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루브르박물관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신화’
[전시리뷰] 루브르박물관의 ‘고대 그리스 로마의 신화’
  • 박희진 객원기자 (과천시시설관리공단)
  • 승인 2012.07.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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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2012 루브르박물관’ 展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박물관은 연간 전 세계 8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명소로 38만 점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소장한 예술품의 반환과 영구대여에 대한 팽팽한 신경전, 다른 유물과의 교체 등 억지와 생떼로 각 국의 보물들이 ‘약탈한 문화재’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프랑스 파리의 상징물로 유럽여행에선 필수코스가 바로 루브르박물관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루브르박물관은 단순히 예술품을 소장하고 나열하는 박물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전 세계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에게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곳’으로 인식되면서 루브르박물관 삼각피라미드 앞 기념사진 한 컷은 유럽여행의 필수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여행 중에 박물관에 몇 시간이나 투자를 하는가. 루브르의 수많은 명화들을 기억하기엔 우리의 뇌 기억장치가 과부하에 걸릴 판이다. 박물관을 방문해본 많은 이들은 ‘잡다하게 늘어놓은 명화들’을 이야기 하며 “보다보다 지쳤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루브르박물관에 대한 우리의 첫인상이다. 

또 다른 루브르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루브르박물관이 타국의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 세계 보물들을 꼭꼭 숨겨두고 경계하는 지만은 않는다. 소장한 예술품을 전 세계 순회하며 전시를 통해 소통하려는 노력과 박물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도 한다.

지난 1월에는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참사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연대감을 주기위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등 3개 현에 20여 점의 작품을 3개월간 순회전시 하기로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원전사고로 인한 예술품 오염을 우려하는 논란에 휩싸이긴 하였지만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있어 예술품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2007년 순회전시가 열려 6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면서 이례적인 성공을 이룬 바 있다. 그리고 올해 6년 동안의 준비과정을 거쳐 두 번째 교류전시가 열렸다. 이번전시는 3명의 루브르의 전문학예사가 110여 점의 작품으로 철저히 준비한 전시라고 한다. 해외에 공개되지 않는 회화작품들이 공개된다하여 그 기대가 컸다. 필자는 루브르박물관의 세계 순회전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첫째는 세계적 명소인 루브르박물관이 타국에서는 어떤 색깔로 전시되는지가 매우 궁금하고, 둘째는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 타국인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읽혀질 수 있는지 관람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필자는 지난 2009년 일본 교토에서 루브르박물관 순회전시를 관람한 바 있다. 루브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빌려다가 나열한 전시였다. 먼 일본까지 물 건너 온 명화들을 보기위해 이른 새벽부터 미술관 앞에 줄지어 입장을 대기하는 일본인들의 열정이 기억이 남았다. 당시 필자 또한 새벽부터 배낭 짊어지고 설레는 관람객 중 하나였다. 프랑스에 가지 않고 가까운 일본에서 루브르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지만 전시는 작품 수가 많을수록 ‘뭘 말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명화는 보았으나 얻어가는 것은 매우 적어 아쉬움이 큰 전시였다.

6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루브르박물관의 국내 두 번째 전시는 사뭇 다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내용의 질’을 높였다고 밝힌 바 있는 이번 전시에서 핵심은 ‘그리스 신화’이다. 고대 그리스 로마 예술품을 5만 점 가까이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 예술품 소장비율에 적합한 주제를 잘 잡고 준비했다는 생각이다.

전시는 명확한 주제가 있어 볼거리가 많다. 둘째, 대중들에게 흥미로운 ‘신화’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했기 때문에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연상할 수 있어 관람층이 다양하다. 셋째, 꼼꼼하게 준비해온 시간과 전문학예사의 노련한 전시디자인 능력, 연출기법 등은 관람객을 편안하게 쉽고 자세히 전시를 이해하며 관람 할 수 있게 한다. 넷째, 대중과의 소통의 도구 ‘텍스트’의 적절한 활용을 이야기 하고 싶다. 이 또한 주제가 명확했기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 ‘신화’를 풀어내는 데에 이야기들을 가미한 것이다. 한 예로 전시도록을 들 수 있다. 대형전시에서는 입장권만 비싼 것이 아니다. 도록도 상당한 가격에 부담이 된다. 도록은 말 그대로 그림책이다. 전시장에 작품들이 고화질 사진으로 기록돼 있다. 이번 전시의 도록은 관람객이 궁금해 할 만한 내용들을 적절히 잘 담아내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 담긴 이야기를 간략하게 잘 정리했다. 게다가 전시의 이해를 돕는 학예사들의 에세이가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필자는 이번 전시를 ‘이야기가 있는 루브르박물관 전시’라는 부제를 정해주고 싶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이은 전시가 프랑스와 한국의 순회전시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름 있는 작가의 대작이 아니면 ‘입장료 내고 미술관 가기 아깝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명화를 찾는, 명화를 보는, 명화를 읽어내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국가 간 교류 이상에 대중과의 교류도 가능하게 한다.