느 나라보다 제도적으로 균형 있게 잘 될 수 있는 국가이다. 게다가 포럼에서 만난 마닐라의 한인신문 [Newsgate] 김대중 대표 말을 빌리자면, 우리 교민만 해도 12만에서 15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한국인 관광객만 해도 연간 1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대국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리조트 여행이든 어학연수든 한국인들에겐 친숙한 이웃이 될 수 있는 환경이다.

 

   
울링안 지역의 쓰레기 더미

그렇지만 오랜 독재정권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가 만연해왔던 탓에 국민 전체를 위한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국가 전체의 경제적 안정보다 5대 재벌을 비롯한 극소수 부유층 및 특정 가문에만 집중하는 권력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구조 속에서 관료들의 권력 남용이 비일비재하게 되었다. 게다가 기존의 대통령 및 고위층은 명문 사립대인 아테네오 대학(아시아 최초의 4년제 대학. 게 중에는 마르코스와 같은 국립 필리핀 대학 출신도 있으나 아테네오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출신들의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절대적 권력층 구조가 이뤄지게 된다.

   
전선이 뒤얽혀진 톤도 마을

중산층들은 자신들의 삶만 추구하느라 이기적 합리화에 급급하니 빈민층들은 가난의 대물림이란 구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게 되고, 턱없이 높기만 한 사회계층을 쳐다보며 버겁게 살기보다 사심과 물욕을 버리고 종교를 희망으로 삼고 하루살이 같은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울링안의 아이들

그런 사회 구조와 배경, 그 속의 희생양으로 살아야 하는 지구촌 최대 빈민촌의 하나인 스모키 마운틴에 대해 수업을 해왔던 터라 필자는 열악한 환경을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다. 필자가 사용한 시청각 자료에는 스모키 마운틴에서 때로는 팔다리나 시체를 보기도 한다는 어린 아이들의 인터뷰 말에 경악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곳으로 쓰레기 하치장을 이전 시켰다기에 스모키 마운틴을 달리다 U턴을 하여 오른쪽으로 꺾어서 항구 쪽으로 제법 들어가다 보니 오른 쪽에 비포장도로의 마을 입구가 나타난다. 길 양쪽에 초라한 판자집이 즐비하고, 게중에는 한국인 선교사가 주말마다 전도를 하러 오는 교회나 일본인 NGO단체 [바스라의 집]이라는 일본어가 보였고, 자잘한 구멍가게나 파리들이 우글거리는 생선 판매집 등이 보였다.

   
울링안의 아이들과 필자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식사를 즐기며 필자들을 보고선 웃으며 인사를 한다. 여기서 느낀 것은 남녀노소 누구나 대체적으로 모두 인사성이 밝고 친근하게 웃는다는 사실이다. 다정다감한 듯 서스럼 없이 다가온다.

   
얽힌 전선을 고치는 울링안의 청년들

길에는 제대로 전기공사를 하지 않고 억지로 전기를 연결한 듯 엉망진창으로 얽혀지거나 끊겨진 전선을 연결하고 정리하느라 젊은 청년들 세 명이 전봇대에 올라가서 공사를 하는 것을 보고 아찔함을 느꼈다. 그렇게 전기 선이 엉망으로 연결된 것은 근처의 톤도 각 판자촌에서 볼 수 있었고, 수도물도 제대로 보급 받지 못하여 20킬로그램의 노란색 물탱크를 2페소에 구입하여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소년들도 꽤 보였다. 스모키마운틴에서 이전하여 온 그들은 여전히 물도, 전기도, 직업도 없는 생활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울링안 지역에서 못을 빼는 작업 중인 아이들

(The new housing site had government –built latrines, yet no water, no electricity, and no employment. By A United Methodist Congregation in Ministry)
우린 한국인 선교사가 일요일이라서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 옆에 주차를 하였다. 필자와 가이드는 쓰레기 매립장에 집거촌을 만든 이 덤프 사이트(dump site)촌에 내려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길바닥에서 폐목의 못을 빼고 있는 다섯 여섯 살 정도의 꼬마가 보인다. 조금 더 가니 판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 한 가운데에 시커먼 연기가 자욱하다.

   
울링안 숯 굽는 아이들

길바닥은 근처 바닷물의 해수와 폐수 등이 뒤엉킨 새까만 물들로 차 있어서 장화가 없으면 걷기 힘들었기에 필자는 쓰레기 언덕 위의 마른 길을 따라서 연기가 나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쓰레기 속에서 주워온 폐목을 태워서 숯으로 만드는 이른바 울링안(현지의 타갈로그어로 숯을 Uling이라 함)이었고, 그 숯을 만드는 곳에는 이제 겨우 사춘기가 될까 말까 하는 어린 아이들이 열심히 숯이 될 나무를 가마에서 태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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