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색어머니회의 “녹색부모회”로의 새 출발을 기대하며
[기고] 녹색어머니회의 “녹색부모회”로의 새 출발을 기대하며
  • 이혜경 중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
  • 승인 2012.07.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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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 중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
신호위반, 과속, 불법 주?정차 등으로 인한 등하굣길 어린이 교통사고로 연간 약 1천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 교통시스템은 어른들의 운전 편의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스쿨존 마저 제대로 지키는 차량들이 없어 학부모들의 걱정이 날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교통시스템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녹색어머회는 1969년 초등학교 단위별로 자모교통지도반으로 출발하여 1971년 치안본부에서 녹색어머니회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녹색어머니회는 아이들의 등하굣길 교통안전 보행지도뿐만 아니라 그 밖에 학교폭력 예방과 선도활동 등 아이들 문제를 다각적으로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 또한 초등학교 아이의 엄마이자 녹색어머니회의 임원으로서 학교 교통안전 활동에 되도록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으며 주어진 시간에 나가보면, 언제부턴가 어머니가 아닌 아이들의 아버지가 참여하는 모습을 간혹 보게 된다.

간혹 아침 등교시간을 마치고 수고하신 분들과 차를 한잔 나눌 때면 참여하신 아버지들은 아주 쑥스러워 하시거나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신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하는 일에 엄마 아빠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더구나, 녹색어머니회는 아이들의 교통안전 지도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이들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을 하다보니, 간혹 아버지들께서 나서야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의 지킴이 역할에 아버지들이 쑥스러워하는 이유는 아마도 녹색어머니회라는 명칭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버지들의 학교 활동 참여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다. 자원봉사 활동 뿐만 아니라 학교의 학부형 총회는 물론 학부모 간부에도 아버지들이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아버지들의 참여가 조금은 쑥스럽고 어색한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특히 단체 명칭이 어느 한쪽을 지정할 경우, 정서가 발달하지 않은 아동들에게는 그것이 어떤 이유이든 부모 중 한편이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만드는 일이 된다. 이미 가정의 상황, 부모의 문제로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외부상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분노나 외로움,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품게 하는 등 자라나는 아이들의 정서적 장애로 이어지게 된다.

1956년 이후 17회를 이어온 어머니날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취지에 맞게 대통령령에 의해 아버지를 포함한 ‘어버이날’로서 명칭을 변경하여 1973년 3월 30일 공식적인 법정공휴일로 지정 되었다.

어머니날이 어버이날로 바뀐 지 39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갈수록 부모 역할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아버지의 학교활동이 늘어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갈수록 늘어난 편부모 가정의 증가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4월 통계청의 ‘2010~2035 장래가구추계’ 발표에 따르면 직업 등 이유로 부모 중 한쪽이 같이 살지 않거나 사망, 이혼 등으로 배우자가 없는 편부모 가구가 2010년 159만 5천 가구라고 한다. 더욱이 2035년에는 그 수가 216만 5천 가구에 이른다고 하니 자녀를 둘러싼 학교와 사회에서 의례히 불리는 이러한 명칭들이 장래 우리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명칭 하나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정서적 아픔을 생각해 본다면 녹색어머니회가 부모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의미를 가져올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넥타이를 메고 아이들의 등교지도를 해주고 회사로 출근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잘못된 선입관과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아버지들도 마음껏 아이들을 위해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녹색 어머니회가 아닌 ‘녹색부모회’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